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일방주의' 비판하며 언론법 강행?
        2009년 06월 05일 09: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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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이 4일 경기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의원 연찬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밀어붙이기 국정 운영, 소통 부재 등 그동안 금기시됐던 청와대에 대한 성토를 쏟아냈다.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론도 제기됐다.

    이날 연찬회에서는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2일 책임당원 64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RS전수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당원들의 70.4%는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국정운영을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의원들과 당원 모두 정부와 청와대가 여론 수렴이나 소통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데 동의한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날 미디어 관계법 등 30개 법안을 6월 국회에서 강행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밀어붙이기’를 비판하면서 또 다른 ‘밀어붙이기’를 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다음은 5일자 주요 종합일간신문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중국 출입통제 ‘긴장’ / 귀닫은 청 ‘사면초가’>
    국민일보 <"아기 갖는 소박한 꿈이 왜이리 힘든지…">
    동아일보 <"난 제트스키·스노보드 즐기는데…인민은?">
    서울신문 <북경비정 서해 NLL 침범>
    세계일보 <"데프콘 격상 고려 안해">
    조선일보 <앨 고어 ‘여기자 석방’ 위해 평양행 준비>
    중앙일보 <원전 르네상스…한국 대표 수출상품 뜬다>
    한겨레 <한나라 의원들 "대통령, 잘못 인정하라">
    한국일보 <북 경비정 한때 서해 NLL 침범>

    청와대 성토장 된 한나라당 연찬회

       
      ▲ 6월5일자 한겨레 1면  
     

    4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는 그야말로 ‘청와대 성토장’이었다.
    한겨레는 1면 <한나라 의원들, "대통령, 잘못 인정하라"> 기사에서 "’박희태 대표 등 당 지도부 사퇴로는 분노한 민심을 달래기 어렵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주의적인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를 요구하는 등 ‘대통령 책임론’도 공식 제기됐다"고 밝혔다.

    한겨레가 전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성토’ 발언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이성헌 의원은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모습이 이반된 민심의 핵심”이라며 “국민의 63%가 이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데 이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의원은 “청와대에서 당을 바보로 만들며 일방통행했고, 기업을 위해 20조가 넘는 감세를 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면서 어떻게 부자정권이 아니라고 하겠느냐”며 “일방통행식 정권을 막아야 한다”고 했고, 조문환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여론이 검찰에 대한 비판에서 정부의 행태와 정책 비판으로 곧바로 나가고 있다”며 “국민이 헌법에보장된 저항권을 행사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린 의원은 이정현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연찬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관심사는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 독선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라는 것”이라며 “과거 정부와 비주류를 배격하는 배제의 정치, 정당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비민주적 행태를 개선하고, 임채진 검찰총장의 사퇴를 말릴 게 아니라 검찰 중립화 방안을 제시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한성 의원도 “기득권만 보호하려 해서는 안 되고,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청와대가 바뀌어야 당이 바뀐다”며 청와대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날 연찬회에서는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사퇴와 조기 전당대회 실시를 놓고 격론이 오갔다. 남경필, 권택기, 차명진, 윤석용 의원 등이 "책임져야 할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며 “현재 지도부가 사퇴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열자”고 주장한 반면, 황영철·박준선·이학재 의원은 ‘지도부 퇴진론’에 반대했다. 특히 이정현 의원 등 친박 쪽 의원들은 “쇄신의 본질은 당 지도부 교체가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 없는 조기전대론은 이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쇄신 방해책동에 불과하다”며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변화를 거듭 촉구했다.

    경향과 한겨레는 사설 <이 대통령, 언제까지 귀막고 있을 텐가> <이 대통령에겐 눈도 귀도 없나>에서 교수들까지 나서 시국선언을 하고 나선 상황에 대해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반응과 인식이 안이하다고 질타했다. 

       
      ▲ 6월5일자 경향신문 사설  
     

    조선일보도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달라져야 한다>는 제목의 장문의 사설을 게재했다. 이 대통령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 전제는 경향과 한겨레와는 달랐다.

