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촉즉발 쌍용차, 공권력 투입되나?
    By 나난
        2009년 06월 08일 05: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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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측의 정리해고 방침에 노조가 공장 점거로 맞서고 있는 쌍용차 사태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1,056명에 대한 정리해고 법정 효력이 발생하는 8일을 맞았다. 사측은 시설물 보호 요청과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공권력 투입 요청을 예고해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노조, 경찰 투입에 대비

    지난 5일 송명호 평택시장의 주선으로 노사는 2차 노사정협의회를 개최하고 8일까지 3차 협의회를 여는 데 합의했지만 끝내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지난 6일 사측은 서면을 통해 “파업농성을 중단하면 정리해고를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노조는 “유보가 아닌 철회”를 요구하며 실질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함께 사는 방안’으로 임금의 40%를 삭감하고 무급순환휴직을 제안하며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정리해고를 철회한 뒤에야 노조도 파업을 풀고 원점에서 새롭게 대화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 집회 중인 노조원들.(사진=이은영 기자) 

    현재 노조는 옥쇄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평택공장의 출입통제와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노조와 공권력의 충돌은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사측의 공권력 투입 경고에 “제2의 용산참사가 예고된다”며 “공권력을 투입해 강제 진압한다면 참혹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2의 용산참사 우려돼

    조합원들이 옥쇄파업을 벌이고 있는 도장 공장은 신나와 인화물질로 가득 차 있다. 무리한 공권력 투입에 흥분한 조합원들이 충돌할시 이는 지난 1월 철거민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보다 더 큰 결과를 빚을 위험이 높다.

    노동계 역시 극한의 상황을 우려하긴 마찬가지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상황은 강제진압 과정에서 도장 공장 화재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거나 고공농성을 벌이는 조합원들에게 이상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쌍용차 평택공장 내 70m 굴뚝 위엔 3명의 노조 지도부가 27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현재 조합원들은 사수대를 조직해 공권력 투입에 대비하고 있다. 쌍용차지부 문기주 정비지회장은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자신들의 잘못을 공권력을 동원해 탄압한다면 그에 맞서 노동자들 또한 살기 위해 죽을 각오로 강경한 투쟁을 벌여나갈 수밖에 없다”며 “그 결과에 대해서는 사측과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권력 투입은 끝을 알 수 없는 극단적 상황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사측, 노조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노동계 일각에서는 “빠른 시일 안에 공권력 투입이 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국민적 정서가 현 정권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데다 정부 여당의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어 자칫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경찰 투입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와 함께 오는 10일 노동․학생․시민사회단체가 ‘6월항쟁 계승, 민주회복 범국민대회’ 서울광장에서 개최할 예정이어서, 경찰력 동원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사수대 모습.(사진=이은영 기자)

    한편 오는 10일 ‘6․10 범국민대회’와 금속노조 2시간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11일 화물연대 전면파업, 13일 민주노총 총궐기 상경투쟁 등이 예고된 상황에서 정부는 쌍용차를 본보기로 강경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추측도 나오고 있다.

    쌍용차 ‘본보기’ 된다?

    6월 한 달 동안 다양한 집회가 예정돼있는 만큼 서거정국 이후 민심 이반으로 코너에 몰린 현 정권이 경제 위기 주범을 노조의 ‘과격한 파업’으로 돌리면서, 물리력으로 이를 제압하고 정국의 주도권을 되찾는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지난 5일 국가정책 조정회의에서 “당면 위기극복이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이 같은 집회가 예정돼 있다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말해 ‘당면의 위기’ 상황의 결과인 각종 집회를 ‘원인’으로 뒤바꿀 여지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하지만 경찰은 당분간 공권력 투입을 고려하지 않고 노사 간 협의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강덕중 평택경찰서장은 “노사가 대화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공권력 투입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라며 “노사 간 협의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정장선 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 7일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달곤 행안부 장관을 만나 공권력 행사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 장관이 현재로선 공권력 투입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노사에 “사측은 일자리 나누기, 무급휴직 등 노조가 제시한 대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노조도 보다 유연한 입장으로 협상해 자동차 생산이 장기간 중단되는 일은 피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쌍용차 사태가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높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9월 15일까지 시간이 주어지는 데다 쌍용차가 미치는 경제적 파장이 커 정부 역시 쉽사리 파산 선고를 할 수 없다는 것. 또 노조가 임금삭감과 무급휴직까지 내놓은 상황에서 제시할 카드는 이미 다 나온 상태라 협상도 쉽지 않다.

