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윤해모 지부장 사퇴 의사
    By 나난
        2009년 06월 15일 03: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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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윤해모 지부장이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 진행 중인 15일 돌연 사퇴의사를 밝혔다가 유보해 파문이 일고 있다. 현대차 지부의 경우 위원장이 사퇴하면 노조 규약에 의해 집행부가 총사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 경우 회사와의 협상도 사실상 중단하게 된다.

    "2교대제 시행에 따른 내부 갈등이 원인"

    윤 지부장은 이날 오전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사퇴의사를 밝혔으며, 이 소식을 접한 노조 대의원들이 윤 지부장과의 면담을 통해 일단 사퇴의사를 유보시켜 놓은 상태다. 현대차 지부는 16일 노조집행부와 각 공장 노조대표가 참석하는 확대운영위원회 회의를 거쳐 최종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현대차 지부는 이와 관련 15일 오전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사퇴 의사는 윤해모 지부장의 개인적 의견”이라며 “최종 결정은 확대운영위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확인했다. 

    임단협 도중에 지부장이 사퇴하는 경우는 현대차 지부 역사상 최초의 일로, 윤 지부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변에서는 2교대제 시행에 따른 노조 내 갈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으며, 특히 윤 지부장이 소속돼 있는 정파 안에서도 이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 한 관계자는 “2교대제 시행 합의에 따라 현장 지도력이 상실됐고, 이와 함께 최근 현장 조직 내에서의 갈등을 견디지 못해 사퇴를 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퇴의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주간연속 2교대제는 주야 맞교대로 이뤄지는 생산현장을 야간 근무 없이 2교대로 바꾸는 제도로,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노사협상에서 올 1월부터 전주공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범 시행한 후 9월부터 전 공장으로 확대 시행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사측이 경기 침체를 이유로 2교대제 시행을 유보하자 노조 내에서도 이견이 갈렸다.

    소속 정파와도 이견

    윤 지부장이 소속된 현장노동조직인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민투위)는 노사의 2교대제 합의에 대해 ‘섣부른 결정’이었다며 비판적 입장을 취해 노조 집행부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현대차 노사는 주간연속 2교대제에 합의하며 노동시간 단축과 심야 노동, 임금 체제 개편 등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노동시간은 8+8에서 8+9로 늘어났으며, 이로써 자정을 넘기는 심야노동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임금 체제 개편 즉, 월급제 시행은 2009년 10월로 미뤄졌다. 이에 대해 민투위는 노동강도, 임금삭감, 고용불안 없는 ‘3무 정책’이 훼손된 주간연속 2교대 합의로 물량 조절의 주도권이 사측에 넘어갔다며 비판해 왔다.

    또 올 1월부터 시범 시행되기로 했던 주간연속 2교대제가 6월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자 현장의 일부는 사측에 주간 2교대를 확실히 요구하며 투쟁하자는 입장인데 반해, 다른 일부는 일단 협상을 진행하자고 주장하며 이견을 보였다. 여기에 일부 노조 간부가 이 문제로 10차 교섭에 불참했으며, 12일로 예정됐던 11차 교섭마저 갑작스레 16일로 연기된 바 있다.

    여기에다 최근 노조 사무국장이 아반떼 물량 이동과 관련해 ‘현장의견 수렴 없이 독단적으로 합의를 추진했다’는 이유로 민투위로부터 징계를 받아 제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윤 지부장이 소속된 민투위에서 사무국장이 징계됨에 따라 집행부와 현장조직 간 갈등은 더욱 증폭됐다는 분석이다.

    윤 지부장의 사퇴의사가 실제 사퇴로까지 이어질 경우 현재 진행 중인 2009년 임단협에 상당 부분 차질이 빚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16일로 예정된 임단협 교섭은 사실상 무산됐다. 또한 ‘지부장 사퇴시 다른 임원도 자동 사퇴한다’는 지부 규정에 따라 윤 지부장의 사퇴는 결국 집행부 총사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16일 확대운영위 발표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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