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J 고언 과민반응…소금맞은 미꾸라지들?
    By 내막
        2009년 06월 15일 11:18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소금 뿌린 미꾸라지’라는 표현이 적절할 듯싶다. 전국 80여 개가 넘는 대학에서 4천여 명에 달하는 교수들이 수십 건의 시국선언을 쏟아내고, 시민단체와 대학 총학생회는 물론 청소년들까지 시국선언에 동참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11일 연설을 대하는 반응이 그렇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뜨거운 반응에는 국가원로(?)로 분류되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여권의 일부 인사들은 옮겨오기조차 짜증날 정도의 극언도 쏟아냈다.

    청와대는 지난 5월29일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도사도 못하게 막은 바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을 대하는 정부여당 측의 과민 반응을 예사로이 보고 넘길 수 없게 하는 또 하나의 근거이다.

    DJ "이대로 가면 이명박 정부 불행해져"

    김대중 전 대통령은 11일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특별강연회’에 참석해 이명박 대통령이 큰 결단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지금 우리나라 도처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해 민주주의를 역행시키고 있다 하고 있다"며, "오랜 정치 경험과 감각으로 볼 때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현재와 같은 길로 나간다면 국민도 불행하고 이명박 정부도 불행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참석자들을 향해서도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문한 500만 명의 문상객 중 10분의 1만 사전에 나섰어도 노 전 대통령은 그렇게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남겼다.

    김 전 대통령은 "선거 때는 나쁜 정당 말고 좋은 정당에 투표해야 하고, 여론조사도 그렇게 해야 한다"며, 4,700만 국민이 모두 양심을 갖고 서로 충고하고 비판, 격려한다면 이 땅에 독재가 다시 일어나고, 어디서 소수 사람들만 영화를 누리고 다수 사람들이 힘든 이런 사회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통일을 할 때 100년, 1000년이 걸려도 전쟁으로 하는 통일은 안 된다"며, "행동하는 양심으로 자유와 서민경제를 지키고, 평화로운 남북관계를 지키는 일에 모두 들고일어나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 희망 있는 나라를 만들자"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난데없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김대중 성토대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 대해 이튿날인 12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30분간에 걸쳐 강력한 성토대회가 열렸고, 한나라당은 회의석상과 대변인 논평, 의원 개인 보도자료 등을 통해 김 전 대통령 연설에 전방위 역공을 취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와 관련해 이동관 대변인이 브리핑한 발언들(발언 주체가 비서관인지, 대통령인지는 나와 있지 않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내용과 무관하게, 왜 북한을 비판하고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비판하지 않느냐는 식의 ‘남의 다리 긁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는 평가다.

    이 날 회의에서는 "530만 표라는 사상 최대의 차이로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독재정권처럼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나왔는데, 이에 대해서는 히틀러까지 갈 것도 없이, 한나라당의 전신인 이승만·박정희 정권이 ‘선출된 독재 정부’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씀 중 어디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분열시키는 대목이라는 것인지 정확하게 답할 것을 요구한다"며, "심지어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안상수씨는 공식회의 석상에서 “김대중씨”라고 운운하며 전직대통령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않는 저급함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 "어느 수석은 ‘530만 표라는 사상 최대 표차이로 선출된 이명박 정부’임을 강조했다고 하는데, 500만 이상의 국민의 슬픔과 분노와 요구에 대해서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며, "이 두 500만의 차이가 무엇이냐, 민심을 그렇게도 모르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빈부격차 완화되는 추세" 주장

    이동관 대변인은 특히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빈부격차는 앞선 정권에서 더 심화됐다. 현 정부 들어서는 오히려 완화되는 추세"라는 발언도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지난해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 대해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과연 어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이 청와대 핵심관료 회의에서 30분간이나 성토대회를 할 만큼 중차대한 국가적 사안이었냐"고 비판했다.

    우 대변인은 "집권여당이 점점 더 소심해지고 자기방어적이 되어서 정권에 정당한 비판하는 사람에 대해, 도리어 언어 폭력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우 대변인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 하나 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집단 괴롭힘에 열을 올리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는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렇게도 국정에 자신이 없으면 솔직하게 못해 먹겠다고 하고 자진해서 물러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진보신당 "독재를 독재라 부르는 게 뭔 잘못?"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독재적 행태를 보이는 정권을 독재정권이라 말하는 게 뭐가 잘못됐냐"며, "이명박 정부가 초래한 남북관계 악화와 현 시국상황을 걱정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연설은 한 마디도 틀린 게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지안 부대변인은 "약이 되는 쓴소리에 정부여당이 귀 닫고 있을수록 이 정권의 임기는 더욱 짧아질 것을 한나라당은 똑똑히 알아야 한다"며, "어떠한 저항을 해도 개선의 여지가 없는 불통정권에 국민의 절망은 더욱 깊어만 간다. 이 절망은 분노의 힘으로, 새로운 민주주의를 여는 힘으로 다시 피어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