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GM대우, 공적자금 투입 새 생산모델을
    By 나난
        2009년 06월 04일 05: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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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방적 정리해고 반대, 자동차산업의 올바른 회생을 위한 범국민 대책위’가 4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쌍용차, 대우차 등 위기의 자동차 산업,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명기 한남대 교수(중국통상․경제학)의 발제에 이어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위원, 금속노조 조건준 정책국장 등의 열띤 토론으로 펼쳤다.

       
      ▲ 정명기 한남대 교수.

    정명기 교수는 ‘세계자동차산업의 개편과 한국자동차산업 발전방안’이라는 주제 발제에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는 조속히 공적자금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간산업으로서 자동차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전제로 한 자동차산업의 개편을 고려해야 한다"며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GM대우와 쌍용차를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산업의 문제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쌍용차와 GM대우 문제를 부실자산 처리형 구조조정으로 처리한다면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암울해 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쌍용차의 경쟁력인 SUV 부문과 디젤엔진 그리고 GM대우의 소형차 부문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 교수는 “자동차산업의 중요성을 고려하고 미래 세계자동차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부실자산 처리형의 소극적 기업구조 조정으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정책금융기관이 주축이 되어 경영권을 획득하고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기업개선형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실자산 처리형이 아니라 정부 개입형으로

    그가 제시한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개선형 구조조정 방안은 정책금융기관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업체에 연구개발비 명목의 종자돈(seed money)을 제공하고, 필요한 추가자금은 기존 생산모델이나 향후 생산모델을 담보로 한 브리지 론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는 또 “근본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GM대우와 쌍용차를 새로운 기업으로 재탄생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 두 기업의 자본을 재구성(recapitalization)하여 새로운 지배소유구조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주축이 되어 GM대우와 쌍용차의 채무조정을 거친 후 채무를 주식으로 교환하는 방법으로 자본을 재구성하며, 현행 대주주의 주식은 감자를 통해 소각하고 채무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실질적 공기업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도요타는 비용절감을 위해 6,000명 비정규직 가운데 3,000명을 해고했고, 혼다도 270명 비정규직을 해고한 바 있다. 도요타는 세계 1,000만대 생산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공장 확대하면서 유연성을 강화했지만 유연성 과잉으로 위기에 좌초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결국 도요타와 혼다의 해외공장은 비숙련공으로 인한 혼류생산과 품질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국내공장은 비정규직의 확대로 품질문제를 악화시켰다. 2000년 9만 대던 리콜 대수는 2004년 200만대 등 해마다 100만대를 계속 넘어섰는데, 이는 일본 내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에 따라 숙련공이 줄어들고 비정규직이 급증했던 추세와 일치한다.

    1000만대 생산체제 도입으로 차종은 55종까지 늘어났고 해외공장에서는 도요타시스템이 정착되지 못했다. 이에 정 교수는 “글로벌경영을 위한 인재부족이 낳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세계 각국의 자동차산업 대처법

    세계 각국은 공적자금지원을 통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는 르노(프랑스정부 지분보유율 15%)와 PSA(푸조가족의 지분보유율 30%)에 각각 30억 유로(39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르노는 지난해 12월 3,500명 정리해고를 PSA는 3,000명을 정리 해고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실행하지 않고 있다.

    또 독일의 경우 폭스바겐에 40~50억 유로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수요 진작을 위한 인센티브로 50억 유로 예산을 책정했다. 노사 간 협의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정리해고 숫자를 최대한 축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 역시 지난 4월 18일 폭스바겐 자회사인 Seat에 1억 유로(1억3천만 달러)를 지원한 바 있다.

       
      ▲ 4일 국회도서관에서 ‘쌍용차, 대우차 등 위기의 자동차 산업,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사진=이은영 기자)

    한국의 자동차산업에서도 주간 연속2교대를 도입하는 등 노동시간과 작업평성방법을 개선하여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불안 최소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정 대타협이 우선이라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쌍용차 위기 근본원인은 상하이차의 고의 부도"

    한편 대한문 앞 단식농성에 들어간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을 서면 발제문을 통해 쌍용차 위기의 근본원인을 “상하이차 자본 철수에 따른 고의적 부도이며, 대주주로서의 경영책임 회피에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근본원인에 대한 규명 없이 당장의 비용절감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며 쌍용차를 파산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쌍용차 회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리해고를 통한 인력감축보다는 노동시간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순환휴직과 같은 방안이 훨씬 설득력 있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쌍용차는 회생과정에서 폭스바겐과 프랑스 르노 등 공기업화 되어 있는 기업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폭스바겐은 니더작센 주정부와 국가, 개인 등에 소유 분산돼 있다. 이에 그는 “경제공황 하에서 지방정부와 산업은행, 노동자와 주식시장의 국민공모주 등 다양한 방식의 공기업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역시 “정리해고식 구조조정은 중단되어야 한다”며 “채권자의 입장에만 근거한 일방적인 구조조정은 쌍용자동차 살리기가 아닌 쌍용자동차 죽이기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채권 회수 급급해 말아야"

    그는 “회사 살리기를 위해 노동조합이 자신의 희생과 양보를 먼저 제안한 만큼 회사와 채권자도 당장의 채권 회수에 급급하지 말고, 회사 정상화와 발전을 통해 보다 정상적인 방식으로 더 많은 금액의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노조와 허심탄회하게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쌍용차 문제의 해결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음을 강조했다. 조 의원은 “정부(산업은행)는 현재 쌍용자동차의 최대 채권자이기 때문에 현재 채권자에 의해 승인된 인력감축식 구조조정을 수정 변경할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경제에서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을 감안하여 미래 한국자동차 산업의 발전전망을 고려한 쌍용자동차에 대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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