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 길 먼 ‘생존을 위한 농업’
        2009년 06월 03일 04: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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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의 크기는 한국과 비슷하고 인구는 약 1/4쯤 된다. 국민 일인당 농지 면적은 한국의 15배, 농업 인구당 농지 면적도 7배쯤 된다. 년 평균 기온 섭씨 25도, 년 평균 강우량 1,375mm인 아열대 기후라 농사에 적합하다.

       
      ▲ 도시 유기 농장 (사진=김병기)

    1980년대 말까지 쿠바는 철저하게 농기계, 화학비료, 농약에 의존하는 ‘대단위 농장 농업’에 집중했다. 사탕수수, 담배, 커피 등 소수의 현금 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해서 수출했고 먹거리의 대부분을 수입했다.

    100에이커당 남미 국가들의 평균 트랙터 숫자가 2.2대인 반면 쿠바는 5.7대. 화학 비료도 남미 국가들은 에이커당 평균 300파운드, 반면 쿠바는 1,000파운드를 사용했다. 심지어 미국(450파운드)의 두 배가 넘는다. 년 평균 살충제 사용량은 21,000톤에 달했다.

    친환경 농업

    소련연방 해체와 동구 사회주의권 붕괴로 ‘특별기간’(쿠바 이야기 ③ 참조)이 선포되었다. 석유, 비료, 농약, 사료 품귀 현상이 심화되었다. 배고픔은 일상화되었고, 가축들은 죽어갔고, 트랙터는 멈췄고, 농민들은 ‘반환경 농업’을 지속할 수 없었다. ‘카스트로 정권’의 붕괴와 수만 명의 아사자 발생이 예견되었다.

    ‘친환경 농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쿠바 사회주의 정부는 발빠르게 대응했다. 제 4차 공산당 전당대회(1991년)을 개최해 농업 경제의 중심축을 국영 농장에서 개인 농장과 협동조합 농장으로 이동했다. 농업활동 참여확대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결정이었다.

    ‘생존을 위한 농업’ 캠페인에 배고픈 쿠바인들이 뜨겁게 호응했다. 220만 수도 아바나에서만 20만 명의 시민들이 동참했다. 정부는 도시의 빈땅들을 무상으로 분배했고 영농자금을 빌려주었다. 짧은 기간 안에 2만여 개의 도시 야채 농장과 1000여 개의 직판장이 생겨났고 아바나의 야채 소비량 80% 이상을 생산했다.

       
      ▲ 도시 유기 농장 (사진=김병기)

    협동조합 농장

    지방 도시와 시골에서 정부는 대단위 국영 농장들을 ‘친환경’ 농업에 맞는 크기로 나눠서 분배했다. 그 결과 1992~96년 사이에 협동조합 농장이 쿠바 전체 농장의 67.5%를 차지하게 되었다. 지방 도시에서는 야채 소비량 거의 100%를 도시 농장에서 생산했다. 또한 전국의 공장, 병원, 학교, 정부기관 등의 짜투리 땅을 야채밭으로 바꾸어 ‘공동 먹거리’로 활용했고 가정마다 야채텃밭을 가꾸었다.

    협동조합농장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먼저 협동조합농장을 운영하려는 사람들에게 자치 정부는 토지 경작권을 부여하고 영농 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준다. 매달 수익금의 일부분은 원금 상환을 위해 지불된다. 그리고 남은 수익금은 노동 시간에 비례해서 분배된다. 쿠바에서 협동농장 노동자들은 고소득자에 속한다. 평균 월 소득이 1200페소다. (교사, 통역사 450, 의사 550, 국영 농장 노동자 650페소). 그래서 이직율이 거의 없다고 한다.

    농장 체험 실습

    방문 기간 중 오전에 3시간씩 농장 실습을 5일 했다. ‘국제캠프’ 유기 농장에서 이틀. 야채밭 잡초 뽑기 하루, 야채 수확 하루. 콩을 대단위로 재배하는 국영 농장에서 삼일. 콩밭 잡초 뽑기 이틀, 콩 수확 하루.

    농장 노동자들과 함께 일했다. 그들은 맨손으로 곡괭이 한 자루씩을 들고 잡초 제거를 했다. 방문단원들은 쪼그려 앉아 손으로 잡초 제거 작업을 했다. 장갑을 준비해간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콩 잎사귀 밑에 잡초들이 많았다. 손으로 잡초를 뿌리채 뽑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 번은 농장 노동자들이 잡초제거 작업을 한 콩밭을 다른 방문단원들과 살펴보았다. 예상한대로 흙으로 잡초들을 대강 덮어버렸다. 그 잡초들은 수 일 내에 다시 일어나 자랄 것이다.

