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비정규직 대량 해고한다
    By 나난
        2009년 06월 12일 04: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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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방송(KBS) 경영개혁단이 오는 7월 1일 사내 연봉계약직 420여명에 대해 ‘계약해지’ 및 ‘자회사 이관’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비정규직보호법 적용 시점을 앞둔 상황에서 ‘2년 이상 근로시 정규직으로의 전환의무’를 피하고자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영개혁단은 지난 5일 고령자보호법과 특수전문직 조항에 따라 법적용에서 배제되는 30명에 대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특수영상 및 수신서비스, 영상편집, 시설관리 등에 종사하는 120명에 대해 자회사 이관, 나머지 270여명에 대해서는 계약해지할 것을 노사협의회에 보고했다.

       
      ▲ KBS 본관 전경 (사진=미디어 오늘)

    계약직 420여명에 ‘계약해지 및 자회사 이관’

    이에 따라 짧게는 4~5년, 길게는 수십년 이상을 KBS에서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잃고 일터에서 쫓겨나거나 고용불안에 내몰리게 됐다.

    이에 KBS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은 “비정규직 보호법은 비정규직으로 근무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기 위한 법”이라며 “사측은 그동안 힘없는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이라는 멍에를 씌워 저임금에 노동착취를 서슴지 않더니 이제는 계약해지라는 서슬 퍼런 칼날로 동료들의 목을 쳐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노조 전 위원장인 현상윤 PD 역시 ‘무엇을 위한 계약해지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KBS의 한 구성원으로서 임금과 신분상의 차별을 감내하며 살아온 이들에게 차별시정은커녕 해고라는 극약처방을 강행하고서도 KBS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공익적 방송매체로서 존속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법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고하고 2년 이상 근로시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420여명에 대해 비정규직 보호법대로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비정규직 보호법을 적용하라

    한편, 이번 인사단행은 경영적자를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도 해석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노조는 “이병순 사장은 지난 5일 노사협의회 자리에서 품위 있는 경영을 하겠다고 천명했으나 경영위기를 이유로 공영방송 KBS가 비정규직을 거리로 내모는 것이 과연 품위 있는 경영이냐”고 비판했다.

    실제로 KBS는 지난 10일 5월 수지현황 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KBS의 적자규모는 올 5월까지 39억원으로 당초 예상했던 237억원보다 198억원 줄었다”며 “봄 개편 등으로 5월에만 방송제작비 35억원과 시설운영비 11억원을 줄였고, 임금과 복리비 14억원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또 “광고시장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지난해 5월에 비해 144억인 25%가량 줄었지만 점유율은 27.6%로 2.8%P 상승해 타사에 비해 프로그램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인건비와 제작비 절감 등 자구 노력을 더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상윤 PD는 “자회사 이관이나 파견직으로의 대체 근로를 통해 1인당 평균 연봉 500만원씩 절감한다고 해도 연간 20억원, 무기계약 전환시 추가되는 각종 복지비용까지 감안해도 절감되는 비용은 최대 3~40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KBS 총예산의 0.3%에 해당하는 수준.

    예산절감보다 치러야 할 대가가 더 막대

    이번 인사개편에 포함된 420여명이 특수영상, 수신서비스, 영상편집, 조명, CG, MD, 시청자서비스, 시설관리, 안전관리 등의 정규직 못지않은 전문성과 숙련도를 갖춘 필수요원이라는 점에서 현 PD는 “0.3%의 예산절감은 위해 KBS가 치러야 할 대가가 더 막대하다”고 말했다.

    KBS 방호인협회․수신기술인협회․업무협의회 등도 성명을 내고 “법 적용 시점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경영혁신을 이유로 연봉계약직 동료들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회사의 정책은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며 “효율성 없는 정책은 조직과 구성원들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전시행정, 탁상행정, 졸속행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는 전시행정을 위한 도구가 아닌 보호 대상”이라며 “칼바람을 약자에게로 향하는 비겁하고 정의롭지 못한 과거를 답습하는 고민 없는 베끼기 경영, 무능 경영을 자인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전원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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