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에 가려진 '6월 정국'
    2009년 05월 29일 02: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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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으로 ‘조문정국’이 한 국면을 넘겼다. 노 대통령 서거 후 지난 1주일 동안 전 국민적 추모와 애도의 물결 속에 정치권은 상호 비방을 최대한 자제해왔고, 노동계도 27일 예정되어 있던 범국민대회 집회를 30일로 미뤘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정치, 사회적 저항은 영결식 이후 본격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처음부터 ‘6월 정국’이 미디어법, 비정규직법 등 이른바 ‘MB악법’과 고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 1지회장의 죽음으로 촉발된 노동계의 전면투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불에 기름을 얹은 격이 됐다.

제2의 촛불 가능성

특히 여론조사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25일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들은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검찰수사에 대한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60%로 나타났다.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현직 대통령에 의한 정치적 보복’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오열하시는 시민 (사진=사람사는 세상)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시민들의 추모 물결을 직간접적으로 봉쇄하고 있고, 2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작심한 듯 현 정부에 대한 강한 비판을 쏟아내면서, 추모 분위기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제 2의 촛불집회 가능성도 예견하고 있다.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6월 정세는 분노한 민심의 폭발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고,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역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국민감정은 슬픔과 충격에서 분노로 전환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국정기조를 이대로 가져간다면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폭발 일어날 수 있다"

진보신당도 28일 발간된 <주간 진보신당>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이 종료되는 시점으로부터 현재의 정치사회를 큰 폭으로 흔들 정치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며 “또한 지난 해 촛불시위가 강력하게 재점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노동당도 29일 추도사를 통해 “책임져야 할 사람은 여전히 묵묵부답인데 억울한 희생을 떠나보내야 하는 울분을 주체할 수 없다”며 “반민주적 통제와 억압의 정치를 중단하라는 국민의 요구가 여지없이 묵살당하고 있기에 울분을 당당히 표출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정치적으로는 연기된 6월 임시국회가 개회될 경우 야권의 공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책임론은 가열되고 진상규명을 위한 정치권 공방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서거, 치열한 정치공방으로

진보신당은 이미 “이 대통령 사과-내각 총사퇴, 진상조사를 위한 특검실시”를 요구했고,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도 <PBS>라디오 인터뷰에서 “장례를 치른 뒤 구체적으로 논의하겠지만, 책임자를 해임하고, 이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며 “특검과 국정조사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보수논객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까지 <PBS>라디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나라당에서도 집권 주류 세력에서는 그간의 국정 운영방식에 대해서 좀 반성을 해야 할 그런 시기”라며 “국민들이 상당한 의구심이 있기 때문에 여야 합의로 특검같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하며, 이 대통령도 도덕적인 측면에서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할 정도다.

문제는 지난 해 촛불 이후 다양한 이유로 ‘후퇴’하고 있는 저항 전선이 다시 형성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 6월 임시국회 정국의 향방과 30일부터 전개되는 노동운동의 ‘동력’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점이 주요 변수로 될 것으로 보인다. 

김민웅 교수는 “노 전 대통령 서거가 진보진영의 결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민주주의, 반MB를 기점으로 진보가 결집해 6월 정국에서 시민들과 결합한다면 정치적 변화의 동력이 생길 수 있다”고 예측다.

   
  ▲ 사진=손기영 기자

진보진영 결집 가능성

이어 “보수진영은 6월 ‘MB악법’을 밀어붙이게 될 수 없어졌고, 오히려 남북관계 악화를 밀어붙일 것”이라며 “진보진영은 ‘민주주의 위기와 남북관계 개선’을 함께 요구하며 정치연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힘의 결집이 이명박 정부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대안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여전히 대안은 부재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민주당 등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오히려 전임 정부에 대한 미화작업에 매달릴 가능성이 높아, 대안부재로 인한 상실감과 무력감이 올 수 있다”며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조 교수는 “게다가 이명박 정부의 국정기조 변화의 가능성은 없다”며 “‘MB악법’을 포기할 리도 없고, 오히려 집시법 개정 등 우회 공격과 보복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동운동의 6월 투쟁과 관련 이근원 공공연맹 대협실장은 기고문을 통해 “박종태 열사의 ‘사회적 타살’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타살’을 하나로 모으되 전망을 더 길고, 멀게 보아야만 한다”며 “이를 위해가능한 투쟁을 하나로 모으고, 5월 30일 승부를 두어야 한다”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문제 중심이슈 되기 어려울 수도

하지만 임영일 한국노동운동연구소 소장은 “사람들의 관심이 대부분 정치권 책임공방으로 접어들 것”이라며 “(박종태 열사, 비정규직 법과 같은 노동 현안들은)사람들에게 관심을 못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갑갑한 상황”이라며 “노 전 대통령 서거뿐 아니라 남북관계도 긴장 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노동문제가 중심이슈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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