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 고민중 "촛불 들어얄텐데, 될까?"
    일단 터지면 작년보다 10배 크게 될 것
    By 나난
        2009년 05월 29일 04: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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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린 29일 시청 앞 광장엔 지난해 촛불집회 이후 사라졌던 “MB OUT” 손 피켓이 다시 등장했다.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눈물과 한숨, 울분과 분노를 표출하며 “민주주의 권리수호”, “이명박은 사죄하라”고 외쳤다.

       
      ▲노제가 열린 시청 앞(사진=손기영 기자)

    그들은 예외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 비극적 최후의 원인과 책임을 현 정권에 돌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위해서는 촛불은 물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아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고도 입을 모았다. 하지만 여론을 듣는 귀가 없는 현 정권에 대해 절망하고 있었다.

    귀가 없는 정권에 절망

    회사원 김형원(40) 씨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르겠지만 울분이 생기고 화가 난다다”며 “울분을 가슴 속에만 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책임 규명을 위한 "제2의 촛불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8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신의 팬카페 ‘시민광장’에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이명박 정권과 검찰, 조․중․동이 공모한 정치적 타살”이라며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책임을 현 정권과 검찰, 그리고 언론에 물었다. 하지만 이는 비단 유 전 장관만의 생각이 아니다. 시민들 역시 “정치적 죽음”이라는 데 같은 생각이다.

       
      ▲사진=손기영 기자 

    천기호(45)씨는 “노 전 대통령 서거는 정치적 죽음”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민중 친화력을 바탕으로 당선된 것이 아니라는 게 지난해 촛불에서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시민을 억압하고 억누를수록 분노가 터져 나오는 게 이치”라며 “대중들이 언제 어떻게 터져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촛불의 규모는) 작년에 비해 10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욱(25)씨는 “사과한다고 해서 서거를 만들었던 원인뿐만 아니라 정부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분노한) 국민들의 마음이 풀릴 수 있을까”라며 반문했다. 그는 ‘제2의 촛불’이 밝혀질 것이라고 기대섞인 전망을 했다.

    "이명박 사과한다고 풀리지 않을 것"

    한편 정부의 사과와 책임자 문책은 반드시 뒤따라야 하지만 "탄핵까지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조형오(54)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가가 애처롭고 가슴 아프지만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면까지 치닫는다면 정국에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국민장과 관련 소요사태 발언 논란을 일으킨 안상수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참여불교재가연대는 ‘남아있는 시민들은 무엇을 해야 하나’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했다.(사진=이은영 기자)

    현 정권의 반민주적 통제와 억압의 정치에 어떠한 방법으로든 국민의 뜻을 전달하고 저항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공권력을 동원한 폭력적 연행과 구속을 겪은 일부 시민들은 촛불의 한계를 지적하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진호(24)씨는 “작년 촛불은 절반의 성공이었다”며 “촛불이 다시 일어나면 좋겠지만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정부의 폭력적인 촛불 끄기에 시민들이 주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촛불 다시 일어나면 좋겠지만 정부의 폭력 때문에…

    우종호(63) 씨 역시 “촛불을 밝히고 경찰 책임이나 대통령 사과를 요구해야 하지만 현 정권이 촛불에 대해 노이로제 수준으로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촛불이 아니더라도 다른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국민들의 뜻을 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는 참여불교재가연대가 ‘남아있는 시민들은 무엇을 해야 하나’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펼치기도 했다. 많은 시민들이 ‘평생 투표하겠습니다’, ‘왜곡된 언론을 바꿔나가겠습니다’,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의 개혁에 힘쓰겠습니다’는 항목에 스티커를 붙이며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의 국민의 역할을 인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 이후 현재까지 덕수궁 분향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탄핵소추 서명’이 진행 되는 등 ‘반정부’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한편 정부 여당이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직법․미디어법을 강행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민들은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국민적 공감대를 통해 법 상정을 막아야 한다”는 것.

    천기호 씨는 “비정규직법, 미디어법을 상정한다면 (현 정권 스스로) 정치적 생명을 단축시키는 것”이라며 “마른 짚에 불붙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세라(40) 씨 역시 “언론에서 비춰지는 게 다가 아니다. 돈 많은 사업주가 방송을 장악하면 공정적인 보도가 나올 수 없다”며 “미디어법 통과 저지를 위해 국민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시민들은 법 상정을 저지하는 데는 무엇보다 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조형오 씨는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에는 타당하지 않은 게 많다”며 “민주당이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부 시민들은 “촛불로 법안 저지의 목소리를 내려 해도 정부가 강경탄압으로 일관해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며 “인터넷 등을 통해 국민의 뜻을 모아 야당 국회의원들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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