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남자로 향해가는 세 남자의 이야기
        2009년 06월 03일 10: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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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큐멘터리 <3×FTM> 포스터

    한국에서 처음으로 성전환 남성의 다큐멘터리가 개봉한다. 언뜻 보면 수학공식 같기도 한 다큐의 제목 3×FTM은 세 명의 성전환 남성을 뜻한다. Female To Male 혹은 Female Toward Male의 줄임말로, 여자에서 남자로 바뀐, 혹은 여자에서 남자로 향해가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그런데 +가 아니라 ×를 넣은 이유는, FTM이라는 단어를 풀어낸다고 해서 다 담아낼 수 없는 복잡다단한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다큐는 성전환남성의 삶을 드러내는 이야기이자 무지, 명진, 종우라는 세 주인공의 구체적이고 독특한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함께 보는 사람들에게 여자와 남자라는 성별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그런 면에서 성전환자의 삶을 다루는 다큐가 만들어지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극장에서 상영된다는 점은 참 고무적이다. 실은 다큐멘터리의 제작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성전환남성은 어려운 커밍아웃을 결정했을 텐데, 자신의 삶의 모습이 극장에서 보여진다는 것, 그리고 주인공들은 여전히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테다. 이런 커밍아웃을 이제 우리가 마주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갈 차례다.

    드디어, 성전환남성의 커밍아웃

    성전환여성에 반해 사회적으로 거의 드러나지 않았던 성전환남성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을까. 동성애자, 양성애자와 함께 트랜스젠더는 성소수자라는 우산아래 존재하는 것으로 이야기되지만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에서도 성전환남성은 소수에 속한다.

    동성애자로 대표되던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트랜스젠더가 가시화되기 시작하면서 내부에서 정체성에 대한 좀 더 세밀한 고민도 시작되었다. 다큐에 나오는 명진은 남성답게 살아왔지만 어떤 한 여성과 동성애적 관계를 맺어오다가 남자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어찌 보면 여성동성애자에서 성전환남성으로 변화한 것이지만 명진의 인생에서 보았을 때는 절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변화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종우는 ‘나는 엄마 배 속에서부터 남자’라고 스스로를 인식하면서 동성애자로 오해받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 한다. 무지는 항상 남성으로 보이고자 했고 남성이 되어가는 과정을 겪고 있는 자신을 긍정하면서, 여성과 남성의 구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이러한 질문은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에서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의 경계에 대한 고민을 가지게 했지만 이러한 고민은 성소수자를 넘어서는 고민이다. 성전환자가 살아오면서 부딪히는 경험은 우리가 모두 함께 살아가는 바로 이 생활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현재의 성전환 남성의 삶을 만들어내는 조건들은 나의 조건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 <3×FTM>의 한 장면

    동성애자가 사회적으로 가시화되면서 비로소 ‘일반’이 ‘이성애자’라는 자기 규명이 가능했던 것처럼 성전환남성 그리고 트랜스젠더의 커밍아웃은 정상적인 여자와 남자의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견고하고 튼튼한 성별이분법 위에서 구축되어 왔는지를 낯설게 보게 한다.

    ‘불법’과 ‘유령’이기를 강요하는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출생신고가 되고, 여자라는 신분을 가진 상황에서 남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생애의 전 과정에서 직면하고 부딪히는 삶의 경험을 떠올려 보자.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남자와 여자의 줄이 갈리고 다른 번호가 부여되며 다른 자리배치에 들어간다.

    2차 성징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스럽고도 정상적인 것이라고 여겨지는 신체의 변화를 맞이하며 신체와 정신이 완전히 분리되는 경험은 전혀 다른 인생을 예고한다. 종우는 지금도 벼락을 맞아서 ‘생리’라는 단어 자체를 뇌 속에서 지워버렸으면 좋겠다고 한다.

