• 골리앗과의 싸움, 이미 절반의 승리
    “잠못 이룬 삼성불매 결정…해볼만"
        2009년 06월 18일 10: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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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렵고 떨리기도 했지만, 시원하고 명쾌했다.”

    삼성그룹 계열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했을 당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김성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패인(이하 언소주) 대표(44)가 답한 말이다. 쉴 새 없이 사무실로 걸려오는 격려, 항의 전화를 받는 그의 표정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 언소주 사무실에서 격려전화를 받는 김성균 대표가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지난 8일 ‘2차 조선일보 광고기업 불매운동’을 선언 후 표정이 무거워진 김 대표에게 안부를 묻자, “스트레스를 풀 데가 없어 답답하다”며 “어머니가 제 얼굴을 보더니, 안쓰러운지 보약을 지어주시기도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50년 고집불통 최수부(광동제약) 회장을 꺾다니 축하 한다’는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의 격려 메시지를 보여주는 그의 표정에는 이내 미소가 감돌았다.

    ’50년 고집불통’ 꺾은 언소주

    “84학번, 고대 ‘민주광장’ 초대편집장 역임, 87년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구속 뒤 사면, 현재 당적 없음, 출판사 및 논술학원 운영 경험 있음.”

    요즘 보수언론에서 언소주 불매운동을 흠집 내기 위해, 김 대표 이력에 대한 ‘왜곡보도’를 일삼자, 그는 “대학 졸업 뒤 평범하게 살던 시민”이라며 터놓고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했다. 이어 지난해 6월 촛불집회 현장에 걸린 ‘조중동에 광고하면 그날부터 불매운동’이란 현수막을 보고 ‘동물적 직감’으로 느낀 매력에 빠져, 언소주와 인연을 맺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2월 법원이 언소주 회원 24명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리자, 1주일간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삭발을 하고 단식투쟁을 벌인 적이 있다. 그는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 ‘삼성’이라는 두 글자를 머리 속에서 잊어본 적이 없었다”며 삼성을 불매대상 기업을 선정한 이유를 이야기했다.

       
      ▲ 다음에 마련된 언소주 카페 

    ‘또 다른 이유는 없냐’고 묻자, 그는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본질적인 싸움을 빨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등 조중동의 문제를 제시할 적기였기 때문에, 한번 붙어 볼 만하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우려, 본질적 싸움 빨리"

    김 대표는 “골리앗과의 싸움이지만 지금 절반은 승리한 셈이고, 이런 식으로 불매운동이 확산된다면 삼성 역시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한동안은 삼성 불매운동에 집중할 생각이지만, 투쟁의 동력이 떨어지면 삼성에 이어 ‘불매대상 3호 기업’을 선정해 발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언소주의 불매운동은 삼성이 조중동에 광고를 중단할 때까지 계속된다.

    다음은 김성균 대표와 나눈 인터뷰 전문.

                                                      * * *

     – 사무실로 전화가 많이 걸려오는데?

    김성균 = “격려 전화도 오지만, 때로는 힘든 일을 하소연하는 전화도 걸려온다. 언소주 대표의 일 중 회원들의 어려움을 받아주는 일도 있는 것 같다. 방금 한 회원에게 전화가 왔다. 시위 현장 나갔다가 구속된 뒤, 얼마 전 석방된 분이다. 고통스러운 심정을 이야기 하는데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대표는 스트레스를 풀 데가 없어 답답하다.

    충고 전화도 걸려온다. 광동제약 불매운동을 철회했을 때, ‘성급하지 않았나’는 전화도 많았다. 삼성불매를 선언했을 때는 ‘우리가 다칠 수 있지 않냐’고 지적하신 분들도 있었다. 참 다양한 연락을 받지만, 얼마 전 ‘50년 고집불통 최수부(광동제약) 회장을 꺾다니 축하 한다’는 언론노조 위원장의 메시지가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바빠서 답장도 못했다.”

       
      ▲ 김성균 대표가 지난 16일 종로 삼성증권 건물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언소주) 

    – 언소주 대표를 맡으면서 힘든 부분은?

    김성균 = “솔직히 불매운동에 돌입하면서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쳤다. 섭섭한 내용의 전화를 받을 때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한다. 특히 요즘 조중동의 집요한 공격성 왜곡기사가 끊이지 않고 있고 ‘안 사람’의 신분이 노출되고…. 일일이 대응하자니 힘들고 지친다.

    "불매기업 선정, 피가 마른다"

    불매기업 선정 작업은 정말 피가 마른다. 대상을 잘못 선정하면, 우리 운동이 꼬일 수가 있고, 해당기업이 망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많이 한다. 요즘 쉬어도 피로가 잘 안 풀린다. 그리고 머리 속에 불매운동 생각만 맴돈다. 어머니가 제 얼굴을 보더니 너무 야위었는지 보약을 지어주시기도 했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고 있다. 나쁜 것은 다하고 있다.(웃음)”

    – 개인사를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은데?

    김성균 = “84학번으로 전두환 정권에 맞서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4학년 때인 1987년 고대 총학생회가 만드는 ‘민주광장’의 편집장 활동을 했다. 또 제가 쓴 글이 문제가 되어서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되었다. 하지만 한 달 뒤 노태우 정부에서 사면되었고, 그 뒤로는 평범하게 사회생활을 하며 살았다.

    졸업한 뒤 시장에서 일했고, 학원 강사 생활도 했다. 또 잠시 고시공부도 했다. 이후 출판사를 차려서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당시 저희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언론에 많이 노출돼 <경향신문>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 분들의 소개로 기자 출신인 부인을 만나게 되었다. 지난해 초까지는 논술학원을 운영했다.”

