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중훈, "다양성 인정이 유쾌한 생명력"
    By 나난
        2009년 06월 03일 10: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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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일 마들연구소의 ‘명사 초청 특강’에 영화배우 박중훈 씨가 강사로 나섰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듯 천둥번개가 치고 강한 비가 내린 2일 늦은 저녁, 서울 노원구 서울북구고용지원센터 대강당엔 영화배우 박중훈 씨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중고등학생에서부터 중년의 아저씨까지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강연 내내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300여 명의 청중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기도, 배꼽을 잡기도 했다.

    “천둥번개 치는 것이 꼭 최근 국민들 마음 같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마들연구소의 ‘명사 초청 특강’ 10번째 강사로 영화배우 박중훈 씨가 나섰다. 지난 18대 총선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 노회찬 대표의 선거 운동을 도운 바 있는 그는 다시 노원구를 찾은 소감에 대해 자신의 "동네같다"고 말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여는 말을 통해 “천둥번개 치는 것이 꼭 최근 국민들 마음 같다”며 “국민들 심정이 오늘처럼 우중충하고 빗방울 떨어지는 것 같지 않나. 더 이상 안타까운 최후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도해 본다”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언급했다. 그리고 그는 “무엇보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노 대표는 박중훈 씨를 소개하며 “배짱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박중훈 씨가 선물한 넥타이를 매고 왔다”고 자랑하던 그는 “자기가 매던 넥타이를 선물할 만큼 배짱이 두둑하다”며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를 선물받았다”고 말해 청중들로 하여금 폭소를 자아냈다.

    열렬한 환호 속에 등장한 박중훈 씨는 이날 ‘신기하고 유쾌한 생명력’을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어디 가서 스스럼없이 말하는 편인데 최근 ‘박중훈쇼’가 안 되고부터 자신감을 잃었다”는 그의 말 한마디로 청중과 그는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선 느낌이었다.

    그가 말하는 ‘신기하고 유쾌한 생명력’은 결국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배우’라는 직업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타인을 이해하듯 우리 사회에도 ‘다양성’을 중시할 때 유쾌한 생명력이 발산된다는 것.

    “우리 사회가 정말 많이 갈라져 있다. 이념별로, 동서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그것이 점차 더 심화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우리 사회가 더 갈라지고 있다. 이 시대에 서로를 보듬고 역지사지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 박중훈 씨의 강연을 듣기 위해 300여 명의 시민이 서울북구고용지원센터에 모였다.

    그는 학창시절 내내 오락부장을 도맡았다고 한다. 한 반에 꼭 한 명씩은 있는 유쾌한 아이들 중 하나가 바로 그였다. “영화배우 역시 사회의 오락부장”이라고 말하는 그는 “학창시절에는 왜 오락부장에 대한 자부심을 갖지 못했을까?”라며 “모든 가치를 (공부 잘하는) 반장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답했다.

    그는 우리가 쉽게 혼동하게 되는 ‘틀리다’와 ‘다르다’를 빗대어 “오락부장은 ‘틀린 학생’이고 반장은 ‘맞는 학생’이라는 사회적 풍토 때문에 자부심을 갖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청중에게 물었다. “박지성이 큰 돈을 받는 것은 그럴 가치가 있고, 영화배우가 큰 돈을 받는 것은 공돈 같지요?” 당연히 청중으로부터 돌아오는 답변은 당연히 “예~”

    "배우는 사회의 오락부장"

    이에 그는 “스포츠맨은 땀 흘려 뛰고 부상당하는 모습을 보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면서 "영화가 아니면 시상식장에서 여러분을 만나는 배우는 기름 값이 없어도 대종상 레드카펫 입장을 위해 돈을 빌려 자신을 치장하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그게 오락부장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배우생활의 고충도 토로했다. ‘머나먼 쏭바강’ 촬영 당시 너무 힘들어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일기장에 5번이나 썼다고 한다. TV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고생 한 번 안 해본’ 듯한 이미지가 배우생활의 진짜 모습은 아니라는 것.

    그는 지난 2006년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시위에도 앞장 선 인물이다. “스크린쿼터를 내주고 난 뒤 한국영화가 과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요?”라는 청중의 질문에 그는 스크린쿼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영화를 살리기 위해서는 만드는 사람들이 정신 차리고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자기반성을 하기도 했다.

    “문화조차 정글 속에서 살아남느냐,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느냐의 문제이다. 영화인들이 뜻을 모으고 문화 지키기 운동을 해나가야 한다. 25년간 영화배우로 활동하며 느낀 것은 한국영화 시장이 좋을 때는 좋은 영화가 많이 나왔고, 좋지 않을 때는 좋은 영화가 그만큼 없었다.”

    끝으로 그는 최근 연예계를 넘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힘없는 여배우를 술자리에 나오게 하기 위해 학대하는 것이 연예계를 대표하는 정서는 아니”라며 “고인에게는 죄송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연예인을) 해야 한다면 과감하게 생각을 달리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연예계에도 바른 사람들이 많이 있다”며 “연예계를 더 깨끗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의 환경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할 테니 각자의 영역에서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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