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밟히고 맞는 사제단, 침묵하는 추기경
    By mywank
        2009년 06월 22일 12: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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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의 ‘광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 용산참사 희생자의 유족들뿐만 아니라, 이제는 성직자인 신부들까지 ‘범법자’로 간주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하지만 천주교 신부들의 대표 격인 정진석 추기경(세례명: 니콜라오)은 ‘사제단 폭행사태’ 및 용산참사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폭력 경찰의 ‘광기’

    현재까지 용산참사 현장에서 경찰에게 폭행을 당한 신부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하 사제단) 소속 나승구 이강서 전종훈 문정현 신부 등 벌써 4명이다. 이들은 참사 현장에서 ‘용산 생명평화 미사’를 드리거나 단식기도회를 벌이며, 사태해결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 경찰이 항의하던 문정현 신부의 목을 조르고 있다 (사진=용산 범대위) 

       
      ▲기도하는 정진석 추기경(왼쪽)과 폭행을 당한 뒤 탈진해 있는 나승구 신부 (사진=추기경 홈페이지, 용산 범대위) 

    경찰과 신부들의 ‘첫 충돌’은 지난 19일 오후 불법 채증 문제를 둘러싸고 발생되었다. 이날 저녁 5시 30분경, 사복을 입은 정체불명의 남성이 촛불미디어센터(전 레아호프)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시민들을 사진 채증하려고 하자, 참사 현장에서 단식기도 중이던 신부들이 강력히 항의했다.

    하지만 경찰은 정체불명의 남성의 신원을 확인하기는커녕 그를 보호하면서, 항의하던 신부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나승구 신부의 팔을 강제로 꺾은 채 바닥에 쓰러트렸으며, 나 신부의 얼굴이 땅바닥에 짓눌려 심한 찰과상을 입는 불상사가 발생되었다. 쓰고 있던 안경이 파손되기도 한 그는 한동안 탈진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신부 팔 꺾고 바닥에 쓰러트려

    이날 경찰은 지난 15일부터 신부들이 단식기도회를 위해 설치한 천막까지 ‘불법시위용품’으로 간주해 강제 철거를 시도했으며, 현장을 찾은 용산경찰서장은 “경찰은 불법을 저지른 적이 없다”며 나 신부 폭행사태에 대해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경찰이 나승구 신부의 팔을 꺾은채, 바닥에 쓰러트리고 있다 (사진=용산 범대위) 

       
      ▲경찰이 농성장 현수막 철거에 항의하던 이강서 신부의 팔을 꺾은 채 연행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용산 범대위) 

    경찰의 폭력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21일 오전 경찰은 신부들의 단식농성 천막에 걸린 ‘대통령은 유족 앞에 사죄하고 용산참사 해결하라’는 현수막을 강제 철거했다. 시설물 철거는 관할 구청의 업무로써 경찰이 이를 집행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다. 이에 이강서 신부가 강력히 항의하자, 경찰은 그를 둘러싼 채 연행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이 신부의 두 팔을 꺽은 채 50m 이상 끌고 갔으며, 그의 상의는 갈기갈기 찢겨졌다. 이를 발견한 문정현 신부가 항의하자 경찰은 “노인네가 노망났네” 등의 욕설을 퍼부었고, 그의 목을 조르며 제압했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에는 전종훈 신부가 ‘6.20 추모대회’ 후 경찰과 충돌과정에서 실신해 강남성모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기도 했다.

    경찰, 신부에게 "노인네 노망났네" 

    경찰이 신부들을 폭행했다는 소식이 알리자, 네티즌들은 다음 아고라 등에 “성직자까지 폭행하는 경찰관을 처벌하지 않으면, 국제적으로 ‘폐륜국가’로 낙인찍히게 될 것”, “신부님들, 더 이상 경찰 앞에서 ‘용서’라는 말을 하라”, “천벌을 받아도 모자랄 X들” 등의 의견을 남기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의 충돌과정에서 실신한 전종훈 신부 (사진=손기영 기자) 

    하지만 이에 대해 정진석 추기경은 아직도 ‘조용’하다. 그는 용산참사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표명을 하는 다른 종단의 대표자들과는 달리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온 바가 있다. 이를 두고 정 추기경의 정치적 성향과 사제단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 추기경은 지난해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및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국미사를 주도했던 사제단 대표인 전종훈 신부에게 안식년 발령을 냈다. 보통 천주교에서 안식년은 10년 이상 근무한 신부들에게 1년씩 주어지는데, 전 신부의 경우 지난 2002년 안식년을 보냈고 당시 수락산 성당 주임신부로 발령받은 지도 1년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상태였다.

    정진석 추기경 침묵 왜?

    당시 사제 인사에서 정 추기경은 사제단의 원로인 함세웅 신부를 오랫동안 부임해오던 제기동 성당에서 청구동 성당으로 발령을 내기도 했다. 원로 신부들은 인사이동이 잦지 않은 점을 고려해 볼 때, 매우 이례적인 인사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평소 사제단의 정치활동을 지적해왔던 추기경의 징계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22일 다음 아고라에는 경찰의 신부 폭행사태를 교황청에 알리자는 네티즌들의 글이 올라왔다  

    22일 오전 다음 아고라에는 ‘사제단 신부 폭행사태’ 및 용산참사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정진석 추기경을 ‘무관심’을 비판하고, 그의 행동을 촉구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올라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네티즌 ‘루브(닉네임)’은 ‘정진석 추기경님께’라는 글을 통해 “고 김수환 추기경과 너무 대비가 된다”며 “최소한의 정치적 성향 문제를 떠나서 가톨릭 사제들이 지금 폭행을 당하고 있는데 왜 아무 반응도 없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알면서도 모른 척하지 하고 있는 건 아니냐”며 “추기경이란 직책을 ‘이름표’로만 달고 다니냐”고 비판했다.

    네티즌 "김수환 추기경과 비교돼"

    천주교 신자라고 밝힌 이용희 씨는 댓글을 통해 “신부 하나 보살피지 못하는 추기경이라면 없는게 낫지 않냐”며 “정 추기경 역시 이명박 정부에 꼼짝 못하고 있다”고 비아냥 거렸다. ‘야무진(닉네임)’은 “추기경이 나서지 못한다면 천주교 신자들이라도 거리로 나와 항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지난 21일 네티즌 ‘별많다(닉네임)은 바티칸 교황청 이메일(lev@lev.va)에 당시 경찰의 신부 폭행사태를 알리는 글을 보내자는 글을 남겨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South of Korea에서 온 메일이 하루에 100통만 쏟아진다면, 교황청에서도 광고 글로 치부하진 않고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동참을 호소했다.

    네티즌 ‘하늘걷기(닉네임)’는 “신부들이 폭행당하는 사진과 동영상을 교황 베니딕도 16세의 이메일로 보냈다"며 교황의 이메일 주소(benedictxvi@vatican.va)와 교황청 홈페이지, 주한 교황청 대사관 전화번호 등 다음 아고라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이에 네티즌들을 “정 추기경보다 차라리 교황한테 편지쓰는 게 나을 것 같다”, “교황청 반응이 궁금하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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