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려막기' 정권, 다음 카드는 북풍?
    By 내막
        2009년 06월 01일 11: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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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9 재보선 참패로 촉발된 국정쇄신 여론을 무마한 것은 선거 다음날 이루어진 노무현 전 대통령 검찰 소환이었다. 한나라당 창당 이후 최초의 재보선 완패는 생방송된 전직 대통령 소환에 묻혀버렸고, 검찰의 ‘택일 정치’에 혀를 내두르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소환조사를 하고도 3주가 지나도록 사건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주변 인사들에 대한 재소환 계획 등을 언론에 흘리면서 여론몰이 수사를 처음부터 반복하려했고, 결국 노 전 대통령을 벼랑 아래로 밀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명박 정부의 벼랑 끝 전술?

    대선 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집권 이후 내내 ‘악재로 악재 돌려막기’라는 유례없는 정치기법으로 정국의 파고를 넘어온 이명박 정부가 파산위기에 몰리면서 다음 번 돌려막기 카드가 무엇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월26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때 북한이 오히려 국제사회와의 대화 재개라는 보상을 받았던 경험을 참고해야 한다"며, "이번에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긴밀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적 해결방식보다 응징을 통한 강경대응을 주문한 것이다.

    정부여당은 북한이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경고했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를 결정하는 한편 미국의 핵우산 포함 명문화와 전시작전통제권 회수 재검토 등을 통해 2차 한반도 전쟁에 대비하는 듯한 모습을 연일 연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6일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에서 "북에 대해 이전에 보이지 않던 대응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데 이어 곧바로 PSI 전면 가입을 선언했으며, 한나라당은 영결식 전날인 5월28일 의원총회를 열어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북풍’ 좋아하다 ‘역풍’ 맞을 수도

    이명박 정부가 연일 대북 강경자세를 연출하는 것에 대해 정부여당 내 대북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발생한 조문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정치적 꼼수라고 해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 관련해 6월 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민석 최고위원은 "혹여 이 정권이 현재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저항으로 나타나는 국민적 열기를 남북관계를 일방적인 강경론으로 풀어가려는 생각이라면 그것은 씻을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레디앙>과의 전화통화에서 "과거 보수정권들이 위기상황에서 북풍을 활용했던 것을 감안하면 정부여당의 최근 목소리들이 심상치 않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국민들이 그런 것에 쉽게 동요되지 않는 시대"라며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부터 취임 이후 지난 1년 반 가까운 시간동안 발생한 수많은 ‘악재’들은 더 큰 대형 악재가 우연히 터지거나 의도적으로 터뜨리면서 국민들의 시선을 분산시켜 은근슬쩍 넘어가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해결돼왔다. 되돌아보면, 파장이 크고 오래갈 만한 사안일수록 더 충격적이고 국민들에 미치는 피해가 큰 사건들이 터졌다.

    돌려막기 정권

    대선 후보 시절, 도곡동 땅 등 부동산 투기 및 재산은닉 의혹은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로 유야무야되었고, 자녀 위장취업과 BBK 파문은 삼성 비자금 사건과 삼성중공업 크레인운반선의 유조선 충돌에 따른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로 흐지부지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 개신교와 삼성을 연결하는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 촛불을 덮었던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정부의 정책대응 실패에서 비롯된 물가 폭등이었고, 경제실정에 대한 책임론을 덮은 것은 미네르바 구속으로 대변되는 소외 ‘괴담 유포’ 네티즌에 대한 탄압이었다.

    민심 이반을 불러온 고소영 강부자 인사 비난은 ‘대통령 기록물 유출(?) 사건’을 터뜨리면서 전 정권에서 인사파일을 넘겨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며, 용산 참사로 봇물이 터진 비난여론을 연쇄살인범 강호순을 활용해 넘어가려고 했던 것은 너무도 유명한 사례이다.

    MB악법의 강행처리로 인해 불거진 국회 파행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에는 전여옥 테러(혹은 자작극?) 사건이 불거졌고,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4·29 재보선 참패로 불거진 국정 쇄신 여론을 흐리게 한 것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소환중계방송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일련 ‘악재로 악재 돌려막기’를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이명박씨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하늘의 뜻이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을 했다. "하늘이 대한민국을 버렸기 때문"이라는 씁쓸한 농담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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