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노동'에서 시작한다"
        2009년 06월 08일 09: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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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대전충남지역본부의 초대 본부장이자 민주노동당 충남도당 위원장으로 오랫동안 노동자 정치세력화 활동을 계속해온 이용길 진보신당 부대표가 지난 3월, 부대표 후보로 출사표를 던지면서 외친 구호는 ‘새로운 노동정치’였다.

    그동안 노동정치 복원을 위해 노력해 온 진보신당이었으나, 촛불 등 당면한 정세로 인해 노동정치 복원에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이었기에 이 부대표의 출마, 당선은 노동정치 복원의 신호탄으로 여겨졌고, 실제로 이 부대표는 4.29재보궐 선거가 끝나자마자 노동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부대표는 “민주노동당이 분당된 원인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임에도 진보신당 역시 지난 1년 동안 노동정치는 소홀해지거나 밀려나갔다”며 “현재 당의 상설 노동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위원회는 당 내 노동자 당원들만 참여하는 것이 아닌, 당 밖의 노동자들, 청년 학생들까지 참여해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이 진보신당을 만날 통로를 개설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4일 진보신당 사무실에서 1시간여 동안 진행되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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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낡은 의제? 여전히 피해 대중!

    – 부대표 출마선언 때부터 ‘당내 노동정치 부활’을 외쳤다. ‘노동정치’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 ‘부활’은 무엇을 뜻하는가?

    = 진보정당이 역사상 노동자 계급의 지지를 전제하지 않고 성장하거나 집권한 사례가 없다. 진보정치 자체가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노동문제가 진보에서 ‘낡은 의제’라고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국민다수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임금노동자들로 살아가고 있고, 그들은 불평등 구조 속에서 피해 대중을 형성한다.

    때문에 현재로써도 노동일반의 과제는 진보정치의 과제이고, 진보정치는 이를 책임져야 한다. 그것이 노동정치이다. 그리고 이를 부활시킨다는 것은, 민주노동당이 노동정치에 실패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의 실패로부터 출발했기 때문에, 진보신당에서 노동정치의 과제가 다시 출발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 이용길 부대표(사진=정상근 기자) 

    – 진보신당 내에서는 민주노동당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실패했다는 말을 쓰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노동당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실패한 원인은 무엇인가?

    = 외형적으로 드러난 민주노동당의 분당 문제는 종북주의-패권주의이지만,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가 분당을 고민했던 이들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이기도 했다.

    진보신당 내에서도 작년 ‘진보신당 10년의 성찰과 전망’으로 토론회가 있었고, 당시 보고서에서도 노동정치영역의 여러 면에서 결정적인 실패를 했다고 분석하고 평가한 바 있다.

    민주노동당의 출발은 민주노총 내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정치적 결정이었고,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이었던 권영길 의원을 대통령에 출마시킬 정도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결의가 높았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조직노동자들이 참여했음에도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실패한 것은 민주노동당의 주력, 주요 의제에 노동자들이 방치되어 있거나, 노동자 당원들이 당비-세액공제 납부자 정도로 대상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이후에는 당에서 노동자 당원들을 당적으로 재조직 하려는 노력이 없었다.

    당 안에서 재조직화 안됐었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과의 관계를 바람직하게 가져가지 못했다. 민주노총 위기가 민주노동당 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피해가려는 기회주의적 태도, 당이 민주노총의 눈치만 봤다. 취업비리사태나 대의원대회장이 폭력으로 얼룩졌을 때 민주노동당이 적절한 조언과 아픈 충고, 대국민 메시지를 책임있게 전달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했다.

    – 진보신당에서도 초기 노동정치 복원 움직임이 있었다. 여기에 ‘노건추’라는 조직이 외곽에서 만들어져 이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결국은 실패했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 창당 당시 분명히 문제의식이 있었다. 재창당이든 제2창당이든,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나선다는 합의가 있었고 창당 초기 열악한 재정현실에도 비정규 연대기금을 설치해 모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1년 동안 구체적 사업이 배치되지 못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소홀해지거나 밀려나갔다.

    아직까지 민주노동당을 탈당한 약 만여 명이 넘는 조직노동자들이 진보신당에 입당하지 않는 것도 진보신당의 자기 정체성이 노동자들의 문제를 당의 무거운 과제로 채택하고 있느냐에 대해 신뢰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당내 노동자 당원의 비율도 미약하고, 여기에 노건추는 진보신당과의 신뢰관계를 쌓기도 전에 중단되어 버렸다.

