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애가 전교조 '샘'을 만나길 바라며
        2009년 06월 12일 01: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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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조가 만들어진지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난 달에는 중앙 본부가 20주년이었고, 이번 달에는 시도 지부입니다. 어릴 적 놀러갔던 동네의 전교조 모 지부는 오늘(6월 11일)이더군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등으로 조촐하게 넘어가고 있지만, 성인이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별 시덥지않은 아이지만, 인사를 꼭 저명인사만 하란 법은 없으니까요.

    지난 20년 동안 전교조가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참고로 전 좋거나 행복하거나 감동적인 경우에 ‘재미있다’라고 표현합니다.

    1989년 이후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전교조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전교조 본부에서 일하는 선배들을 대학 초년생 시절에 만나지 않았으면, 전교조 샘들의 온나라 걷기 대회에 아무 생각없이 나가지 않았으면 다른 삶을 살았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전교조 로고를 만날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 정진후 위원장와 김현주 수석부위원장

    꼬맹이일 때 놀러가던 사무실에서 도OO샘, 오OO샘, 김OO샘, 성OO샘, 안OO샘 등을 뵙지 않았으면 지금과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20년 동안 전교조와 함께 하여 재미있었습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주고, 가장 좋은 교육이 그렇듯 스스로 대답을 찾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샘들과 달리, 아직은 생각만 많을 뿐 좀처럼 움직이려고 하지 않아 여러 모로 부족하기만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조용히 기다려주기 때문입니다.

    집단이기주의(?)

    요즘은 전교조가 가히 동네북입니다. 초창기에 애정어린 눈으로 쳐다봤던 분들도 요즘은 애증의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보수야 당연한 거고, 진보세력도 말합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소위 ‘집단이기주의’입니다. 초심에서 벗어나 교사집단의 이기적인 주장을 앞세운다고 합니다.

    그런 지적들을 이해못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뭐가 이기적이었나?”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20년 동안 임금인상 해달라는 요구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노동조합 보고 ‘집단 이기주의’라고 말할 수 있는지, 성과급을 더 달라고 주장하기는 커녕 성과급 받기 싫다고 반납하는 집단을 이기주의라고 규정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어떤 분들은 합법화 이후 7차 교육과정 반대, 네이스(NEIS) 반대, 교원평가 반대 등 반대의 목소리만 내면서 학생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교사의 기득권 보호에만 매달렸다고 지적합니다. 반대의 목소리만 주로 보였던 건 사실입니다. 지금보다 거리로 많이 나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부터 지금까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추진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신자유주의를 수용하는 입장이라면 반대가 아니라 찬성이나 조건부 찬성을 해야겠지만, 그럴 수 없었겠죠. 김대중 정부의 수준별 교육과정은 조건부 찬성하고, 이명박 정부의 수준별 교육과정은 반대하고, 그럴 수는 없었겠죠.

    납득하기 어려운 지적은 “학생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교사의 기득권 보호에만 신경썼다”는 부분입니다. 7차 교육과정, 네이스, 교원평가 모두 교원의 노동유연화나 구조조정을 주로 내세운 게 그 증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람이기에, 기억이 다를 수 있습니다. 7차 교육과정은 수준별 교육과정이 사실상 우열반으로 귀결되면서 입시위주 교육으로 흘러가고, 네이스는 학생의 정보 인권을 침해한다고 전교조가 말했기 때문입니다. 이게 학생과 무관한 교사의 기득권이라면 할 말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7차 교육과정이나 네이스 등으로 교사들의 이권만 챙겼다고 말하면 곤란합니다.

    물론 교원 구조조정을 말하지 않았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핵심 슬로건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구조조정의 위험성을 말하는 게 문제라면, 전교조가 구조조정을 수용해야 한다고 보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 노동조합은 구조조정에 반대하면 안되는 거였군요?

