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풍' 재점화? 유시민-민주당 관계가 관건
    By 내막
        2009년 06월 10일 11: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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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의 서거 여파로 정가에 노풍이 다시 불어닥치고 있다. 2002년 대선 경선 국면과 2004년 탄핵-총선국면에 이은 세 번째 노풍이고, 진원지인 노무현 자신이 역사속 인물로 화함에 따라 이 바람이 언제 어디까지 미칠지는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존재감이 사라졌던 민주당이 탄핵국면 이후 4년 반만에 처음으로 정당지지율 1위로 올라왔고, 노무현의 ‘정치적 적자’로 평가받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하 직함 생략)은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단독 2위로, 차기 서울시장 후보에서는 1위 후보로 깜짝 등장했다.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사진=사람사는 세상)

    현재의 민심에 대해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최근 <레디앙> 기자를 만나 "국민들은 지금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다음 선거가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재와 같은 여론구도가 최소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국민들의 의식이 짧게는 한 달에서 길어도 3개월 사이에는 돌변할 수 있다고 관측하면서 관건은 민주당과 유시민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전망했다.

    "거품은 빠지겠지만 좋은 기회"

    한길리서치 홍세형 소장은 "시점 상으로 볼 때 민주당의 지지도 상승이나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의 약진은 ‘상중’이라는 특수성에서 나타난 것으로, 이러한 현상이 한 달 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세형 소장은 9일 <레디앙>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조사는 노무현 서거 국면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국민들의 감정이 꼭지점에 도달한 시점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감정이 차분하게 가라앉은 다음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소장은 그러나 "이번 여론조사 자체만 놓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오세훈 대세론이 확실히 꺾였다는 점과 친노진영의 대표적 인물들이 새로운 리더로 부상하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데에서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대선후보 선호도나 서울시장 후보 선호도에서 나타난 경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2~3개월 정도는 친노진영의 강세가 이어질 것 같다"며, 관건은 유시민과 민주당이 어떤 관계를 맺어 가느냐에 있다고 전망했다.

    "유시민-민주당 관계 설정이 관건"

    이택수 대표는 9일 <레디앙>과의 전화통화에서 "노무현이 서거와 함께 무대 위에서 사라지면서, 친노 진영을 포함한 전체 진보개혁 성향의 유권자들이 그를 대신해 자신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치인을 찾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 장례위원장을 맡은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애정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되고, 또 한편으로 유시민이 노 전 대통령의 계보를 이을 차세대 지도자로서 걸어가는 과정이 유사하기 때문에 두 사람에게 쏠리는 관심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유시민은 현재 민주당 당원이 아닌데, 그가 어느 정당에 자리를 잡을 것인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민주당이 그를 흡수하지 못하고 당 바깥에서 새로운 신당의 당원자격이나 무소속으로 남을 경우 유시민에 대한 지지율은 분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내에 유시민에 대해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당 안으로 흡수되지 못할 가능성이 당내로 부드럽게 안착할 가능성보다 많다"며, "이 관계가 잘 풀리지 않으면 예전에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으로 나뉘어졌던 것과 비슷하게 지지율이 분산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그런 면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며, "정세균 대표 입장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와의 관계가 더 편한 관계로 알려져 있고, 나이 많은 보수층에서도 한 전 총리에 대한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더 안정적인 후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조문정국이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문제이고, 표 결집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한명숙이 유시민에 비해 약하기 때문에 싸움이 조금은 더 어려울 수 있다"며, "한명숙-오세훈의 1대1 구도에서 우위 유지는 민주당의 향후 활동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노무현 49제 전까지 친노 끌어안아야"

    이 대표는 "최근 상승세를 탄 민주당 지지율도 사실 친노 진영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민주당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친노진영을 흡수하지 못하면 길어봐야 3개월이면 거품이 빠질 것"으로 전망하고, 시한을 노 전 대통령의 49제가 치러지는 7월까지로 예측했다.

    이 대표는 "진보매체들의 기사 댓글들을 보면 친노진영은 여전히 민주당이나 구 정권 실세들에 대해 ‘너희들이 왜 조문정국의 혜택을 받고 있느냐’는 등의 서운한 감정을 여전히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미봉책으로 그냥 덮어둔다면 2∼3개월 지나면 민주당 지지율이 자연적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유시민이나 천호선 등이 민주당과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면 지지율은 언제든지 지지율이 빠질 수밖에 없고, 내년 지자체선거를 감안하면 신당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차별화 반성하고, 진심어린 재평가 필요"

    민주당의 앞으로 활동 방향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홍세형 소장도 같은 생각이었다.

    홍 소장은 "민주당과 친노 세력에 대한 여론이 바뀐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잘한 대통령’이라는 평가에 기반해서 된 것이 아니라 현 정권에 대한 반감이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정서가 평가를 압도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홍 소장은 "민주당이 지금의 현상을 추세로 다져가기 위해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제대로 된 재평가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지금 해야할 일은 투쟁 일변도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해 진심어린 재평가를 하고, 과거 노 대통령과 자신을 분리하고 친노세력을 배제하려고 했던 것에 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우리 국민들이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는 의리"라며, "국정을 맡겼으면 믿고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여당 내에서 정부 공격을 주도하다가 상황이 나빠지자 자기만 살겠다고 탈출하는 모습을 보였던 과거를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정동영 전 장관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정동영은 난파선에서 살아보겠다고 먼저 뛰쳐나가면서 스스로 자신의 정치생명을 깎아먹은 케이스로, 유시민과 가장 극적으로 대조된다"고 분석했다.

    홍 소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의리를 지켰던 유시민은 앞으로 일정한 자기 지분과 목소리를 확보한 정치인으로 성장할 기반을 갖게된 반면 정동영은 앞으로 희망을 갖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한편 민주당 입장에서 정동영의 복당은 친노세력 영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택수 대표는 "정동영 전 장관은 숨고르기를 해야할 상황"이라며, "지금은 정동영의 복당이 민주당에 도움이 될 상황은 아니니까 서두를 필요가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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