    – 노동 중심의 제2창당을 강조하는 데 반해, 당내에는 평화, 생태, 여성 등 다양한 움직임들이 있다. ‘노동자 중심의 당’을 만든다는 것이 노동 부문에 너무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

    = 다양한 진보의제들이 당내에서 균형 있게 함께 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러한 가치들이 병렬적이 아닌 균형 있게 배치되어야 한다. 그런데 사실 현재 노동 부문은 전무한 상황이다. 생태-소수자 등의 사업도 만족할 만큼 추진되는 것이 아니지만, 밖에서 보면 진보신당에서 노동 사업이 배제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진보신당에 ‘노동’ 없다

    – 지난 5월 22일 당내에서 노동위원회 구성을 위한 논의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어떤 논의가 오갔나?

    = 대전에서, 각 지역 광역시도당 위원장 다수와 노동에 관심 있는 당원들이 참석해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현재 당 내 노동정치 현주소가 공백상태라는 인식을 공유했고 노동정치를 전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동의가 있었다.

    당내 노동 사업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도 나왔다. 현 상태에서 민주노조 운동을 대표하는 민주노총의 혁신과제를 어떻게 봐야 할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어떻게 조직해야 할지 등 조직적 관점과 미조직 다수 노동자를 위한 정치활동을 어떻게 펼칠 것인지도 고민했다.

    또한 민주노총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이 외형적으로 공존하는 조건에서 노동위원회를 만들어 사업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있었다. 이중 노동위원회의 경우에는 금년 내로 상설위원회화 시키기 위해 힘 있게 진행하자는 결의가 있었다. 지금은 준비위원회를 구성한 상황이다.

    이날 느꼈던 것은, 사실 그동안 지역에서는 노동정치에 대한 고민이 꽤 있어왔다는 것이다. 광역시도당은 자체적으로 노동위원회르 구성하거나 노동 담당 상근자를 두고 있다. 진보신당의 시도당 위원장 중 대부분이 민주노총 주요 지도부 역할을 했던 분부터 지역본부장까지 노동 활동가 출신이다.

    시도당에서 현장 노동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노동위원회라는 조직적 틀을 구성해 노동정치를 펼치고, 당내 역량을 끌어내고 요구를 모아낸다면, ‘진보신당이 노동정치가 공백’이라는, 정체성을 의심받는 부분에 대해 개선의 가능성이 있다.

    참고로 3일, 대구시당을 방문했는데, 마침 대구시당 부설 비정규 노동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독자적 사무실을 내고 상근자 1명, 자원봉사자 3명으로 비정규직 문제, 청소년 노동인권문제, 88만원 세대 고용문제 등의 상담을 통해 지역 노동정치를 체계화시키는 곳이다.

    이곳은 대구시당이 보증금도 독자적으로 마련하고 운영하고 있는데 이날 개소식에 공무원노조부터, 시민단체, 촛불연대 등 광범위한 계층이 참여해 축하해주는 것을 보면서 상당히 자리를 잘 잡았단 생각이 들더라, 이러한 것들은 당내 주요사업으로 될 수 있다고 보며, 그러다보면 ‘두고 온 동지들’의 복귀도 빠르게 되지 않겠는가.

    – 준비위원회에는 누가 참여하고 있나?

    염경석, 이남신 등 참여

    = 준비위는 6명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앞으로 10명 내외로까지 확대를 하기로 했다. 동원력과 정치력을 고려해 위원들을 추천하기로 한 상황인데, 나를 위원장으로 이번 주 정도면 10여 명 정도 위원회 구성을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표적으로 염경석 전 전주덕진 후보가 참가하고 있는데, 염 후보의 경우에는 전주 선거를 치루면서 그야말로 당내 노동사업의 중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그 밖에도 이남신 이랜드 노조 수석부위원장 등 직접적인 활동을 했거나 뼈저린 자기 경험을 갖고 있는 분들이 중심이 되었다.

    – 3일, 노동위원회 준비위 1차 회의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나?

       
      ▲ 이용길 부대표(사진=정상근 기자) 

    = 금년 하반기 중 상설위원회를 건설한다는 목표로, 당 안팎의 계획을 수렴해서 사업계획을 세우고 체계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 약 석 달 정도를 잡고 시도당 간담회를 집요하게 진행해볼 작정이다.