    교원평가가 결정적이었다고 지적을 많이 하는데, 여기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교원평가를 수용하라거나, 쓰린 가슴으로 교원평가를 받아들이는 자기 희생 위에서 신자유주의 교육과 대항해야 한다는 이야기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교원평가가 시행되면 누가 대상이 될 지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자발적으로 학생과 함께 교원평가, 사실은 수업평가를 한 샘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 중에서 교원평가해야 한다고 말하는 샘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열린교육이나 수행평가 등 자발적으로 하던 훌륭한 실험들이 정부에 의해 제도화되면서 본래의 취지는 사라지고 망가진 경우도 있습니다. 더구나 지금은 이명박 정부입니다.

    부적격 교사 때문에 교원평가가 필요하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 또한 학교와 교사에 대한 기억은 나쁩니다. 졸업식에 가지 않은 건 기본이고, 성인이 되어서 학교를 찾은 적도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교원평가로 부적격교사가 솎아질지는 의문입니다.

    아마 기대와 달리 전교조를 척결 대상 1호로 보는 이명박 정부답게 전교조 샘들이 박멸되지 않을까 합니다. 일제고사로 해직된 분들을 보십시오. 누가 학교를 떠나는지 말입니다. 이게 과연 학생들을 위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 사진=손기영 기자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교조는 집단 이기주의 맞습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에 전교조는 ‘집단’적으로 ‘이기’려고 했습니다. 그게 죄입니다.

    그러니 다음부터는 집단적으로 패배하려고 하십시오. 수준별 교육과정이나 우열반도 수용하고, 학생의 정보 인권이나 전반적인 학생인권도 모른 척 하고, 교원평가 수용하십시오.

    교육적으로 옳은지 그른지 따지지 말고, 사람들이 하라는 대로 하십시오. 반대의 목소리만 낸다고 지적하면 찬성의 목소리도 내고, 왜 자꾸 거리로 나오냐고 하면 학교에 조용히 계십시오. 그런다고 증오나 애증의 시선이 애정어린 눈으로 바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현실적인 대안(?)

    어떤 분은 반대만 한다고 말합니다. 초창기에는 ‘참교육’이라는 슬로건으로 좋았는데, 점차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맞습니다. 대안 없이 반대만 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기억하기로는 지난 20년 동안 종합적인 교육개혁안을 두 차례 내놓은 바 있습니다. 홍보를 소홀히 해서인지, 언론이 보도하지 않아서 그런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개별 사안의 대안들도 없는 건 아닙니다. 대안적인 교육과정도 있고, 대안교과서도 있고, 학교자치의 대안도 있고, 학교평가 대안도 있고, 학생인권 대안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책상에서 뚝딱 나온게 아니라 교육계에서 부패 추방하고, 촌지와 불법찬조금 거부하고, 체벌 반대하고, 강제 보충이나 야자 폐지 앞장서고, 참교육의 내용 고민하고 실험하고 그러면서 만들지 않았습니까. 물론 홍보를 소홀히 해서인지, 언론이 보도하지 않아서 그런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분은 20년 동안 학교가 바뀌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른바 전교조 효과가 없다는 겁니다. 맞습니다. 눈에 띌만한 ‘전교조 효과’는 없습니다. 전교조나 전교조와 같은 생각을 지닌 정치세력이 권력을 잡아서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시도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위 ‘전교조 보험’에 가입한 샘들 말고, “저 샘은 진짜다”라는 느낌이 드는 분을 만나면 작은 변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일제고사에서 이미 경험한 것처럼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몇몇 샘들은 해직되어 당분간 교실에서 만날 수 없지만 말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작은 분교가 바뀌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작은 변화는 홍보를 소홀히 해서인지, 언론이 보도하지 않아서 그런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으라고 말합니다. 대안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현실적인 방안은 전교조 샘들이 입시위주 교육을 하는 겁니다. 학교에서 우열반하고 선행학습하고 보충수업 하는 겁니다.

    입시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고 사교육비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존재하지만 행위자도 버젓이 있기 때문입니다. 진보든 보수든 상관없이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특목고와 일류대를 노리는 상황에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교조는 끊임없이 말합니다. 하지만 평준화를 이야기하면 매도당하고, 학벌과 입시를 말하면 지겨워하고, 교육복지를 주장하면 시큰둥해 하고, 학급당 학생수 감축을 언급하면 당연한 걸 말한다는 눈으로 쳐다봅니다. 그리고 대부분 돌아오는 반응은 ‘어느 세월에’와 ‘그게 되겠어’입니다. 안타깝습니다.

