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M 몰락 이유와 복지국가 필요성
        2009년 06월 04일 04: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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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자산규모가 820억 달러인, 세계 최대 자동차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6월 2일 밤 뉴욕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였다. 이로써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었던 지난 101년간에 걸친 GM의 역사는 끝이 났다. 이는 미국 내 제조업체 파산으로는 사상 최대의 기록을 갱신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GM의 파산에 영향을 끼친 요인으로 생산라인의 경직된 운용으로 인한 낮은 생산성, 고유가 시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낮은 연비의 대형차 위주 생산, 할부 금융 등 금융 부분에 대한 과도한 투자, 일본과 한국의 저가 자동차들에 의한 시장 잠식, 노조의 과도한 복지 요구 등을 꼽는다.

       
      

    노조의 과도한 복지 요구 때문에 파산?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 볼 대목은 일부에서 GM이 파산한 원인을 "노조의 과도한 복지 요구" 때문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GM은 노조의 요구에 따라 퇴직자와 그 가족에게까지 값비싼 민간의료보험료를 지원하도록 하는 과도한 복지 제도를 운영해 왔는데, 이것 때문에 결국 회사의 이익 구조가 나빠져 파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대목에서 미국과 한국의 의료보험 제도가 어떻게 다른지 잠시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한국의 현대와 기아자동차의 근로자 평균 의료보험료는 7만 9천원 수준이나,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 제도와 같은 국가 차원의 공적 의료보장제도가 없는 미국에서는 직장에 근거한 고가의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GM의 경우, 회사에서 가족을 제외한 생산직 근로자 본인이 최소한의 의료보장을 위해 매달 민간보험회사에 내야할 평균 의료보험료는 50만원에 이르고, 과장급 이상의 간부 직원과 그의 가족까지 제대로 된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매월 수백만 원 수준의 의료보험료를 회사가 부담해야 한다.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가 퇴직자들을 위해 건강보험료를 따로 부담한다는 이야기는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회사에서 퇴직자를 의료보험에 가입해 주지 않게 되면, 65세 이상 부부의 경우 연 평균 20만 달러의 의료비용을 부담(피델리티 투자보고서, 3월 6일)해야 하기에 자동차 노조는 조합원의 강력한 요청으로 퇴직자 의료보험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국가 주도의 보편적 복지제도의 필요성

    결국 이러한 복지비 부담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생산되는 자동차 한 대당 단가를 수백 달러(GM 차 한 대당 의료비는 약 250만원, 일본 도요타 차 한 대당 의료비는 약 25만원, 우리나라 차 한 대당 의료비는 약 15만원)나 높이고 있었던 셈이다.

    즉, 우리는 GM의 파산을 통해 국가복지의 과소가 기업의 경쟁력을 얼마나 심각하게 약화시킬 수 있는지, 그 생생한 사례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독일과 북유럽의 국가들이 높은 세금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들 나라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들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 또한, 국가에 의한 보편적 복지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국가 주도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보편적 복지제도는 개별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다.

    GM의 파산을 바라보며 우리가 찾아내야 할 또 하나의 교훈은 필요한 정부 규제는 생산력 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사실이다.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정부에 이어 현 정부와 대기업들이 내세우는 주요한 요구는 과감한 규제의 완화 또는 철폐다.

    그러나 규제 완화와 자유로운 경제활동의 대표적인 국가로 손꼽히는 미국에서, GM이 결국 파산으로 이어진 또 하나의 원인은 규제 완화와 이에 따른 ‘시장실패’에 있음도 충분히 숙고해 볼 지점이다.

    대기오염 배출과 관련하여 유럽의 나라들이 유로 쓰리와 유로 포 등의 규제를 스스로 만들어 규제를 강화할 때, 자동차 회사들의 로비를 받은 미국은 환경 규제의 강화를 미루었고, 유럽과 일본, 한국의 자동차들이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와 각종 지원 정책에 따라 가볍고 효율성 높은 경차 생산에 주력 할 때 미국의 자동차는 크고 무겁고 효율이 낮은 엔진 기술과 낮은 연비로 많은 대기오염 물질을 동시에 뿜어 대는 무거운 탱크 같은 자동차를 지속적으로 양산하였다.

    규제 완화에 따른 시장실패

       
      

    우리는 GM의 파산 소식과 동시에 들려오는 도요타의 신차 프리우스에 대한 폭발적 인기를 대비시켜 볼 필요가 있다. 이 차는 ℓ당 연비가 무려 38㎞에 달하는 친환경 자동차이다.

    즉, 부시 정부의 대기오염 규제 완화라는 자동차 회사 지원 정책(?)으로 8년 동안 개술개발을 미룬 미국 자동차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상실하며 자멸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었던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미국 신자유주의 정부의 ‘친기업적 규제 완화’는 오히려 GM 제품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상실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참여정부와 현 정부를 가릴 것 없이 한미 FTA를 조속히 추진하는 명분으로 자동차 산업의 이득을 꼽았으며, 이러한 명분 하에 각종 규제 완화가 추진되고, 심지어는 의료민영화까지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오늘날 GM 파산이 주는 교훈을 우리 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한미 FTA를 통해 관세가 철폐되면, 한국의 자동차는 약 2% 정도의 가격 경쟁력을 더 가지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한미 FTA를 비준하게 되면 한국으로 진출한 미국 민간보험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투자자-국가 제소가 공식화되어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자동차는 미국의 GM처럼 자동차 한 대당 엄청난 수준의 의료보험료를 내장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는 -10% 이상의 경쟁력 상실로 귀결될 것이다. 2%를 받고 10%를 주는 계약서에 국회가 도장을 찍는다면 국민들이 과연 동의할 수 있을까?

    말로 주고 되로 받는 가격 경쟁력?

    그러나 우리 정부는 GM 파산을 지켜보면서도 기존의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 총리실, 그리고 한나라당 역시 GM의 몰락을 보면서도 한미 FTA 추진을 재고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한미 FTA 추진과 규제 완화가 아니라, 한미 FTA 비준의 재검토와 선별적인 규제의 강화, 그리고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포함한 전면적인 보편적 복지국가의 도입이야 말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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