    나와 같은 성이라고 일컬어지는 어떤 여성이 자꾸 좋아질 때 ‘나는 동성애자인가’라는 고민을 하면서 진심으로 자신이 멋있는 남성이 되어, 내가 그런 멋진 남성이 아니라서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해야 하는 가슴찢어지는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

    주민등록번호를 국가로부터 부여받았지만 뒷자리가 2로 시작한다는 이유만으로 취직하지 못하고, 은행에 가지 못하고, 관공서를 드나들지 못하는 ‘불법’적인 삶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원한다. 명진은 운이 좋게 신분상의 성별을 정정하도록 판결을 받아서 남성의 신분을 가지고 있지만 이력서에 ‘여자고등학교’를 ‘고등학교’로 표기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하고 사기죄로 고소를 당한다.

    또한 차사고가 나거나 싸움이 붙거나 사기를 당하거나 피해를 당했지만 경찰서에 가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냥 혼자 감당하거나 숨어야만 하는 유령 같은 삶을 끝내고 싶다. 신분상의 성별정정을 하기 위해서 ‘완벽하게’ 해내야 하는 성전환수술은 엄청난 비용과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남성의 신체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자신의 욕망과 남성의 신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비용과 건강을 대가로 치루어야 한다는 강요는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얘기이다.

    한편 조금 다른 남성으로, 남성의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스킨쉽과 조금만 틈이 보여도 ‘사내자식이 그게 뭐냐’는 핀잔을 주고받는 남성간의 경쟁과 긴장을 견디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과연 남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간다.

    남자로 태어난, 남자로 보이고 싶은, 남자가 되어야 했던

    종우, 무지, 명진은 ‘남자’라는 자기 정체성에 대해 조금 다른 삶과 고민의 결을 보여준다. 그 결들은 성전환자라고 같을 수 없고, 비성전환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 결들은 남성성/여성성, 남자다움/여자다움에 대한 성별규범과 마주칠 때 다양한 파열음들을 낼 수 있다.

       
      ▲ <3×FTM>의 한 장면

    당신은 성전환자가 아닌 존재로 태어나기를 선택했는가? 당신은 얼마나 남자 혹은 여자로 보이고 싶고, 그걸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당신은 사회에서 규정하고 요구하는 남자다움 혹은 여자다움을 얼마나 수행하고 있는가? 당신은 진짜 남성 혹은 진짜 여성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당신은 남성 혹은 여성인 것이 행복하고 자랑스러운가? 남성성은 우월하고 여성성은 열등한가? 아니면 남성성은 나쁘고 여성성은 좋은가? 왜 국가와 제도는 주민등록번호 1번과 2번을 남성과 여성에 끼워 맞추고, 그것에서 신체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벗어나는 존재들의 시민적 권리를 제한하는가?

    우리는 계급, 인종, 세대, 학력 등 사회문화적 차이에 대해서는 비교적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성(섹스, 젠더, 섹슈얼리티)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왜 성은 자연이고 운명인가? 다큐를 통해서 성전환남성의 삶을 구경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볼 수 있다면 세 명의 용기 있고 대담한 커밍아웃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 같다.

    덧불여,

    3×FTM은 6월 4일 상상마당, 미로스페이스, 6월 6일 인디스페이스에서 개봉한다. 참, 영화관에 가면 꼭 화장실을 들렸다 오시라. 보기 전에 한번, 보고 나서 한번 갔다오는 것을 권장한다. 가장 극명하게 남성과 여성을 분리시키는 공간인 공중화장실, 가장 내밀한 자신의 신체와 대면하는 화장실에서 다큐의 문제의식을 연장한 전시회가 동시에 진행된다.

    또한 이 작품은 커밍아웃 다큐멘터리 3부작을 만들고 있는 성적소수문화환경을위한모임 연분홍치마의 작품이다. 현재 최초의 커밍아웃 정치인 최현숙의 총선과정을 그린 <레즈비언 정치도전기>가 만들어져 영화제 등에서 상영되고 있고, 게이들의 커밍아웃 스토리를 다루는 <종로의 기적>이 제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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