    – 언소주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

    김성균 = “지난해 초 학원을 정리하고 좀 한가해졌다. 그해 6월 달에 부인 손을 잡고 촛불문화제에 나간 적이 있다. 집회 후 집으로 가는 길에 ‘조중동에 광고하면, 그날부터 불매운동’이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한마디로 ‘필’이 꽂혔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보다 본질적으로 더 나쁜 것은 조중동이고, 이들만큼은 심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잠시 생각에 빠져있는 김 대표  (사진=손기영 기자) 

    인터넷 카페활동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집에 와서 언소주 카페에 가입했다. 이후 언소주가 검찰 탄압을 받는 상황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소식에 발 벗고 나섰다. 또 검찰 탄압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회의에 열심히 참여하다보니까 대표까지 된 것 같다.”

    – 왜 삼성을 불매대상으로 선정해나?

    김성균 = “올해 초 언소주 활동에 대해 유죄선고가 내려진 뒤, 항의 차원에서 단식을 했다. 그 때 언소주가 나아갈 길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분명히 당시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보지만, 그것을 무시하면 앞으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합법적 방식의 불매운동이었다.

    또 불매운동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고, ‘삼성’이라는 두 글자를 머리 속에서 잊어본 적이 없었다. 삼성은 조중동에는 광고를 집중적으로 한다. 대신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한겨레>, <경향>에는 절대 광고를 안 한다. 돈으로 언론을 좌지우지 한다. 이런 기업을 절대 간과할 수 없다.”

    돈으로 언론 좌지우지 하는 삼성

    – ‘골리앗과의 싸움’이라며 걱정하는 분들도 있는데?

    김성균 = “삼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내심 고민이 많았다. 발표 20일 전부터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이기기 위해 싸움을 하는 건데…. 걱정이 들었다. 조그만 성과물들을 축적시키면서 삼성 불매운동으로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본질적인 싸움을 빨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한번 붙어 볼 만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등 조중동의 문제를 제시할 적기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에 죽음의 일차적인 책임은 이명박 정부와 검찰에게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책임은 조중동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삼성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지지를 보내는 분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 혹시 지금 사용하고 있는 삼성제품이 있나?

    김성균 = “(웃음) 이런 이야기 하면 부인한테 혼날 것 같다. 집에 삼성제품이 있다. 솔직히 ‘안 사람’이 삼성제품을 좋아한다. 그래서 결혼할 때 삼성제품을 많이 샀다.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 삼성 불매운동을 선언했지만, 어려운 형편에 장만한 집안 살림이어서 아직 ‘버리겠다’는 결단까지는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말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 지난 8일 열린 ‘조선일보 광고기업 2차 불매운동 선언’ 기자회견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쓰던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는 삼성제품을 구입하지 않을 계획이다. 저는 기업이 지금까지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한다면, 받아들일 용기가 있다. 삼성이 잘못을 시인하고 ‘조중동에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따뜻한 시선으로 받아주고 싶다.”

    – 삼성 불매를 선언했을 때 심정과 주변 반응은?

    김성균 = “두렵고 떨리기도 했지만 시원하고 명쾌했다. 복잡하고 묘한 감정이었다. 주변 분들의 심정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 불매 선언 후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었다. 언소주 카페에 가입하는 분들도 크게 늘어났다. 그래서 큰 용기를 얻었다. 골리앗과의 싸움, 하지만 우리는 지금 절반은 승리한 셈이다.

    골리앗과의 싸움, 절반의 승리

    삼성이란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에 민감하다. 불매운동이 확산돼, 이들의 부도덕한 점이 널리 알려지면 대내외적 이미지는 실추될 수밖에 없다.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선언 뒤 바로 연락이 온 광동제약과는 달리 아직까지 삼성 쪽에서 연락이 없다. 우리의 의사 굴복했다는 모습 보여주기 싫은 것 같다. 자존심 때문에 당분간 연락은 안 할 것 같다.”

    – 요즘 조중동 왜곡보도에 상처 받진 않았나?

    김성균 = “긴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저는 사회당원이 아니다. 또 이미 끝난 지난 20년 전 일을 다시 꺼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안 사람 신분까지 공개해 들먹이는 것은 치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중동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팩트’를 활용하고 있다. 또 그런 방식으로 언소주를 공격하고 있다.

    저는 조중동의 차이나 다름은 인정한다. 왜곡보도를 일삼기 때문에 반대를 하지, 논조가 다르다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실수나 잘못을 할 수 있고 이를 용서하는 것은 미덕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잘못하고 반성 한마디 없는 언론을 어떻게 용서하겠나.”

    – 언소주 불매운동, 앞으로 어떻게?

    김성균 = “올해 초 이림 판사가 불매운동이라는 방식은 합법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또 불매운동 돌입 전 법대 교수 및 변호사들에게 자문 얻어 불매운동은 합법이라는 자문을 얻었다. 더 이상 언소주 운동에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고 본다. 검찰도 초반에 조사를 벌이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별다른 ‘액션’이 없다. 앞으로도 당당히 불매운동 진행할 것이다.

    "한동안 삼성 불매운동에 집중"

    삼성을 불매운동 기업으로 선정한 이유는 단기적 성과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오랜 싸움’까지 염두에 두었다. 한동안은 삼성 불매운동에 집중할 생각이다. 하지만 삼성 운동이 끝날 때까지 ‘불매대상 3호 기업’ 선정을 미루지 않을 것이다. 투쟁의 동력이 떨어지거나 싸움이 지루해진다는 판단이 든다면, 삼성에 이어 ‘3호 기업’을 선정해 투쟁의 동력을 배양시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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