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무지 이해 안되는 화물연대 파업
        2009년 06월 11일 02: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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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0일 밤 10시 40분경 최종 교섭이 결렬되었다. 이유는 단 하나 “화물연대”를 표기하는 문제였다. 6월 2일 첫 교섭을 시작하여 14차에 이르기까지 어렵게 끌어 온 교섭이 허망하게 끝나는 순간이었다. 현안으로 되어 있는 원직복직을 비롯한 많은 문제들에 대해 거의 의견이 접근되어 있는 상황에서 서명 주체의 문제로 합의문 전체가 파기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화물연대 네 글자를 빼라

    이를 두고 국토해양부는 “사실상 합의가 이뤄졌는데도 화물연대가 합의서에 화물연대 명의로 서명하겠다고 주장하여 협상을 결렬시킨 것은 미복귀 차주들을 볼모로 화물연대의 세력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는 억지 논평을 내 놓았다. 이건 개그다.

    그동안 교섭에 참가해 온 것은 양측 각 2명이었다. 화물연대 측은 광주지부장과 대한통운 부분회장이 참가했다. 사측은 광주지사장과 영업팀장이 참가했다. 합의가 끝나면 당연히 자신의 이름을 쓰고 서명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대한통운은 화물연대를 뺀 ‘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분회’를 고집했다. 이름만 쓰고 성을 쓰면 안 된다는 희한한 논리였다. 처음 교섭에서 제출된 “대한통운 광주지사로부터 계약 해지된 택배사업자 대표”에서 “대한통운 광주지사 화물택배 종사자 대표”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분회”로 끝난 셈이다.

    화물연대와 단체협약을 맺어 온 대한통운

    그렇다고 대한통운이 화물연대와 처음으로 자리를 한 것도 아니다. 교섭이 열린 충남에서 화물연대와 대한통운이 포함된 극동 등 운송회사 들은 2007년부터 올해까지 3년에 걸쳐 합의서가 아닌 “단체 협약서”에 서명해 왔다.

    거기에는 “노동조합 활동보장”은 물론이고 “화물연대 조합원임을 이유로 스티커 등 차량부착물 철거요구, 불공정 배치 등 일체의 탄압을 할 수 없다”는 불이익 금지 조항, “고용승계”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단체협약서도 아닌 현안에 대한 합의서 서명에 화물연대를 빼야 한다는 이상한 억지가 등장한 것이다. 자신들은 대한통운 광주지사장이라는 이름을 다 쓰면서도 노동자 측에게는 “화물연대” 네 글자를 빼라는 억지를 부린 것이다. 이로 인해 경제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는 파업이 유도되고 있다.

    도대체 배후에 무엇이 있는가?

    몇 가지 유추가 가능하다. 첫째는 현재 택배사업자 회장으로 있는 정길영 대한통운 택배사업 본부장이 화물연대와 교섭을 타결함으로서 위신이 깎이는 것을 우려했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것은 합의문에 어떤 방식으로 서명하든 언론에 ‘대한통운과 화물연대 합의 타결’로 보도될 것이라는 점에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처사에 불과하다.

       
      ▲ 사진=이은영 기자

    다른 하나는 박종태 열사의 투쟁이 시작되었을 때 이를 비난하는 신문광고를 내기도 한 49년 무쟁의 역사를 가진 한국노총 대한통운노조의 눈치를 회사가 보고 있기 때문 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그동안 반복적으로 단체협약을 맺어 온 과거를 볼 때 억지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는 정부 차원에서 화물연대의 파업을 유도하여 이를 철저히 짓밟겠다는 의도에서 파업을 유도할 가능성이다. 조폐공사 파업유도에서 나타난 것처럼 현재의 노무현 죽음 이후의 ‘서거 정국’을 전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화물연대에서 못 받아들일 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전체적으로 보면 위의 3가지 가능성이 종합되어 발생한 것이 현재 화물연대의 파업일 수도 있겠다.

    조속한 해결로 파국을 막아야

    첫 교섭에서부터 화물연대 광주지부장이 참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명에서 빼자는 것은 누가 보아도 상식이하의 처사다. 택배분회만 인정한다면 그 택배분회는 도대체 어디 소속의 분회란 말인지 설명이 안 된다. 더더욱 이런 전체 과정을 보면 국토해양부의 ‘미복귀 차주들을 볼모’ 운운하는 논평은 전혀 사실과 맞지 않는다.

    박종태 열사의 시신이 발견된 지도 40일이 지나가고 있다. 현재의 합의서는 노동조합 활동을 인정하라는 단체협약서가 아니다. 단지, 현안의 해결을 노사가 도모하고 있는 것이고, 내용적 접근이 상당한 수준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만약 파업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책임있는 당사자가 나서서 빠른 시일 안에 매듭을 지어야 한다. 그것만이 파국을 막는 최선의 길이다.

                                                    * * *

    * 이 글은 화물연대 관계자가 익명을 요청하면서 보내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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