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은 지금 재건축-재개발 열풍”
    2009년 06월 17일 01: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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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의 마지막 작품’

<레디앙> 독자들이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을 할 지 궁금하지만, 70년대 후반 도시계획이 된 과천을 가리켜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천은 전국 최초의 계획도시이다. 지금까지 한결같이 전국 최고의 주거환경을 가진 도시라고 평가되어 왔다.

   
  ▲황순식 의원(사진=황순식 의원 블로그) 

이는 정부종합청사의 상징성과 상대적으로 풍부한 세수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도권 중심부 교통의 요지에 자리했으면서도 그린벨트로 둘려 쌓여 낮은 밀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 바가 크다.

최근에 2개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 되었지만, 아직 저밀도-저층 아파트 단지와 6개의 단독주택지역이 도시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어디서든 집밖을 나서면 풍부한 녹지 환경이 펼쳐져 있고, 청계산과 관악산을 바라볼 수 있으며, 아파트들은 커다란 나무숲과 어우러져 있다.

그래서 과천은 고급 주택지로 인식되어져 있고, 실제로 집값과 전세값이 매우 비싼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단한 부자들만 사는가?’ 하면 또 그런 것도 아니다. 인구의 60%가 세입자이고, 집들이 오래되고 좁기 때문에 적당한 금액의 전세가 많기 때문이다.

60%가 세입자인 고급 주택지 ‘과천’

평촌이나 산본, 일산 등지에서 25~30평에 살만한 소득과 전세금을 가지고 과천의 16~18평 아파트를 선택하여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좀 더 넓은 집을 포기하고 도시 인프라와 주변 환경을 선택한 것이다.

또한 단독주택지역에는 정말 가난한 사람들부터 부자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다. 제 작년에 심상정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과천시의 한 동은 지하방 거주세대의 비율이 35%로 전국 1위를 기록하였다.

이런 지역들은 오랫동안 살아온 분들이 많아서 서로서로 도우며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특성과 인구구성 때문에 지금까지 과천에서는 생협, 대안화폐 등의 공동체형 운동과 대안학교들이 발달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천이 지금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재건축 규제완화와 과천시 도시주거환경정비계획(안) 발표로 도시 전체가 개발 열풍에 휘말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계획안이 조만간 경기도에서 승인받게 되면 도시 전역의 재건축/재개발이 시작될 것이다.

사실 재개발/재건축이 과천만의 일도 아니고, 과천은 예전부터 수도권 재건축 열풍의 진앙지로 손꼽혀왔던 만큼 뭐가 그리 호들갑이냐고 반문할 법도 하다. 어느 지역이건 재건축/재개발이 되면 진보진영은 세입자문제 등 저소득층의 주거권을 위해 싸워야 할 것이고, 녹색진영은 난개발과 녹지의 훼손 등을 막기 위해 싸울 것이다. 그럼에도 과천은 특별히 주목할 만한 특징이 몇 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재건축-재개발 열풍

첫 번째로 과천은 도시 전 지역이 재건축-재개발 대상이라는 점이다. 일부 농촌마을을 제외한 12개의 아파트단지와 6개의 단독주택 지역 중 10개의 아파트단지와 5개의 단독주택지역이 재건축/재개발될 예정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도시의 인구구성이 완전히 뒤바뀌게 될 것이며, 지금까지 만들어졌던 공동체는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다. 좀 더 넓은 집에 높은 전세금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로 시민구성이 ‘물갈이’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과천은 현재의 주거환경에도 매우 높은 만족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천시의 주거만족도는 항상 전국 수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수많은 통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재개발 대상지역인 과천에서 가장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는 문원2단지도 수도/전기/도로 등 도시 인프라는 흠잡을 데가 없다. 청계산에 둘러싸인 전원마을로서 낡은 집만 좀 고쳐서 살면 수도권에서 이만한 주거환경을 찾기 힘들 정도이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이익만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재의 과천 환경에 만족하는 많은 시민들은 집주인이건 세입자건 큰 한숨을 쉬고 있다. 필자는 “과천 전체가 고층 아파트 단지로 바뀌면 이제 과천을 떠나야겠는데, 수도권에서 이만한 주거환경을 가진 곳이 없다. 어디로 가란 말이냐?” 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 있다.

세 번째로는 저소득 세입자들의 주거권과 환경의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높은 밀도는 도시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환경을 악화시키지만, 더 많은 집을 지을 수 있으므로 저소득 세입자들이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을 아주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기도 하다.

세입자들을 위해 과천의 개발제한구역을 풀어서 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진보진영 내에서의 대안 논의도 조금씩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단순한 반대를 넘어 대안을 내 놓으면서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돈이 미래를 결정하면 안돼

분명한 것은 돈의 논리가 도시의 미래를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작정 높은 사업성을 위한 움직임에는 세입자들의 주거권, 공동체의 가치, 도시의 환경과 미래가 논의될 여지조차 없다. ‘세입자들은 재건축에 대해 발언권이 없다.’, ‘돈 없으면 떠나야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으냐?’라는 일부 집주인들의 당당한 주장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한국의 천민자본주의는 금융과 부동산을 통해 국민 모두를 자신의 자산가치를 불리는 경제적 동물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삶을 살면서 돈 뿐만 아니라 이웃과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사는 기쁨을 누리고 살아가야 한다.

내년 선거까지, 그리고 그 이후도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열풍은 부동산 거품이 빠질 때까지 식지 않을 것이다. 과천의 한 카페에서는 세입자 대책에 대한 논쟁이 붙자 진보신당이 다음 선거에서 세입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집주인과 세입자들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하였다. 물론 우리는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싸울 것이다.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확대하고 공동체와 환경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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