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차 근본적 해법, 복지국가에 있다.
        2009년 06월 11일 08: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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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 자동차 문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회사 측은 대규모 해고를 감행하였고, 졸지에 실직자가 된 노동자들은 바리게이트를 친 채 옥쇄 파업을 선언하였다. 경찰의 강제진압 예고는 또 다시 용산 참사와 같은 불길한 예감마저 들게 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2004년 10월, 5,900억원을 받고 중국 상하이 자동차에 매각 된 바 있다. 오늘, 쌍용 자동차의 어려움은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뒤 약속하였던 신규 투자를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지 않아 시장 경쟁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 압력이 동시에 겹쳐져서 발생한 파국적인 상황이다.

       
      ▲ 어느 쌍용차 조합원과 그의 아이들 (사진=쌍용차지부) 

    우리는 현재 쌍용차의 위기를 보며 기업의 논리와 노동의 논리 사이에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다해야 하는지? 이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정리해고를 통해 경영을 효율화하겠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구조조정 받아안기 힘든 사회안정망

    그런데 문제는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구조조정이 곧바로 가족이 길거리에 나 앉고, 자녀들은 다니던 학원을 끊어야 하고, 가장은 자영업자로 퇴출되거나 또 다른 일용직을 찾아나서야 하는 신세가 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즉,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해고에 저항하면 경찰이나 폭력배를 통해 진압하는 것이 일상적인 절차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욱 큰 문제는,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정부의 자세이다. 쌍용 자동차의 파급효과는 단순히 평택에 거주하는 2,000명 직원과 그 가족들이 길거리로 쫓겨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비슷한 상황인 부평의 GM 대우자동차에도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금속노조의 동조파업은 미국 자동차 업계의 파산으로 발생한 유리한 틈새를 치고 들어가서 시장 장악력을 급속하게 높이고 있는 한국의 다른 자동차업체들에게도 피해를 줄 우려가 높다. 국가적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패착인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도 패착

    그러나 현 정부는 이러한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공권력 투입 외에는 아무 생각도 없는 것 같다. 노동부나 지식경제부의 중재 노력은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아마, 북핵문제나 개성공단 문제와 같이 미사일이 발사되고, 공단에서 한국 기업들이 철수하는 등 파국으로 치달을 때까지 방치하는 것이 현 정권의 유일한 해결 방법인가 보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슬로건으로 당선된 정권이지만, 해고되는 노동자들과 그 가족에게는 물론, 다른 자동차 산업체 등 경제계와 산업계의 입장에서 보아도 참 난감한 정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모든 회생 가능성을 포기한 채 두 손을 모두 놓고 있다가, 문제가 커지면 미국을 본받아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국유화 절차를 밟을 것인지 묻고 싶다. 앞으로 쌍용차와 같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줄을 이을 것인데, 정부는 계속 노동계의 일방적인 희생과 국민의 일방적인 양보만 요구하고 있을 것인가?

    산업정책 상의 필요에 의한 구조조정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며, 국제화된 경제 상황에서 시장의 요구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보육, 교육, 주거, 의료, 노인부양 등 국민생활과 관련된 모든 부담을 국민 각자에게 맡겨 놓고, 아무런 제도적 대책도 없이 구조조정을 받아들이라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내몰았던 것과 같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또 다른 타살혐의를 벗기 힘든 무책임한 정책이다.

    신기술의 발전과 국가간 분업체계의 변화, 이에 따른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변화 등 산업적 필요성 때문에 구조조정이 불가피 하다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것이 사회적 갈등과 반발 없이 진행되기 위해서, 그리고 적극적인 산업발전과 인재 양성의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복지국가 제도의 도입이라는 정부의 역할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특히 다음과 같은 정책들이 도입되어야 가능할 수 있다.

    실업부조 제도 도입

    첫째, 실업부조 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정규직의 경우 86.6%가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는 반면, 비정규직은 35.3%만이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고 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하여 고용이 불안한 상태에 놓여있어 정규직보다 더 고용보험이 절실히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고용보험에서 제외되는 모순된 상황이 우리의 현실이다.

    따라서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이들 실업자에 대하여 실업부조와 같은 2차 사회안전망을 도입해야 한다. 실업자들에게 6개월 동안 최저 생계비를 보장받도록 하는 실업부조 대상자를 매년 10만 명 씩 늘려, 총 100만 명에게 실업부조를 도입할 경우에도, 총 예산은 4.2조원이면 가능하다.