    소통방식이 아쉽기도 합니다.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한 번 말하면 오래 말하고, 잘 들으려 하지 않고, 가르치거나 설명하려 하고, 바꿔 말하지 않고 같은 말 반복하고, 잘 움직이려고 하지 않고 등 직업병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양반이 정말’이라고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한편으로는 ‘학생들하고는 재밌게 소통 잘하는 것 같더니 어른이나 여론과는 아닌가’라고 여기기도 합니다.

    그래도 간혹 다른 느낌일 때도 있습니다. 한번은 몇몇 샘들이 모여 일제고사 어떻게 할 거냐고 상의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이미 한 차례 해직 경험이 있는 샘이 “일제고사 거부하거나 조금이나마 움직이면 해직당하잖아요? 서울이 그렇고 강원이 그랬잖아요? 해직 경험 있는 사람은 그 고통을 잘 알잖아요? 이건 개인적인 결단의 문제입니다. 전교조가 그걸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해야 한다면 해직을 각오하겠습니다. 옳은 길은 가야 하니까요”라고 말합니다. 이 발언 전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장황하게 설명한 게 흠이긴 했지만, 강한 느낌을 받습니다.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전교조는 내용, 움직임, 소통 세 측면에서 당분간 줄타기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너무 나가지 않았나 여길 때도 있을 것이고, 어떤 경우에는 왜 이리 답답들 하실까 라고 느낄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진심은 믿고 있습니다.

    조달청만은 되지 않았으면

    아쉬운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전교조 안에서도 초심론이 나올 때가 그렇습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교육개혁의 담론이 필요한데, 20년 전으로 돌아가자는 말인지 헷갈리기 때문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사회학자들이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대학서열’을 고발하고, 파리의 택시 운전사가 ‘무상교육과 대학평준화’를 소개하고, 작은 단체가 ‘학벌’을 고발하고, 학부모들이 ‘급식’을 제기하고, 일단의 사람들이 대안교육을 실험하는 등 전교조 외부에서는 다양한 시도들이 나왔지만, 정작 전교조에서는 ‘참교육’을 능가하는 포지티브한 슬로건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2000년 이후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의 정책들이 계속해서 쏟아진 영향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이명박 정부로 인해 여기저기에서 고심하고 모색하고 있으니,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자판기나 조달청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요 근래 눈살을 찡그리게 하는 게 있는데, 전교조를 대하는 일부의 태도입니다. 전교조의 인기 하락 등과 맞물려 “전교조는 뒤에 있어야 한다”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판단이야 자유니까 그럴 수 있지만, 그럴 바에는 전교조와 상관없이 활동하면 되지, 필요할 때는 왜 전교조를 찾는지 모르겠습니다. 자판기나 조달청으로 인식하는 전형적인 경우입니다.

    그래서 조달청만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전교조가 바라봐야 할 곳은 학생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처럼 학생을 위한 자판기라면 모를까, 다른 이들을 위한 조달청은 곤란하니까요. 더구나 전교조는 계륵이 아니지 않습니까.

       
      ▲ 사진=청소년인권행동

    횡설수설 길어졌습니다. 어쩌다보니 감사의 인사보다 다른 말이 많았습니다. 평소와 달리 감정도 조금 들어갔습니다. 더 이상해지기 전에, 하고자 하는 말로 끝내야겠습니다.

    지난 20년 전교조로 인해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감사드립니다. 여러 가지 진통을 겪어왔고 애증어린 시선도 많지만, 다른 눈도 있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두려운 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아닙니다. 가장 염려가 되는 건 전교조입니다. 올해 교원평가 법안의 국회 통과는 거의 확실시됩니다. 빠르면 내년부터 시행되겠죠. 그리고 해마다 2~3번 전국단위 일제고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큰 아이가 몇년 후면 초등학교에 들어갑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저 분은 진짜다’라는 전교조 샘을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아비가 느꼈던 재미를, 아니 교실에서는 아비가 경험하지 못했던 재미를 아이는 학교에서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나 제 아이에게는 전교조 샘이 필요합니다. 주저앉는 전교조는 재미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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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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