    조선은 사설에서 "한나라당 쇄신특위의 건의(국정 쇄신 등)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표출된 민심의 불만만을 계기로 삼은 것은 아니었다. 4·29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은 5대0 완패를 당했다. 이대로 가면 오는 10월 6~7곳의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또다시 몇대 영(零)의 참패를 당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리고 내년 5월 지방선거에서 서울·경기를 놓치고 한나라당이 전국적으로 크게 패배할 경우 이 정권은 그때부터 반신불수(半身不隨) 정권이 된다. 대통령 임기 절반에 정권이 ‘식물성 정권’으로 굴러 떨어지면 세계적 경제위기 한가운데서 한국은 방향을 잃은 배가 되고 만다. 그리고 그것은 이명박 정권, 한나라당 정권의 몰락이 아니라 이 나라 보수세력의 전반적 조기(早期) 퇴조(退潮)로 연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 6월5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은 "좌파 정권 10년 만에 모처럼 등장한 보수 우파 정권이 일 한번 제대로 못 해보고 주저앉고 말면 그것은 자동적으로 좌파 정권 재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그간 한나라당 지지율은 계속 떨어져 왔고,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에 밟히는 역전(逆轉)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 탄핵 정국’ 이후 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취임 후 지금까지 줄곧 잦은 개각, 특히 국면 전환용이나 ‘취임 1주년’식의 ‘계기성’ 개각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지만 "이 대통령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현재 대한민국은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보다 더 통합되어 있는가. 계층과 계층, 지역과 지역, 종교와 종교 사이의 불화(不和)는 그때 그 시절보다 줄어들고, 이들 사이의 화해(和解)의 움직임은 커지고 활발해지고 있는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난한 사람, 힘없는 사람들이 전 정권 시절보다 법적·경제적·인권적으로 더 잘 보호받고 있고, 이 정권이 자신들의 보호자라고 믿고 있으며, 오늘이 힘들더라도 내일에 희망을 걸고 살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조선은 "이 대통령이 이 여러 질문에 확신을 갖고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면 대한민국 국민이 전(前) 정권 시절보다 더 행복해졌다고 할 수 없다.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는 정치는 실패한 정치다. 실패한 정치의 책임은 대통령이 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 당원도 ‘국정 운영 밀어붙이기식’

    정부와 청와대의 국정 운영 방식에 불만을 터뜨린 것은 한나라당 의원들만이 아니었다. 한나라당 당원들조차 지금의 국정 운영 방식이 밀어붙이기식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1면 <여 당원 70%도 "국정 운영 밀어붙이기식"> 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2일 책임당원 64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RS전수조사에서 응답자의 70.4%가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국정운영을 한다는 데 대해 ‘공감한다’고 답했다. 책임당원의 63.3%는 부유층 중심의 정책 추진을 하고 있다고, 71.5%는 정부와 청와대 인사가 편파적이라고 답변했다.

       
      ▲ 6월5일자 경향신문 1면  
     

    여의도연구소 조사와 별도로 한나라당 쇄신특위가 의뢰해 한국리서치가 지난 2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여론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는 응답자의 68.4%가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부유층 중심의 정책 추진을 한다는 응답은 70.2%, 정부와 청와대 인사가 편파적이라는 응답은 66.3%에 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 응답자의 77.2%가 과잉수사(39.5%)이거나 정치보복성 수사(37.7%)라고 평가했다. 정당지지도는 한나라당이 21.1%로 민주당(23.0%)에 역전당했다. 한나라당 자체 조사에서 정당지지도가 역전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한나라, ‘밀어붙이기 국정운영’ 비판하면서 언론법 등은 강행하겠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연찬회에서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즉 여론 수렴과 소통의 과정이 생략된 일방적인 국정 운영을 비판했지만, 하루 전에 공개한 ‘중점 추진 법안’ 목록을 보면 그들의 비판엔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향신문 4면 <“30개 법안 강행” “10대 악법 저지”> 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민생 등 시급성을 요하는” ‘필처리’ 법안으로 30개를 선정, 3일 공개했다. 방송법·신문법 등 미디어법과 금산분리완화법 등 기존 ‘충돌 법안’에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비정규직법 등이 추가됐고, 이 외에 공무원의 연금수령액을 인하하는 공무원연금법, 공공기관의 민영화·구조조정 추진을 뒷받침하는 조세특례제한법 등도 포함됐다.

