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남북 군사충돌 기정사실화
    By 내막
        2009년 05월 29일 12: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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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며, 정치라는 펜 대신 칼을 사용하는 것이 전쟁이다" – 『전쟁론』(카를 폰 클라우제비츠, 1963)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 서거 사건은 국내정치에 ‘정치’는 사라지고 ‘보복’과 ‘대결’만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정치의 부재’는 국내 정치만이 아니라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 정세에 있어서도 또 다른 파국을 예고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틀 뒤인 지난 5월 25일 월요일.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의 조전을 보내고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한달 여 전부터 예고된 것이기는 했지만 ‘의도적 무시하기’로 일관해온 정부에게는 충격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한국 정부는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 참여로 맞대응 했으며, 즉각 북한은 한국의 PSI 참여가 봉쇄조치 금지를 규정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규정하면서 전면전 가능성을 위협했고, 28일 한미연합사령부는 대북 경계태세 워치콘을 2단계로 격상했다.

    장성민 "이명박 임기 내 민족재앙 발발 우려"

    많은 북한전문가들은 현재의 남북정세와 관련해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설마’하는 조심스러운 관측을 하면서도 ‘확대된 국지전’ 형태의 무력 충돌이 벌어질 것은 거의 기정사실로 인식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통일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헌법적 당위성에 따라 평화적 해결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조문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지렛대로 남북대결 국면을 활용하는 듯한 태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혼재되어있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인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평화포럼’ 대표는 지난 1월 31일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행정부 임기 내에 제2의 6·25와 같은 민족재앙이 발발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금의 국면에서 북한이 조성해 나가고 있는  전쟁 국면을 너무 안일하게 너무 편의적인 해석을 해선 안된다"는 지적이었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과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는 <레디앙>과의 전화 통화에서 ‘무력충돌이 벌어지는 것은 거의 기정 사실’로 관측하면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중심으로 확대된 형태의 국지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지만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 ‘무력충돌’ 기정사실화

    백학순 연구위원은 "1,2차 연평해전과 달리 앞으로의 무력충돌은 굉장히 악화된 환경 속에서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가능성을 넘어서 현실화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그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맥락 속에서는 무력충돌이 아주 치명적으로 남북관계를 파탄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정부가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북 대화 채널이 하나씩 끊겨서 이제는 남북간 대화 채널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백 연구위원은 "중국을 중계역으로 요청하면 중국도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것이고, 미국도 뉴욕채널 등을 통해 비공개 협상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실제 그런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까지 정부가 해온 것을 보면 그럴 것 같지 않아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남북대화 채널 완전 불통

    정욱식 대표도 "대화채널은 아예 막혀있는 것 같고 (정부가 비선을 통한 대화를 시도하는) 징후는 안 보이는 것 같다"며, "지금은 (정부여당의 분위기가) 응징론에 치우쳐있기 때문에.. 북이 대화에 응할 것 같지도 않다"고 전망했다.

    정 대표는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PSI 가입이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북측 주장에 대응논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것에 대해 "남쪽에서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해도 북쪽이 위반이라고 하면 단순히 해석상의 충돌을 넘어 군사적인 충돌 위험까지 안고 있으니까 법적으로 위반했느냐 여부에 대한 이야기는 실효적인 것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정 대표는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텐데, 정전협정 15조에 어떠한 봉쇄조치도 취하지 못하게 되어있는데, 북한은 PSI 자체를 자신에 대한 봉쇄정책으로 이해해왔다"고 설명했다.

    여당인 한나라당이 28일 의원총회에서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강경한 자세로 나오는 것에 대해 백 연구위원은 "정부 입장에서는 무력충돌에서 승리한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력충돌이나 전쟁을 예방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욱식 "국민은 차분한데, 정부와 정치권 호들갑"

    정부여당의 강경 자세에 대해 정욱식 대표는 "국민들은 차분한 감이 있는데, 오히려 정부와 정치권이 호들갑을 떨고 있어서 이런 것들이 국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북한이 핵실험을 했고, 계속 군사적인 위협을 가하니까 강력한 대응방침을 통해 북한을 억제하겠다는 논리도 작동하는 것 같고,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경기류도 있는 것 같고, 조문정국과 관련해서 국면전환을 노리는 정치적인 의도도 있는 것 같다"며 복합적인 계산이 있음을 시사했다.

    정 대표는 또한 "작년에 김정일이 쓰러지고 건강이상설이 불거졌을 때 정부 안팎에서 흡수통일론이 나왔지 않냐"며, "핵실험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북한을 굴복시키거나 더 나아가서 굴복이 안 될 경우에는 북한을 좀 쓰러뜨릴 수 있지 않겠냐는 위험한 생각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제일 우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백학순 연구위원은 정부여당이 ‘서거 정국’ 반전카드로 대북문제를 활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지금과 같이 남북관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는 어떤 일이 막상 터지면 여론이 아주 나빠질 것"이라며, "과거 10년 동안 전쟁 걱정 없이 잘 살아왔는데 뭐가 잘못돼서 이렇게 나빠진 것이냐고 국민들이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 정부로서는 얻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백학순 "정국반전 카드? 일 터지면 여론 더 나빠질 것"

    그는 특히 ‘이명박 정부에게 대북 프로그램 자체가 없기 때문에 사태가 파국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평가에 대해 "여론에 신경을 많이 쓰고 어떤 비전을 가지고 나가는 대북정책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도 지금 상황이 안 좋아지고 악화되면 옛날보다 여러 가지 폭넓은 안을 생각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옵션을 놓고 생각할 압력과 기회가 생긴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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