    만약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먼저 영세 중소업체의 근로자들에게 4대 보험을 국가가 지원하여 보장해주도록 해야 한다. 실업보험의 지급 기간을 늘리고, 금액도 늘려 실업을 당하여도 당장 생계의 걱정은 없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직에 대한 부담을 개인의 책임으로 모두 돌려버린다면, 국가는 세금을 징수할 필요가 없어진다. 4대 강 정비와 같은 토목공사로 국가 예산을 낭비하기 이전에, 근로자에게 실업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내수 진작과 경기 활성화에 훨씬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의 미국을 비롯한, OECD 국가들의 정책 방향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직업 중개기능 강화

    두 번째, 직업 중개기능을 강화하여야 한다. 실직자와 구직자(회사)를 연결해주는 것을 직업중개라 하고, 이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을 공공고용안정기관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고용안정센터의 직원 1인당, 담당하는 경제활동인구가 9,953명으로, 독일의 1/20(직원 1인당 423명), 영국의 1/13(직원 1인당 819명), 심지어는 미국에 비하여도 1/5(직원 1인당 2,023명)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이곳에 근무하는 전문 상담원들조차 다수가 비정규직으로 자신의 고용 안정을 먼저 걱정하고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우선 최소한 미국 정도의 수준으로 고용지원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직업 중개기능의 강화는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고, 산업체에 필요한 인력이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전국에 동사무소 정도의 숫자로 고용안정센터를 설치하고 전문 상담원을 배치하여 산업계의 노동수요와 노동자의 근로수요를 동시에 들어 줄 수 있는 실질적인 고용 알선을 이루어야 한다.

    직업 훈련에 대한 투자 확대

    셋째, 직업 훈련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야 한다. 직업훈련에 대한 공공지출 규모는, 스웨덴의 경우 GDP 대비 0.30%, 벨기에 0.24%, 핀란드 0.29%인 반면 우리나라는 0.08%에 불과하다. 미국과 비교해도 1/30 수준에 불과하다.

    우선, ‘유급 학습휴가제’를 도입해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하여도 매년 일정기간의 유급 학습휴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에 근로자의 유급 학습휴가권을 명시하고,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에 대하여는 평생학습조 도입을 의무화함으로써 유급 학습휴가권을 보장하며, 중소기업에 대하여는 평생학습조에 편성된 인원의 인건비를 전액 또는 일부 지원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30인 이상 중소기업에 대하여 의무적으로 유급 학습휴가를 실시하고 평생학습조에 대한 인건비를 전액 국가재정에서 보조하면 (학습휴가 기간을 연간 2주일로 잡을 경우) 약 4조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대신 약 4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

    넷째,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적정 수준으로 확충하여야 한다. 공적노인요양제도 도입, 가사도우미 지원 사업 실시, 방과 후 교실, 공공보육시설 확충, 직업교육 확충 등을 통해서만도 57만 9천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지난 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소속의 ‘사회서비스 향상 기획단’이 제출한 보고서에 명시되어 있다.

    보건의료 부분에서 환자 숫자 대비 보건의료 인력의 숫자만 정상화하여도 40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물론 이렇게 되면 일자리만 창출되는 것이 아니다. 가족의 간병 부담을 주부가 지지 않게 되고, 노인부양의 책임, 아이 키우기에 대한 부담에서도 각 개인은 모두 해방된다.

    정부는 국민들의 삶에 실제로 도움이 되고, 일자리도 만들 수 있으며, 내수도 진작할 수 있는 이러한 지표와 통계들을 왜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토목공사로 생기는 건설업 일자리보다는 이러한 일자리가 훨씬 국민생활에 도움이 되고, 고령화와 저출산에도 대응할 수 있으며,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가계비 부담을 경감시켜 가처분 소득을 늘릴 수 있음이 분명하다.

    유럽의 선진국들이 좋은 일자리 창출과 국민들에 대한 이전지출 강화를 통해 내수 진작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를 우리 정부는 깊이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근복적 해법은 복지정책 강화

    경영자는 필요할 경우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지만, 노동자들은 다니던 직장에서 잘려도 별 걱정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북유럽의 복지국가들이 유지하고 있는 일관된 경제사회정책이다.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그 동안 적극적 노동시장정책과 각종 실업수당 같은 복지정책으로 해고 노동자의 생활이 나락에 빠지지 않도록 국가의 복지지출 확대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충분히 재교육을 받고 새로운 직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국가가 노동자의 삶과 그 가족의 안전을 보호/지원하고, 이를 통해 합리적인 산업구조 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만이 쌍용차와 같은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일 것이다.

    2009년 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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