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그리 영 걸'의 이명박 시대 살아가기
    By 나난
        2009년 06월 07일 09: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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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들아, 이러다 우리 다 죽겠다. 혼자 고시 붙고 대기업 간다고 해서 그렇다고 혼자 살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이러다 우리 다 죽겠다. 우리 다 죽기 전에. 같이 놀고 같이 화내고 같이 가자. 그대로 가자. 어디든 가자. 화내러 가고 따지러 가고 살려내라고 하러 가자.

    그러니 주저앉지 마라. 동지들이여. 386이 꿰차고 실컷 향유했던 대의명분도 없이 등록금과 취직시험 때문에 우는, 구차한 피눈물의 형제자매들이여, 단 하루를 살아도 사는 듯이 살자." – <저자의 말>

       
      ▲ 표지

    온몸으로 MB시대를 살고 있는 용감하고 솔직한 20대의 고뇌와 상처를 다룬 자전적 에세이가 나왔다. 여기에는 ‘꽃’다운 20대의 ‘아름다움’보다는 ‘여성, (비정규직) 회사원, 재개발지역 세입자, 고학생’이라는 저자의 다양한 정체성이 투영된 보다 치열하고, 현실적인 ‘진짜’ 20대 삶이 묻어나 있다.

    『그래도 언니는 간다』(개마고원. 11,000원) 의 저자 김현진은 2008년 한 해의 많은 시간을 ‘현장’과 ‘길 위’에 할애했다. 촛불 열기로 가득했던 광화문, 기나긴 단식농성을 벌인 기륭전자 노조원들의 옥상 컨테이너, KTX 여승무원들의 고층 철탑들이 바로 그곳. 그는 현장 참여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아닌 ‘진짜 삶’을 『그래도 언니가 간다』속에 풀어놓았다.

    ‘88만원 세대’라는 용어는 우리 사회의 20대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20대를 ‘실업’이라는 거대한 바윗덩어리를 껴안은 채 사회나 공동체 문제에는 무관심하고, 무기력한 ‘버르장머리’ 없는, 외모만 가꾸거나 사치하기 좋아하는 존재로 보는 시선이 강하다.

    20대 당사자인 저자는 동료들을 두고 “지금 이십대의 가장 큰 불행은, 생색낼 거리가 없는 삶을 살았고 또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특별히 싸울 대상이 없는 시대, 다만 물신의 시대, 무너뜨리려 해도 형체 없이 다시 일어나서 덤비는 모래와 싸워야 하는 시대, 무언가 소리 내어 외치면 촌스러워 보인다고 ‘쿨(cool)’이 손가락질하며 끊임없이 청춘의 뜨거운 체온을 얼리려드는 시대, 안개와 싸워야 하므로 헛발질만 하다가 제풀에 넘어지는 세대”(본문 146쪽)라고 묘사한다. 이런 20대 동료들에게 그가 던지는 제안은 따뜻하면서도 따끔하다.

    "나 그렇게 돈 벌면서 별로 볼 거 없는 회사 3년 다녔지만, 3년 동안 는 거라고는 회식 때 삼겹살 딱 두 번만 뒤집고 인원에 맞게 잘 돌아가게 자르는 재주밖에 없습디다. 요새 결혼 안(못)하고 돈 없는 여자들은 만인의 구박덩어리인 것 같애. 다 우리 탓이라잖아.

    애 안 낳는다고 여자들이 다 이기적이라서 그렇다고 하지. 누구는 결혼을 하기 싫어서 안 하나, 애를 낳고 싶어도 남자가 있길 하나. 골드미스들이야 자기 가꾸면서 화려하게 살아도 사실 세상의 태반 넘게 합금미스 아니에요?" (본문 14쪽)

    저자 김현진은 일찍이 열일곱에 숨 막히는 고등학교를 탈출, 대한민국 중․고등학생의 고뇌와 상처를 적나라하게 까발린 자전적 에세이, 『네 멋대로 해라』로 열아홉에 데뷔했다. 그리고 20대의 그는 오토바이를 끌고 ‘<시사저널> 사태’로 장기 농성을 하던 현 <시사IN>의 기자들을 찾아간 일을 필두로, 길과 현장에 참여하며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하고 솔직한 『그래도 언니는 간다』를 내놨다. 

    온몸으로 MB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이 용감하고 솔직한 20대 에세이스트의 발랄하고도 가슴 찡한 글들에 우리 시대 진짜 20대들이 자그마한 용기를 얻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길 바란다.

                                                    * * * 

    지은이 김현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졸업. 단편영화 ‘Shut and See’를 연출하고, 웹진 「네가진」의 편집장을 지냈다. 영화 ‘언니가 간다’의 시나리오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현재 에세이스트,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 『네 멋대로 해라』 『불량소녀백서』 『질투하라 행동하라』 『당신의 스무 살을 사랑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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