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0 대회'에는 ‘반신자유주의’가 없다
        2009년 06월 09일 04: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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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열리는 ‘6.10 범국민대회’(범국민대회)에 정치권의 눈과 귀가 쏠려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폭발된 ‘민주주의의 위기감’ 속에, 야당들은 이번 범국민대회를 ‘6월 항쟁 22주년’이라는 상징성과 노 전 대통령 서거 정국을 적극 결합해, ‘민주주의와 반민주주의 전선’을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야당들은 이번 범국민대회를 통해 원외에서 동력을 받아 미디어법 등 반민주악법을 막아내고 나아가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쥐고자 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한나라당은 6월국회의 조속한 개원을 촉구하는 가운데 이번 범국민대회를 주시하고 있다. 즉 이번 범국민대회의 성사여부로 향후 정국이 좌우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범국민대회에서는 ‘민주주의’ 위기감 속에, ‘반신자유주의’ 의제들이 외면당하고 있다. 특히 상임위에서 강행통과 된 한미FTA는 본회의 표결만 남았고, 비정규직법 개악 등이 실질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사회적 의제들은 사실상 실종상태다.

    경제사회 정책은 모호한 표현

    9일 결정된 이번 범국민대회의 요구안도 △미디어법 등 ‘MB악법’ 단념, 공안탄압 및 외면과 배제의 정치 청산 △남북관계 복원을 지적하면서도 경제사회정책에 대해서는 △특권층 위주, 각종 정책과 무모한 개발사업 대신 대다수 국민의 생존과 생활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경제사회정책으로 전환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뭉뚱그렸다.

    이는 이번 범국민대회의 주도권이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정치적 수혜를 입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과정이다. 민주당은 연일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원외로 나오면서도 한미FTA 등 신자유주의 의제들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반신자유주의에 당의 사활을 걸어야 하는 진보신당은 고민 중이다. 범국민대회가 실패로 끝나도 큰 문제이지만, 성공적으로 끝난다고 해서, 몰아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막을 동력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6.10 이후, 악법전쟁이 전개되면, 진보정당은 신자유주의 이슈에 대한 외로운 싸움에 나서야 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8일 <한겨레>대담에서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부딪힌 지점도 이 곳이다. 조 의원은 “개혁 진영은 사회경제정책에서 신자유주의에 포로가 되어왔다. FTA나 비정규직 문제가 그 예”라며 “민주주의 후퇴는 야당, 시민사회가 같이 행보해야 하지만 쌍용차, 용산참사 등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 민주당이 대안을 분명히 제시하고 제대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어 “대통령 사과, 내각 총사퇴, 국정운영 기조 변화 등을 주장하는 점에서는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도 “민주주의와 민생 문제가 분리되는 순간,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이며 (민생문제의 당사자들이) 이번 싸움에서 민주주의와 민생을 회복하는 중심에 서도록 의식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을 강조했다.

    반면 같은 대담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민주주의 위기가 오는데 민주당과 정책적 차이를 따지기보다 적어도 이 순간에는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싸우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은 힘을 모아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싸우는 게 우선으로,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진보주의 가치나 신자유주의 반대에 대한 얘기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후 계획은 불투명

    현재로서 진보신당은 현재의 ‘반민주주의 전선’의 흐름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이번 연대체 자체에 의미를 가지고 6.10범국민대회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방침이지만, 6.10 이후 반신자유주의 전선에 대해서는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당 관계자들에 의하면 진보신당은 현 시국 이후에 대한 논의가 오가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준 부산시당 위원장은 “이번 연대체는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역주행에 대한 방어망을 형성하는 연대로, 그 자체만으로 의미는 있다”며 “FTA나 비정규직법 등과 관련해 거리가 있지만 현 시국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다 같이 풀기란 쉽지 않다. 6.10 이후 토론을 통해 그 간격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희 진보신당 대외협력실장은 “6.10범국민대회 조직위원회는 한시적 기구이지만, 이후에도 쭉 연대전선을 형성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한시적으로 ‘MB악법’을 막기 위한 연대체를 형성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MB악법’이라는 것의 우선순위와 강조점이 다르기 때문에 당 내에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30일,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이은 민주노총 주도의 ‘열사정신계승, 민생생존권, 민주주의 쟁취 5.30 범국민대회’가 노조원들의 참여조차 저조한 가운데 정부의 봉쇄에 꼼짝없이 와해된 바 있는 것처럼 진보정당은 물론 대중조직인 민주노총까지 이슈를 끌고 나갈 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반신자유주의 의제에 맞닿은 진보신당의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진보신당이 민주당과의 연대전선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는 “‘MB악법’ 규정에 대해 우리는 우리의 범위가 있다. 만약 한미FTA를 민주당이 통과시킨다면 그 연대체에는 동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의 민주당은 시민사회단체 대중조직의 동력을 계속 받아야 하기 때문에 ‘반신자유주의’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희 실장도 “현재로서는 여론이 민주당을 끌고 나가고 있는 형국”이라며 “‘노무현’과 진보를 일치시키면서 민주당을 더 레프트로 만드는 요구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9일 의총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서울광장을 지키겠다고 거리로 나왔는데 이는 보기 힘든 일”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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