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스님 1447명 "대통령 사과하라"
    By mywank
        2009년 06월 15일 03: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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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시국선언이 종교계까지 이어지고 있다. 첫 시작은 불교계가 끊었다. 대한불교 조계종 스님 1,447명은 15일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대통령 사과 △검찰 등 사정기관 중립화 위한 제도개혁 △표현과 집회, 언론의 자유 보장 △용산 참사 해결, 비정규직 노동자 정책적 배려 △4대강 살리기 중단 △자연공원법 개악 중지 등을 요구했다.

    용산참사 해결, 비정규직 배려 등 요구

    이번 불교계 선언은 스님 700여명이 지난 1987년 시국선언을 발표한 이래로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지관스님 불신검문 사태’가 일단락된 이후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최대한 자제해왔던 불교계의 이번 선언은 시국법회 등 향후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을 위한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15일 오후 1시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열린 시국선언 발표 회견에 참석한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인 법안스님은 시국법회 개최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기 모인 사람들이 불교계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문제는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15일 오후 조계사에서 열린 불교계 시국선언에서 법타스님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음력 4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3개월간 바깥출입을 금하고 참선수행에 집중하는 ‘하안거(夏安居)’ 기간에 산문을 나선 스님들의 시국선언에는 절박함이 담겨있었다. 스님들은 “우리의 어리석음이 결국 2년도 채 되지 않아 양심과 표현, 언론의 자유가 억압되고 순수한 촛불 맞서 공권력에 짓밟히는 참담한 현실을 불러오고 있다”며 선언의 취지를 밝혔다.

    이들은 ‘국민이 부처입니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전문 및 참가자 명단)을 통해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또 다시 시련과 고통 속에 몸부림치고 있다”며 “전직 대통령 서거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반성조차 없는 현 정부의 부도덕한 행태와 죽음마저 음해하는 정치검찰의 패악을 목도하며 우리는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어리석음이 참담한 현실 불러와"

    이어 “부처님은 기원정사에서 왕이 갖춰야할 덕목을 설하며 ‘남의 충고를 듣지 않고 자비심이 없고 포악하면 왕이 권위를 잃고 나라에 도적이 들끓게 된다’고 말했다”며 “국민 위에 군림하며 공권력에 의지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유린해 온 지난날을 깊이 반성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국가적 희망과 미래도 없다는 사실을 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조계종 스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현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친 재벌정책, 남북관계 악화 문제 등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진오스님(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공사 대표)은 “지금 이명박 정부가국민을 무시하고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스님들이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어, 하안거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다”며 “이제 불교계가 국민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진오스님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

    법안스님은 “당초 1,000여명의 스님들이 동참하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시국선언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1,500명에 가까운 스님들이 동참하게 되었다”며 “물론 이는 조계종 스님들 중에 일부이지만,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전 은혜사 주지인 법타스님도 “이제 대통령에 귀를 열어달라고 부탁해야 한다”며 “만약 정부에 전달한 우리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5백만 불자들이 다시 들고 일어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금강스님, 종원스님, 법타스님, 현각스님, 법안스님, 진오스님 등 10여명의 조계종 스님들이 참석했으며, 회견 뒤 조계사 대웅전에서 이명박 정부의 참회를 촉구하는 ‘죽비 봉정의식’을 거행했다.

    천주교, 기독교도 시국선언 예정

    한편, 천주교, 기독교의 시국선언 발표도 예정되어 있다. 전국의 천주교 교구사제들은 이날 오후 4시 반부터 가톨릭회관에서 현 시국을 논의하기 위해 비공개회의를 연 뒤, 오후 7시 용산 참사 현장에서 열리는 시국미사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18일에는 대한예수장로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목회자들이 ‘목회자 1000인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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