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6월 투쟁 '뻥카'인가?
By 나난
    2009년 06월 02일 03: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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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만 오면 된다”, “화물연대 오고 있지?”, “1만 화물연대가 오고 있으니 해 볼만 해.”

지난 5월 30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들은 민주노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희망은 실망으로 바뀌었다. 대회 참석 노동자들의 수가 예상보다 훨씬 못 미쳤을 뿐 아니라, 현장에서도 시민들과 호흡을 맞추는데 실패했다.  

강력한 우군 만들기 일단 실패?

이명박 정권에 대한 깊고 광범위한 분노가 대중적으로 표출되고 있을 때, 민주노총과 조직된 노동자는 그들에게 희망과 신뢰를 주지 못한 것이다. 물론 이날의 상황을 과도하게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이는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비정규직 관련법 저지 투쟁의 ‘강력한 우군’을 만드는데 실패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또 이는 노동운동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토요일이었던 이날 오후 4시.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정당과 학생 단체 등으로 구성된 ‘노동탄압분쇄, 민중생존권,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이 ‘열사정신계승, 민생생존권, 민주주의 쟁취 5.30 범국민대회’를 서울 덕수궁 대한문에서 열었다.

애초 서울광장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범국민대회가 경찰의 불허 방침과 차벽을 이용한 광장 봉쇄에 막히자, 시민, 학생, 노동계는 대한문 앞에서 대회를 연 것이다. 하지만 대한문 일대 역시 경찰 차벽으로 금세 봉쇄됐다.

1만명 참여를 기대했던 것과 달리 범국민대회는 2,000여명이 참석하는데 그쳤다. 노조 참석자들은 이들 가운데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숫자였다. 경찰 버스 몇 대면 충분히 ‘봉쇄’될 인원 수준이다.

회의적 시각

범국민대회는 공동행동 주최로 열렸지만, 그 중심은 민주노총이었다. 민주노총은 그 동안 “국민장 이후에도 정책을 전환하지 않을 경우 6월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5월 30일 국민대회와 6월 13일 민주노총 총궐기 상경집회 등은 이 같은 투쟁의 일환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같은 투쟁을 실천할 준비가 됐는지, 역량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사회연대 노동운동 노선을 내세운 임성규 집행부가 풀어야 할 숙제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 지난 5월 30일 범국민대회에서는 학생, 시민을 중심으로 한 ‘반MB’ 전선이 형성됐다.(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범국민대회에서는 “민주노총의 투쟁동력이 떨어진 게 아니냐”, “뻥 파업이 아니냐”는 등의 불만과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은 이 같은 회의적 시각의 반영이다. 

하지만 “민주노총 힘이 많이 약해졌다”고 푸념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는 건, 반대로 민주노총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현 시점에서 노동운동의 ‘분발’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주문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기대를 다 내려놓지는 않았다

문제는 민주노총의 의지와 무관하게 당위적 투쟁의 선언과 실천의 괴리는 대중적 신뢰를 형성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과의 호흡 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6월 국회에서 미디어법과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정부 여당의 방침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연대가 필수적인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평가와 지적은 민주노총이 귀담아 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신언직 진보신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지난 범국민대회에 대해 “조직된 노동자들이 분노한 시민과 호흡하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계속 싸우길 원하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집회에만 충실한 것처럼 보인 민주노총을 어떻게 보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6월 단위별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하투 정국을 예고하고 있다. 오는 3일 금속노조의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반대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10일 금속노조 2시간 부분 파업, 화물연대 11일 전면파업, 13일 민주노총 총궐기 상경집회 등이 예정돼 있다.

운수노조 철도본부 역시 식당 외주화와 인력감축을 반대하며 6월 중 투쟁계획을 밝힐 계획이다. 건설노조는 이미 지난달 27일 상경파업 후 지역별 파업으로 전환한 상태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은 지난 노동절 때 6월말에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선포했으며, 이후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내용도 발표한 바 있다.

심각한 개별 투쟁, 불투명한 총력 투쟁

하지만 민주노총의 총파업이나 6월 13일 총궐기 상경집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다. 민주노총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산별연맹과 지역본부가 일정상의 이유로 유보적이거나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내일신문>은 민주노총 한 간부가 “총파업 가능성에 대해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민주노총의 투쟁 구심 중 하나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자신들의 생존권을 걸고 파업을 진행 중이고, 현대차지부 등은 임단협 일정 때문에 적극적인 동조가 어려운 상황이다.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의 특수고용직 노동자성 보장은 현안의 심각성에 비해 노동계 공통요구로써 장기간 끌고 나갈 수 없는 한계를 지녔다.

조문 정국이 보수 정당 간이 투쟁으로 전환되면서, 이명박 정권의 역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투쟁의 현실적 필요성과 자체 동력의 한계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이승철 대변인은 “민주노총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할 건 아니”라면서 “6월에는 건설-화물 현안과 쌍용자동차-공공부문 구조조정 투쟁, 금속 등 산별노조 임단협, 국회 MB악법 등 노동현안이 산적해 있다. 따라서 투쟁동력의 문제라기보다 투쟁의제를 어떻게 묶어낼 것인가의 문제이며, 이 결과에 따라 양상은 전혀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사무총장 역시 “MB악법을 중심으로 한 국회일정 조정과 박종태 열사 문제, 최저임금 등 변수가 많다”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막연한 분노가 아닌 구체적인 요구를 걸고 시민단체와 어떤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만날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업 노동자와 가두 시민의 만남

국민적 ‘반MB’ 전선 형성은 구체적으로 대통령 사과 등의 정치적 요구와 함께 미디어법과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 철회라는 공동의 요구로 구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함께 싸울’ 투쟁의 구심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와 관련 이승철 대변인은 “‘노동탄압분쇄, 민중생존권,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을 6월 투쟁 연대전선의 기본축으로 삼고, 반신자유주의-반MB에 동의하는 모든 단위와 연대해 6월 투쟁을 펼쳐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박점규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 역시 반MB 전선과의 결합을 강조했다. “화물연대, 건설노조 등 그 자체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각 단위별 현안을 가지고 서울에서 이명박 정권을 궁지로 몰아넣어야 한다. 전선을 확대해 가두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업과 (시민의) 가두 투쟁이 같이 가야 한다”며 “6월 한 달은 거리의 정치다. 작년의 청계광장이 올해 덕수궁으로 거점을 옮겼다. 각 단위 사업장의 임단협 일자를 6월로 최대한 앞당겨 국민과 함께 싸워야 한다. 그런 투쟁에 섰을 때 민주노총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실망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나 주요 산별의 핵심 간부들 대부분은 산적한 당면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싸움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은 분명하지만, 현재 대중적인 투쟁 동력의 조직이 쉽지 않아 고민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대중적 동력이라는 것이 외부 충격으로 없던 것이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현재의 민주노총의 고민은 그만큼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적한 당면의 투쟁 과제와 노 전 대통령의 죽음 이후 전개되고 있는 정세에 대응하는 대책 마련 역시 중요한 과제다.

분노하는 시민들의 실망과 기대 사이에 민주노총이 자신들의 요구와 시민사회의 요구를 결합시키면서 6월 투쟁을 어떻게 대응해나갈지, 이 과정에서 약화된 조직이 추스러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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