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북강경책, 이란 겨냥 측면
    2009년 06월 15일 04: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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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지정학에 있어서 미국 대선 못지않게 중요했던 이란 대선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의 압도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12일 실시된 선거에서 아마디네자드는 62.6%의 득표율을 기록해 33.8%에 머문 미르 호세인 무사비 후보를 눌렀다.

무사비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불복’을 선언했고, 아마디네자드는 개혁파 정치인들을 체포하는 등 이란 정국이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란의 정권교체를 내심 바랐던 오바마 행정부는 실망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역풍을 우려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이란은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대외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는 거의 모든 문제들에 걸쳐 있다. 핵문제뿐만 아니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이라크의 미래, 아프가니스탄 전쟁, 중동의 핵 도미노 등 중동 및 그 인근 정세의 ‘핫스팟(hot spot)’이다.

또한 동유럽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을 둘러싼 미국-러시아의 갈등, 핵확산금지조약(NPT)과 북핵 문제 등 핵비확산 체제, 그리고 국제유가 변동을 포함한 세계경제에도 중대한 변수이다. ‘거대한 그물망’의 시대의 중심에 이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오바마 행정부가 잇따른 유화 제스처로 이란에 대화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 까닭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핵주권론’과 ‘중동의 패권’을 도리는 아마디네자드의 압승으로 오바마는 중대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오바마는 이란 대선 8일 전에 이집트의 카이로를 방문해 ‘중동 구상’을 발표하는 등, 이란 온건파 후보를 직간접적으로 도우려 했다. 그러나 중동에서 불기 시작한 ‘오바마 효과’는 일단 테헤란에서 막히게 됐다.

오바마와 아마디네자드

실제로 미국과 이란 양국의 외교정책 노선을 보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첨예하게 맞서 있는 우라늄 농축 문제와 관련해, 이란은 NPT 회원국으로 갖는 당연한 권리라며 ‘협상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의 진짜 의도는 원자력 발전이 아니라 핵무기 개발에 있다고 보고,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포기를 종용하고 있다. 참고로 UPE는 재처리와 함께 NPT 회원국에게 보장된 권리이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핵무기 개발로 전용될 수 있는 대표적인 ‘이중 용도’ 기술이다.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던 UEP 중단 요구를 철회하면서까지 대화의 문을 열려고 했지만, 아마디네자드는 “그건 이미 지나간 문제”라며 대화 제의를 일축해왔다. 오히려 아마디네자드는 UEP와 같은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라 세계 평화와 같은 근본문제를 가지고 유엔 본부에서 ‘끝장토론’을 벌이자며, 정치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또한 이란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제안한 ‘동결 대 동결’, 즉 이란은 UEP 활동을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는 추가적인 제재 부과를 유예하자는 요구도 거절했다.

중동평화협상,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도 양측은 첨예하게 맞서 있다. 오바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두 국가 모델’을 주창하고 있는 반면에, 아마디네자드는 시오니즘 국가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反) 이스라엘 노선을 분명히 해왔다.

이라크 철수 문제와 관련해서도 오바마는 단계적 철수를 공언한 반면에, 아마디네자드는 즉각 철수를, 아프가니스탄과 관련해서도 오바마는 이란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반면에, 아마디네자드는 외국군의 철수가 해답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풀리는 게 없는 오바마

전반적인 정세는 오바마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벤자민 네탄야후 총리는 14일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에 동의하겠다고 말했지만, 팔레스타인은 물론이고 미국도 동의하기 힘든 조건을 내걸었다.

   
  

유대인 국가로서의 이스라엘 인정은 물론이고, 팔레스타인의 비무장화와 서안 지구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 지속 등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즉각적인 거부 의사를 밝혔다. 네탄야후의 연설은 오바마의 6월 4일 ‘카이로 연설’의 답변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이슬람권은 물론이고 오바마의 기대에도 한참 못 미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바마는 자신이 밝힌 ‘이슬람권과 서방 세계의 화해’와 이슬람권에서 일어날 ‘반(反) 이스라엘 정서’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위험이 커졌다. 반면 아마디네자드의 대 이스라엘 강경 노선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라크 정파간의 화해는 여전히 안개 속에 있고,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의 사태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오바마로서는 이란의 협조가 더욱 절실해졌는데, 아마디네자드의 재선으로 ‘짝사랑’으로 끝날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더구나 최근 국제유가의 상승은 이란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란이 ‘부시의 미국’을 상대로 큰 소리를 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은 ‘고유가’에 있었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국제유가의 급락으로 이란 역시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여름 배럴당 150달러를 넘다들던 국제유가는 올해 초에는 3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달러와 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국제유가는 70달러 선을 회복했다. 미국으로서는 이란을 압박할 수 있는 지렛대가 약화된 반면에, 이란으로서는 숨통을 트게 된 것이다.

아마디네자드의 재선과 오바마의 대북정책

기실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오바마의 대북정책이 강경한 이유는 이란을 겨냥한 ‘경고 효과’에 있었다. 대화를 거부하면서 핵실험까지 강행한 북한에게 강력한 제재를 부과함으로써, 이란에게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가 북한에 강경하게 나올 때, 이란은 움츠리기보다 오히려 대미 대결 노선을 강화해왔다. 아마디네자드의 재선 성공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란 대선에 미친 영향도 미미하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그렇다면 앞으로 오바마의 대북정책과 대이란 정책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될까? 어느 한 나라를 상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오바마는 북핵과 이란 핵이라는 이중적이고도 동시적인 도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내년 5월에 열릴 NPT 회의는 물론이고 오바마가 야심차게 선언한 ‘핵무기 없는 세계 만들기’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한반도와 중동에서 군사적 위기가 동시에 고조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핵과 이란 핵 모두,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과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란을 협상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과 설득도, 이란의 불응시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 부과도 모두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와 역할이 필수적이다.

북한과의 관계 악화를 불사하고 대북 압박과 제재에 동의해왔던 중국과 러시아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대화의 문을 열려고 할 것이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1874호에 동의하면서도 핵심적인 제재 내용을 ‘의무’가 아니라 ‘촉구’로 낮춘 것도 이러한 복안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게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한미일 3국 주도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 이행이나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 개최 시도 등에 제동을 걸려고 할 것이다. 고위급 특사 파견 등 오바마 행정부에게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요구 수준도 높일 것이다.

지금까지 오바마는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의 입장을 존중해왔다. 그러나 아마디네자드의 재선 성공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더욱 절실해진 오늘날, 그리고 한반도와 중동의 동시적 위기를 예방해야 할 필요가 더욱 커진 오늘날, 오바마의 계산은 달라질 공산이 크다.

대선 유세 때,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행보로 핀잔을 들었던 오바마는 당선 직후부터 이스라엘과의 갈등을 불사하면서까지 이란에게 대화의 손을 내밀고 있다. 이는 오바마의 대북정책도 앞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부시 8년간 대북정책의 최대 변수는 이라크였다. 마찬가지로 오바마의 대북정책의 최대 변수는 이란이 될 공산이 크다. 이것이야말로 ‘거대한 그물망’의 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최근 쓴 책으로 ‘오바마의 미국과 한반도, 그리고 2012년 체제’(레디앙, 2009)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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