    한나라당이 ‘필처리’ 법안으로 선정한 30개 법안 가운데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대표적인 법안이 바로 미디어법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해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어떠한 합의의 결과물도 내지 못했다. 특히 여론 수렴을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하자는 제안에 대해 한나라당 쪽이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한나라당은 ‘필처리’ 법안 목록에 미디어법을 포함시킴으로써 ‘법안 밀어붙이기’를 불사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처리하는 것이 6월 국회의 첫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미디어법 강행처리는 일반 국민들은 물론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원치 않는 일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3일 내놓은 ‘Weekly Opinion’에 따르면, 지난 1일 전국 19세 이상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문방송 겸영을 골자로 하는 미디어법의 개정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75.5%가 “반대여론을 감안해 충분한 논의 후에 합의처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응답은 민주당 지지층 이외에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도 높았다. 6월에 표결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한나라당 지지층은 43.1%였던 반면 ‘충분한 논의 후 합의처리’해야 한다고 밝힌 지지층은 56.9%였다.

    한편, 민주당은 비정규직법, 금산분리 관련법, 교육세폐지법, 농어촌특별세폐지법, 통신비밀보호법 등과 함께 미디어법을 “반드시 저지할 10대 MB악법”으로 규정해 국회는 입법 전쟁으로 다시 한 번 ‘뜨거운 6월’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노무현 전 대통령 보도 짚어

    한겨레가 노무현 전 대통령 보도를 되짚어보는 기획 기사를 두 개 면에 걸쳐 게재했다.
    한겨레는 먼저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신문의 보도를 짚었다.
    <조선·중앙·동아의 ‘증오’…죽은 권력 물어뜯기로 지면 도배> 기사에서 한겨레는 "조선·중앙·동아 등 일부 언론의 보도는 ‘증오 저널리즘’에 가까웠다는 게 많은 언론학자들의 지적"이라며 "이번 사안을 다루면서 노 전 대통령에게 증오에 가까운 공격적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중앙일보>가 4월11일치 34면 정진홍 논설위원의 기명칼럼 ‘화류관문, 금전관문’에서 “(박연차가) 돈이 아니라 똥을 지천으로 뿌리고 다녔다… 그 똥을 먹고 자신의 얼굴에 처바르고 온몸 전체에 뒤집어쓴 사람들이 지난 시절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고 그 부인이었으며 아들이었”다고 한 것이나, 5월1일치 2면에서 노 전 대통령 해명을 “‘아내 일 남편은 몰랐다’ 구차한 3류 드라마”라고 조롱한 것, <동아일보>가 4월11일치 5면에서 “600만불의 사나이, 완쇼남(완전 쇼하는 남자), 뇌물현, 노구라 등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신조어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한 것,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이 4월27일치 30면 칼럼에서 “노무현 게이트에 얽힌 돈의 성격과 액수를 보면, 그야말로 잡범 수준이다. … 지금은 사람들이 흥분하고 철저수사를 주문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야말로 치사하고 한심한 생각만 남을 것이다”라고 쓴 것 등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인격살인에 가까운 보도였다고 지적이다.

    사실 보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도 지적됐다. 동아(4월11일), 조선(4월14일)과 중앙(4월15일)은 노 전 대통령이 100만달러를 받은 다음날 과테말라 순방길에 미국에 1박2일간 머문 것을 두고 유학중이던 아들 노건호씨에게 이 가운데 일부를 생활비로 건네려고 그랬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조선(5월4일치 1면)은 노 전 대통령의 노트북이 노건호씨 회사에 건네진 것을 두고 사업 참여 의혹까지 인다고 했다. 하지만 이 기사들은 단순 의혹 제기에 그쳤고 사실 확인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에스비에스>가 5월13일 ‘뉴스8’에서 “권양숙 여사가 1억원짜리 명품 시계 두 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한 보도에 대해서도 검찰은 즉각 이를 부인했지만 동아일보(5월15일치 8면)는 “포털 누리꾼들이 봉하마을 논두렁에 2억 시계를 찾으러 가자는 글들을 올리고 있다”며 오보성 기사를 ‘확대재생산’했다.