    간담회는 노동자 당원은 물론 청년-학생 당원들, 당 밖에 있는 노동자들까지 안내해서 노동정치 어떻게 할 것인지라는 의제를 가지고 간담회를 진행할 구상이다. 대전의 간담회에서도 상당한 문제의식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를 잘 가공하면 하나의 사업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 노동정치 전략토론회를 네 차례 정도 해볼 생각이다. 월1회씩 영남 1회, 호남1회, 중부권 1회, 수도권 1회로 몇 가지 주제를 나눠, 노동정치 10년을 평가하고 진보신당 노동정치의 1년을 평가해 볼 예정이다. 비정규 노동운동, 진보정당의 노동정치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진보신당 노동위를 어떻게 운영할지 다듬을 것이다.

    그리고 당면하게는 3일, 준비위원회 1차 회의를 통해 6월, 최저임금 투쟁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최저임금 연대에 참여하고, 당 특보를 만들어 홍보도 하는 등 당력으로 최저임금 투쟁에 결합하자고 대표단회의에 올렸다. 최저임금 투쟁은 노동일반의 보편적 의제로 임금인상투쟁이나 단협과는 다른, 정치적 영역에서의 당의 노동정치가 될 것이다.

    – 아까 ‘두고 온 동지들’이라고 했다. 민주노동당에서 탈당한 후 진보신당에 가입하지 않는 조직된 노동자들이 꽤 된다고 말했는데,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이 있나?

    = 구체적인 구상 중이다. 노동위원회 사업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그동안의 논의과정이나 내 경험으로 봤을 때, 우선적으로 당의 노동정치가 구체화되고 당이 그들이 들어올 수 있는 사업을 배치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함께 노동자 정치세력과 함께 했던 동지들이 현재 밖에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서는 책임의 문제이다.

    ‘민주노총 정치’는 안 된다는 동의

    또한 이들은 당이 노동정치를 하면서 민주노총 정치를 하면 안된다는 동의지점이 있다. 현재 조직노동자가 10% 정도에 불과하고, 90%가 근로기준법 자체도 모르는 상태인 어려운 조건에서 당은 그들을 상대로 정치적 관점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

    우선 구체화 시켜야 하지만 노동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당내 노동자 당원들을 중심으로 뚝딱 구성하려고 하지 않고 있다. 진보정당의 노동위는 당내 노동자 당원만으로 구성할 필요 없다. 당내 노동자 당원과 관심있는 사람들, 당장 예비실업자인 학생-청년이 노동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밖에도 미조직-비정규직에게 당원이 아니더라도 노동위원회 멤버십으로 참여할 경로를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 당이 주관하지만 공유할 수 있도록, 그야말로 비조직-비정규 노동자들이 진보신당을 만날 경로로 노동위원회가 기능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어왔다.

    – 노동자 정치 강화라는 주장이 당내에서 잘 관철되는 편인가? 대표단 회의 과정에서 이에 대한 반발에 부딪힌 적은 없나?

    = 토론은 늘 있는 것이다. 서로 이견이 있을 경우 논의를 하는 과정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진보신당의 대표들은 크게 봐서 당내 노동정치 활성화는 2기 지도부에서 지속적으로 진행이 되야 하는 사업으로 보고 있다.

    – 4.29 선거 당시 울산과 전주덕진의 사업체 곳곳을 다녔었다. 당시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 그 때, 함께 민주노총 활동하면서도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에 들어오지 않은 동지들을 많이 만났다. 전주도 그렇고 울산도 그랬고, 그들은 현재 진보정치 상황에 대해,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진보신당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를 딛고 노동정치를 다시 하겠다는 초기의식에서 멀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있었다.

    그들은 하반기에는 당 내에서 무게 있는 노동사업이 배치되길 바라고 있다. 또한 그들의 고민은 민주노총의 현재 상황과 무관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스스로 안팎에서 혁신해야 한다고 하고, 혁신의 대상으로 되고 있는 조건에서 보면 장기적으로 민주노조 운동의 발전전망과 함께 노동자 중심 진보정치가 어떻게 될지 고민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밖의 요구와 안의 노력이 어느 시점에서 교차하면 진보신당이 공백상태라고 평가받는 노동정치가 힘 있게 자리 잡지 않겠는가? 그러다보면 장기적으로 집권의 계급적 토대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진보정당 중 노동자들의 지지와 참여 없이 집권한 사례가 없다면, 진보신당은 장기적으로 제대로 된 산별노조 운동, 비정규 운동 중심의 민주노조 운동, 노조 조직률 문제에 관심을 가져 노동의제가 왜소화 되거나 왜곡당하지 않을 수 있는 물적토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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