    콩수확하러 갔다. 콩밭이 보이지 않았다. 방문단원들이 쿠바 안내인에게 물었다. "어디에 콩밭이 있냐?" "저기에" "잡초만 보이는데" "가까이 가보면 안다". 가까이 가보니 잡초 속에 수확할 콩들이 숨어 있었다. 방문단원들이 소곤거렸다. "책에서 읽은 쿠바의 ‘친환경 제초제’는 어디에 있는 거야?"

       
      ▲ 콩 수확하는 방문단원들 (사진=김병기)

    농장 방문

    방문단은 아바나와 지방 도시에서 3~4군데의 협동조합농장을 방문했다. 흙이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흙에 퇴비가 별로 없다. 흙속에서 지렁이가 보이질 않는다. 농장 주변에 퇴비 더미도 안 보인다. 방문단이 물었다. "퇴비는 어디서 만드냐고?" "지렁이는 왜 안보이냐?" "퇴비 만드는 곳과 지렁이 농장이 따로 있다. 가져다 쓴다" 넉넉한 양을 가져다 쓰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농장이 달라도 재배하는 야채들은 거의 비슷했다. 양상추, 양배추, 파, 마늘, 당근, 토마토, 호박, 비트 루트, 복초이 등. 모두 기르기 쉬운 작물들이었다. 국제캠프에서 주로 몇 종류의 야채만을 먹는 것, 유기농 판매소 야채들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았던 궁금증이 풀렸다.

    돌아다니면서 감귤(Citrus)농장들을 여러 번 봤다. 볼 때마다 같은 상황이었다. 감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데도 수확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땅바닥에 떨어져 썩어가는 감귤들이 수두룩했다.

    방문단이 물었다. "왜 수확을 안하냐?" "수확에 필요한 농기계도 사람도 없다" "그럼 저렇게 놔두냐?" "아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거저 따먹으라고 하지만 와서 따먹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따먹어 보았다. 맛있지만, 나 역시 몇 개 따가려고 일부러 시간 내서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쿠바 농업 정책의 고민은 휴경지에 있다. 농경지의 50%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버스를 타고 아바나를 떠나면 놀고 있는 땅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지난 몇 년 동안 쿠바 정부는 휴경지를 무료로 받아 농사를 지으라고 설득하지만 별 효과가 없다. 나라에서 직접 국영 농장을 운영할지 두고 볼 일이다.

    상기한 이런 저런 이유들로 친환경 농업의 쿠바는 아직 ‘먹거리 자급’과 거리가 있다. 주식인 쌀, 콩, 팥 등을 일정량 수입하고 특히 옥수수와 밀은 상당량을 수입하는 실정이다. 또한 ‘특별기간’ 이전인 1989년도(먹거리 자급율 약 50%)의 생산량을 100%로 기준할 때 2004년도 생산량은 소고기 63%, 우유 51%, 계란 32%, 감귤(Citrus) 22%에 불과하다. 현재 쿠바는 농산물, 낙농제품, 식료품등을 포함한 모든 먹거리의 6)~70%를 수입하고 있다.

    또한 쿠바의 친환경 농업 기술과 수준도 눈에 확 띄지 않았다. 방문한 국영 농장과 협동조합 농장들에서 동반자 식물(Companion Plants)과 해충을 쫓기 위한 꽃들은 볼 수 있었지만 유기 농업의 핵심인 토질 개선과 땅의 힘을 키우기 위해 긴요한 녹비작물(Green Manure), 뿌리 덮개(Mulching), 부식토(Humus), 퇴비더미, 지렁이 등은 보기 어려웠다.

       
      ▲ 국영 농장 노동자들 (사진=김병기)

    친환경 농업의 미래

    그러나 쿠바 친환경 농업은 기초 토대가 아주 튼튼하다. 먹거리 자급 달성을 위해서 농업 노동자와 과학자들은 긴밀한 관계 속에서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또한 쿠바는 세계가 인정하는 생물, 화학, 생명공학 기술을 갖고 있다. 과학 인적 자원도 풍부하다. 쿠바의 총 인구는 중남미의 2%에 불과하지만 과학자수는 전체 남미 과학자의 11%에 달한다.

    놀랍게도 쿠바는 ‘특별기간’동안에 나라 전체를 친환경 농업으로 바꿔놓았다. 곡식, 야채, 과일 등은 거의 100% 친환경이다. 세계가 환호했다. ‘토지 공유화’ 사회주의 정책과 ‘생존위기’를 ‘친환경 농업’으로 슬기롭게 대응한 쿠바 인민들의 영웅적 투쟁 덕분이다. 그것도 한명의 아사자도 없이, IMF와 세계은행의 도움없이 지속 가능한 생태 사회로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쿠바 경제의 족쇄인 미국의 ‘경제 봉쇄’가 풀리면 쿠바 생태 농업에 어떤 변화가 올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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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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