    이 외에 노 전 대통령 쪽의 해명은 가볍게 다루면서 혐의 내용은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편향성이 지적됐다. 이는 검찰의 브리핑이나 특정 취재원 1~2명의 말을 그대로 믿고 받아쓴 결과이기도 하다.

    한겨레는 <‘표적사정’ 맥락 못 짚고 검찰발표 의존>이라는 제목으로 자사 보도에 대해서도 반성했다.
     
    한겨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된 ‘언론책임론’에서 <한겨레>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한겨레 역시 이 수사가 갖는 본질적 측면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검찰 발표내용을 그대로 받아쓰거나 의혹을 사실로 몰아가는 듯한 기사를 적지 않게 내보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보도나 공정성 추구 등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한겨레는 지난해 10월 박연차 수사가 시작되고 올해 4월 그 수사가 노 전 대통령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 검찰이 수사에 나선 배경에 대해서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 또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소환 조사 뒤 혐의를 확정하지 못하고 처리방향을 놓고 고심할 때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다. 그저 ‘건호씨 유학자금 관련 포괄적 뇌물죄’(5월5일치 4면), ‘피의자 노무현’(5월1일치 23면 사설) 등에서 보듯 검찰의 수사내용을 대체적으로 수용하고 노 전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쪽으로 몰고 가거나, ‘임채진 총장의 선택은…’(5월2일치 5면) 기사처럼 단순 전달에 그치고 말았다. 한겨레는 노 전 대통령 서거 다음날인 5월24일에서야 검찰의 수사 행태를 힘주어 비판했다"고 반성했다.

    한겨레는 이어 "검찰 정보에 의존해 혐의 내용을 중계방송하듯 지면에 옮긴 점도 다른 언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박연차 회장이 건넸다는 500만 달러의 종착점과 성격 등에 대해 검찰이 얘기하는대로 썼다(3월31일치 3면, 4월1일치 4면). 또한 권양숙씨가 박 회장에게 돈을 받은 목적과 위법성, 노 전 대통령 인지 시점 등에 대해 양쪽 견해가 엇갈림에도 ‘노 전 대통령, 재직 중 알았다면 포괄적 뇌물죄 가능성’(4월8일치 4면), ‘500만달러 투자 위장 노무현 쪽에 건네졌을 의혹 커져’(4월9일치 3면) 등 여론재판을 유도하는 듯한 기사를 썼다"는 것이다.

    "혐의 내용의 본질과 별 관련이 없는 흥미 위주의 보도도 눈에 띄었다"는 자서도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의 딸인 정연씨가 뉴욕 아파트 계약서를 찢어버렸다는 기사(5월16일치 6면)가 그 보기"다.

    "조선, 함세웅 신부에 배상" 판결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조원철)는 세종대 임시이사로 재직했던 함세웅 신부 등이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조선일보사 등은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고 2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교육인적자원부는 2004년 학내 분규가 일어난 세종대를 종합 감사한 뒤, 세종대 재단에 임원 등에게서 횡령한 돈 113억원을 환수하고 이들을 해임 등 중징계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세종대 재단이 시정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자, 교육인적자원부는 2005년 5월 재단 이사 등을 해임하고 함 신부 등 7명을 임시이사로 파견했다.

    이에 대해 <월간조선>과 <조선일보>는 ‘소위 민주화 인사에게 점령당한 사학 세종’ 등의 기사를 통해 “운영상 비리가 없었음에도 노무현 정권에 가까운 인사들이 대학교를 장악했으며, 개인 자산처럼 운영해 대학종합평가 등에서 경쟁력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취지의 기사를 잇따라 내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선일보> 등은 다분히 악의적인 표현을 사용해 허위의 사실을 보도했으며, 소송이 진행중인 가운데에도 관련 기사를 연속적으로 보도했다”며 “<조선일보> 등은 진실성이 없는 기사에 의해 입은 명예훼손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월간조선>은 ‘노무현 정권의 코드에 맞는 함 신부 등이 이사회를 장악한 뒤로 학생 수와 대학평가 순위가 급락했다’고 보도했지만, 세종대의 평가순위는 2006년에 22위를 기록해 2005년(21위)에 견줘 큰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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