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만 하고, 입은 닥쳐주세요"
By 내막
    2009년 06월 01일 06: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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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본청 기자회견장인 ‘정론관’이 6월 1일부터 새단장을 했다. 국회 사진이 붙어있는 벽면을 어두운 색 커텐으로 가리고 단상 뒤에 국회로고를 박아 넣으면서 옆에는 태극기를 주욱 새워놓은 것이다.

정론관 단상의 변화에 대해 외관 자체가 권위적이라는 지적이 많이 제기되었고, 미국의 백악관 기자회견장을 흉내낸 사대주의의 반영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큰 변화는 정론관을 이용할 수 있는 ‘사용권자’에 제한이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민의의 전당답게 국회의원과 함께할 경우 일반 국민도 자신들의 의견을 충분히 발표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외부인의 이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되고, 이용권자가 국회의원과 국회 대변인, 원내정당 대변인, 실·국장급 이상 국회 직원으로 한정된 것.

국회 대변인실에서는 왜 이런 변화가 있어야 했는지에 대해 기자회견 건수가 너무 많아지고 내용이 길어짐에 따른 운영상의 필요성과 불편함을 호소하는 일부 기자들과 국회의원들의 요청이 있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사용 제한에 반발하는 기자들과 국회의원들도 적지 않다.

민주당은 1일 정론관 사용규칙 개편에 대해 "일반 국민은 이제 어디에서 의견을 표명하라는 것인가? 집회도 못하게 하고, 집회를 하더라도 전경버스로 둘러싸서 안에서 무엇이 이루어지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만드는 어려운 현실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국회만이라도 국민에게 개방해야 한다. 정권과 정부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유일한 소통기회인 국회 정론관 이용마저 막아버려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진보신당도 "시민사회단체 등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들의 연대 기자회견을 허용하지 않도록 한 새 정론관 운영지침은 민의를 더욱 넓게 대변해야 할 국회가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고 국회에 더 많은 장벽을 치는 행위"라며, "국민이 대화를 요구함에도, 오로지 국면전환을 노리며 반민주의 상징인 명박산성을 쌓았던 청와대와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진보신당은 특히 "태극기가 즐비한 기자회견장의 모습은 마치 부시 정부 시절의 백악관 기자회견장을 연상케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청와대 기자회견장이 미국 백악관 비슷하게 국기를 즐비하게 늘어놓는 식으로 바뀌더니, 이제는 국회가 청와대를 따라서 미국식 애국주의를 고취시키는 사대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노동당은 "정론관이 어두워졌다"며, "반성없는 정권을 보면서 암울해하는 국민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한 국회사무처의 퍼포먼스인가. 아니면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억압정권의 코드에 맞추려는 몸부림인가 묻고 싶다"고 힐난했다.

민주노동당은 특히 "정론관은 17대 국회 민주노동당의 진출 이후, 폐쇄적인 공간에서 일반 국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며, "국회 사무처가 이제 국회의원을 제외하고 정론관을 사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내놓음에 따라 이제 정론관은 우민관으로 변해버렸다"고 일침을 놓았다.

한편 정론관의 변화 외에 최근 국회의 모습에 큰 변화 2가지가 더 있다. 국회 셔틀버스에 "국민이 국회의 주인입니다". "국회로 놀러오세요"는 내용의 차량 전면광고가 시작됐고, 국회도서관이 6월 3일부터 야간 개장을 하기로 한 것이다.

구경은 할 수 있지만 말은 할 수 없는 국회. 그러면서 "국민이 국회의 주인"이라고 강변하는 국회. 왜 이렇게 바뀐 것이냐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회 관계자는 웃으면서 "그냥 이해해달라"고 말하면서 자리를 떠났다.

   
  ▲ ‘국민이 국회의 주인입니다’라는 버스 전면광고를 실시하고 있는 국회 셔틀버스.(사진=김경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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