    되돌아본 쌍용차 사태의 본질

    쌍용차 사태의 본질은 상하이자동차의 약속 불이행과 쌍용차 기술에 대한 ‘먹튀’다. 지난 2005년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는 쌍용차를 인수하며 당시 노사특별합의를 통해 고용보장은 물론 10억 달러 신규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신규프로젝트 추진과 생산규모 확장을 위해 4,000억원도 투자키로 했다. 하지만 상하이차는 신차개발비용의 10%에 불과한 라이선스 계약금 240억원만 지급했을 뿐이다.

    여기에 기술이전이라는 명분으로 카이런 생산라인을 중국에 세우며 신기술을 이전시켰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상하이차는 기술 이전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뒤 쌍용차에서 발을 빼겠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상하이차에 인수될 당시 유동자산 7,424억원, 이익잉여금 6,010억원 등 1조4,388억원의 여유자금을 보유했던 기업이다. 하지만 상하이차는 4년만에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쌍용차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노조가 “쌍용차 사태의 원인이 경영진과 정부에 있는데 경영상의 책임을 왜 조합원이 져야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 사태는 상하이차에 쌍용을 넘긴 데서 비롯됐다. 대주주인 상하이차가 경영을 포기한 상황에서 정부는 쌍용차의 향방이 국민경제와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남의 일 보듯’ 뒷짐 지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게 일반적 견해다.

    지난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일방적 정리해고 반대, 자동차산업의 올바른 회생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쌍용차 사태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태도는 무책임의 극치”라며 “불이 나서 119에 전화했는데도 소방차가 오지 않는 격”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119 전화 받고도 출동 안 하는 정부

    현재 노동계는 물론 정당․시민사회가 발 벗고 나서 정부에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일자리 지키기 기업회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쌍용차, 대우차 등 위기의 자동차 산업, 어떻게 살릴 것인가’ 정책토론회에서 정명기 한남대 교수(경제학)는 “부실자산 처리형 구조조정이 아닌 정책금융 기관이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하는 기업개선형 구조조정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정책금융기관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업체에게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종자돈(seed money)을 제공하고 추가자금은 기존 생산모델이나 향후 생산모델을 담보로 한 브리지 론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 ‘해고는 살인이다’라며 생존을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사진=이은영 기자)

    쌍용차 사태는 세계적 경제 불황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이 처할 위기의 시작일 뿐이다. 전 세계 자동차산업이 침체 일로를 겪고 있다. 쌍용차 사태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경영난을 겪고 있는 GM대우, 더 나아가 사상 최대 불경기를 맞고 있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

    2004년 코오롱 구미공장의 경우

    지난 2004년 코오롱 구미공장은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노조는 파업으로 사측은 직장폐쇄에 이은 공권력 투입 요청으로 극한 대립을 보였지만 다행히 극적인 합의를 이뤘다. 물론 ‘무노동 무임금’ 합의에 ‘노조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노사는 40시간 4조3교대 근무, 신규 투자 설비와 협정근로 인정, 임금동결 등의 조건에 합의하며 최악의 사태만은 막았다.

    사측은 경영실패의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정부는 해외투기자본에 인수합병을 승인했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노조 역시 최악의 상황을 피하면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력감축만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일자리 나누기, 공적자금 투입, 고용안정기금 마련, 무급휴직 등 제안되고 있는 각종 대안들이 검토되어야 한다.

    정리해고 법정효력이 발생하고 사측이 공권력 투입 요청을 예고한 8일 이후, 노사정이 다시 한 번 대화테이블에 나와 대량해고를 막고 기업을 회생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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