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혹시 일란성 쌍둥이?
    2009년 06월 18일 11: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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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쌍둥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일본을 싫어하는 것 같다. 논리적인 잣대를 세우든 비논리적인 잣대를 세우든 일본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나라는 미국과 더불어 일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은 광복 이후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한국에 영향을 많이 준 것이 사실이며, 일본은 바로 이웃한 국가이며,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 또 문화강국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한 지배의 과거가 있기에 우리 역사에서 영향력을 떨쳐 내려야 낼 수가 없다.

옛말에 “싸우면서 닮아간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이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참 많은 것이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

   
  ▲ AS와 MB

‘무엇이 똑같을까요?~’ 어릴 적 많이 부르던 노래 한 소절이 문뜩 떠오른다. 정치도 닮아가고, 경기가 좋지 않으니 이를 건설업(대운하)으로 메우려는 정책 또한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문제를 제쳐두고서 지금 한참 커다란 이슈로 부각되어 있는 기후변화에 관한 양상을 살펴보면 과연 일본의 현재의 상황에 대처하는 양상이 한국이 답습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고 있다.

AS 정부 “야심찬 계획! 단순하게 생각하지 마!”

일본의 아소 정부가 2020년까지의 온실 효과 가스 삭감 목표(중기 목표, ‘2005년 대비 15% 삭감’)를 발표했다.(2009년 6월 10일)  저탄소 혁명을 내걸면서 일본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계를 배려(산업계는 말도 안 되는 1990년 대비 4%증가를 제시했다)를 한 결과 삭감 목표와 이념이 애매하게 되어 버렸다.

일본 수상이 10일에 공표한 온실효과 가스의 중기 삭감 목표는 저탄소 사회의 실현을 향한 일본의 강한 의지나 이념이 전해지지 않는다. 2020년까지의 삭감 목표에 대해서는, ‘1990년 대비 4%증~25%감’의 6안이 검토되어 왔다.

아소 수상이 선택한 것은 선택사항안 정도의 ‘7%감축’에 태양광 발전의 증가 등으로 1%를 추가한 ‘8%감축’이다. 여기다가 기준 년을 변경해 ‘2005년 대비 15%감’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교토의정서의 약속을 지키는 것조차 불안한데 이 발표로 삭감 폭을 크게 보이게 하려하고 있는 것이다.

MB 정부 “온실가스 40% 감축! 가교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

다들 잘 알고 있는 일본에서 개최된 G8 확대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강조하면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중기목표를 국민적 합의를 모아 2009년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선진국들도 구체적 일정 제시를 꺼리고 있는 판에 감축목표를 제시하겠다고?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5년 기준 5억9,110만 톤으로 1990년과 비교해 98.7% 증가했고, 2030년에는 17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적어도 해외에서는 누구도 토를 달수는 없을 것이다.

일본과 비슷한 산업구조로 철강, 석유화학, 정유, 제지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정부 내부에서도 이권다툼으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진전이 없고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 못하는 상태인데, 2013년부터는 한국도 의무 감축 대상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과연 실천의지나 있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겉만 번지르르한 숫자놀음. 누가 잘하나?

일단 지금까지의 대표적인 양국의 태도를 보면 생색내기에 달인을 보는듯하다. 어쩜 이것 또한 똑같을 수 있는 것인지. 숫자놀음으로 저탄소 혁명에서 외교적 우의를 점하겠다는 것인가? 호언장담을 통해 과연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이번 아소 수상의 다부진 이런 발표에 대한 반응으로 유럽연합 대표는 “ 농담하지 마라”라는 대답을 했다.

양국대표의 발표에는 주요 배출국의 전원 참가와 환경과 경제의 양립 등 중요한 원칙을 내세웠다. 그러나 여기에는 목표의 토대가 되는 비전이 빠져 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패널(IPCC)’은 지구의 온난화 피해를 억제하려면 2020년까지 선진국 전체로 1990년 대비 25~40%의 삭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러한 과학적 판단에 근거해 미래의 지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자국의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갈 것인가 등 이러한 미래상을 그리는 비전은 어디로 사라지고 숫자놀음으로 생색내기에만 급급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 대표의 “ 농담하지 마라”를 한 번 더 말하고 싶다.

우린 믿는 구석이 있다고~

일본의 배출가스 감축 목표가 타협적이긴 하지만 여전히 일본 스스로 달성하기에 어려운 목표이다. 교토의정서 상에 6%의 감축 목표가 주어진 2005년 배출량은 13억 5,900만CO2톤으로 1990년 대비 7.7%가 증가해 초기 목표와의 13.7%에 이르는 차이가 났다. 따라서 1억7,800만 톤이라는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과연 이 많은 양을 어떻게 감축한다는 것일까?

일본 기업들은 이미 극도로 에너지 효율적이며 추가 개선 여지가 크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러면 경제계의 위축을 우려한 정부는 탄소배출권 목표 달성의 상당 부분을 국민의 세금으로 확대되는 배출권 비즈니스의 본격적인 활동에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원자력 발전의 확대이다. 현재 일본 내의 원자력발전 55기가 있는데, 가동률이 전체적으로 1% 상승하면 그것만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화석발전소 대비 0.2% 정도 억제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7.7% 증가분에 대해서도 원자력 발전소의 이용률 저하에 따른 일시적인 영향으로 안정 가동을 통해 2.3%의 온실가스 증가를 해소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이는 잦은 지진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폭탄을 더 얹어놓고 가는 경우가 아닌가 생각된다.

일본과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인가?

이번 생색내기용 일본의 발표에 국제사회에서는 비판이 거세고 일고 있다. 유럽연합(EU)대표는 “다른 나라들이 찬성하면 EU는 30% 감축을 목표로 하겠다”라고 말하고 있다. 유엔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온 상승을 2도로 억제’하기 위해서 선진국 전체가 ‘1990년 대비 25~40% 감축’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이도저도 목적 달성을 못하는 애매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젠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남았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 배출량 증가율 세계 1위, GDP당 배출량 세계 11위의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회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결정을 내리고 대비를 해야 할까?

   
  ▲ 필자

지금껏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는 형국으로 흘러왔다. 의무 감축 대상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한국이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 부담을 가중하고(세금을 이용한 배출권 구입 등) 늘 불안을 가지고 있는 원자력발전 등에 의존한 단기간의 수치 목표 달성을 준비할 것인가?

일본과 같이 쓸데없는 믿는 구석을 만들지 말고 겉만 번지르르한 숫자놀음으로 생색내기에 열을 올리면 안된다. 내부의 논란은 이제 잠재울 때도 되었다. 탁상공론에 머무르는 의견이라면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제는 행동이 필요하다.

하루 빨리 내부적인 합의를 도출하고 목표 설정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업계와 활발한 의견 교환도 필요하고 국민의 의식이나 행동의 변혁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정부가 ‘부탁’해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책이다. 정책으로 국민이 저탄소 사회를 향한 코스트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고 미래를 위한 비전에의 투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기술 혁신을 재촉해서 경제 효과에 연결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구도 이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에 한국은 우리 실정에 맞는 지도력을 발휘하여 중요한 정책을 제시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은 일본과 일란성 쌍둥이가 아니다. 한국은 한국인 것이다.

이 칼럼은 에너지정치센터(http://www.enerpol.net)가 발행하는 격주간 이메일 뉴스레터인 <에너진>에 함께 게재되며, 에너지정치센터의 내부 필진과 비정기적으로 초청되는 외부 필진에 의해서 쓰여집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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