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 시청 광장서 ‘밤샘’ 촛불
    By mywank
        2009년 05월 30일 12: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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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00:20

    영결식은 끝냈으나, 그를 보내지 못한 사람들은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29일 저녁 3만여 개(주최 측 추산)의 촛불이 서울시청 앞 광장을 밝혔다. 애도의 촛불은 저항하는 ‘횃불’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들은 ‘철야 추모제’를 열고 있었다.

    퇴근 시간이 지나면서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미처 노제에 참석하지 못했던 직장인들과 집에서 TV를 보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29일 저녁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촛불이 서울시청 앞 광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오후부터 민생민주국민회의(준) 주최로 광장에서 열린 ‘시민추모제’는 시민들의 자유발언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밤늦도록 이어진 이들의 말에는 고인을 떠나보낸 슬픔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가 함께 담겨 있었다.

    한 대학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왜 죽었는지 알았으면 좋겠다”며 “정부와 여당, 보수신문들이 지금 잠시 꼬리를 내리고 있지만, 조금만 지나면 ‘MB악법’ 통과를 시도하는 등 다시 국민들을 무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에서 온 칠순 노인이라고 밝힌 이는 “당신은 우리의 ‘바보’였다”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백척간두에 놓인 민주주의를 위해 몸을 던져 항거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신은 온 국민의 가슴에 민주주의의 가치를 심어줬다”고 덧붙였다.

       
      ▲시민추모제에 참석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사진=정상근 기자) 

    고려대 학생이라고 밝힌 이는 “광주에서 시민들을 무참히 죽인 대머리 대통령과 용산에서 힘없는 철거민들을 학살한 대통령은 버젓이 살아있다”며 “도대체 이 세상에 정의가 있기나 한 건가”라며 절규했다. 수원에서 온 아줌마는 “이명박 정부는 일제고사를 통해 학생들을 평가하는데, 대통령은 왜 평가받지 않으려고 하나”고 비판했다.

    밤이 깊어갔지만,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서울시청 앞 광장을 지키고 있었다. “경찰이 또 시청광장을 막을 수 있지 않냐”, “고인과의 마지막 날인데, 어떻게 잠이 오겠냐”며 시민들은 광장을 떠나지 않았다.

    주최 측의 한 관계자는 “30일 새벽까지 고인을 추모하는 자유발언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며 “만약 경찰이 광장 봉쇄를 시도할 경우 시민들과 스크럼을 짜고, 광장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밝혔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 당직자들와 민주노동당 당직자들도 시청광장에서 ‘밤샘 투쟁’에 동참했다.

       
      ▲광화문을 향하는 길목을 막고 있는 경찰들 (사진=손기영 기자) 

       
      ▲촛불을 밝히고 있는 시민들 (사진=손기영 기자) 

    경찰은 광화문 주변 도로를 모두 통제하며, 태평로 주변에 있는 시민들과 대치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노인은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거리로 나왔다”며 “오늘은 추모의 날인데, 이대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30일에는 용산범대위, 민주노총 등이 함께 하는 민중대회가 이 자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집회를 막겠다고 공언한 경찰과 집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공간’을 사수하겠다는 사람들의 싸움이 30일 새벽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광장의 밤은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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