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재씨, 그렇게도 외로웠나?
    2009년 05월 28일 09: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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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12일.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천정배(현 민주당 의원)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해 ‘불구속 수사하라’며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김 검찰총장은 이를 수용한 대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100분 토론’의 기억

급기야는 손석희가 진행하는 MBC <100분토론>에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정당한가?’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정당하다’는 쪽 패널로 당시 의원이었던 노회찬(현 진보신당 대표)이 초청되었는데, 당시 의원실에서 일하고 있던 나에게는 토론을 위한 기초자료 조사업무가 떨어졌다.

"뭐 이런 뻔한 걸? 아 귀찮아!!!!!!!!"
투덜 투덜대며 주어진 기간을 놀며 보냈다. 이런 게으름엔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검찰청법 제 8조 (법무부장관의 지휘, 감독)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지휘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

현행법에 명시된 권한을 사용한 거 뿐인데 뭔놈의 토론은 토론? 토론 당일 플라스틱 보드를 구해다가, 크게 인쇄한 법조문을 붙여서 의원에게 건네며 "한나라당 의원이 뭐라하면 요걸 보여주면 됩니다." 큰소리를 빵빵 쳤다.

하지만 난 TV를 보면서 식은땀을 흘렀다. ‘한나라당 애들한테 노 의원이 쓴맛을 보여주고 돌아오겠지.’란 낙관적 예측은 보이져 14호의 자취를 따라 태양계 밖으로 날아 간 지 오래였다. "검찰청법 제 8조는 건국 이후 한번도 사용되지 않은 조항으로, 이미 사문화(死文化)된지 오랩니다" 한나라당측 패널의 논거. 아마 장윤석 의원이었을 거다.

꿈에도 예상 못 했던 사문화(死文化). 멀쩡히 존재하는 법조문을 갖고 시비를 걸 방법은 도저히 없을 거라 예상하고, 의원한테 건넨 건 딸랑 플라스틱 패널 하나. 의원이 지금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생각하니 얼굴이 벌개졌다.

식은땀을 흘리다

아마 실없이 큰소리만 치는 놈이라 원망하고 있겠지? 한편으론, 장윤석 의원 – 형사법 박사로 검찰 요직까지 지낸 양반이 TV 앞에 앉아있는 ‘아무것도 모르는 국민들’을 홀린다란 생각에 분노가 치밀었다.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었다.

별다른 사전 준비가 없었음에도 노 의원은 위기를 잘 헤쳐나갔다. 천만다행이었다.(여담이지만 노의원의 내공은 상상을 초월한다.)

토론이 끝나고, 벌건 얼굴도 가라앉고, 보이져 14호를 따라 떠난 정신도 다시 제자리에 돌아와 박힌 후 되짚어 보니. 한나라당측 주장도 100% 틀린 얘긴 아녔다.

1) 법전에 있지만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고, 2) 앞으로도 사용되지 않을 거라고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믿고 있으면 그 법은 사문화된 거다. 정권의 귀여운 푸들, 검찰. 주인의 눈치를 알아서 살피곤 해오던 그들이 주인에게 반항을 하는 바람에, 주인이 직접 나서게 되는 일이 있을 거라고 그 누가 예상했겠는가? 실제로 이 케이스 이전에도, 이후에도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없지 않았는가?

제3자로 관전할 때는 몰랐는데, 막상 맞붙어 싸워보니.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논리로는 절대 상대를 제압할 수 없었다.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였을거다.

나도 논리적이었고, 상대도 논리적이었다. 상대가 차근차근 사고의 과정을 밟아서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지, 아니면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끌어모았는지, 그 선후는 확인할 길 없지만. 여튼 나름 굳건한 논리체계가 있는 상대를 논리적으로 설득해서 뭔가를 도모하는 건 절대 불가능해 보였다.(TV토론 프로에서 한 번이라도 합의가 이루어진 걸 본적 있는가?)

명시적으로 써있는 법조문 한 개를 두고도 논리가 두 개나 탄생하는 판에. 그 외의 것들은 오죽 하겠는가?

변희재와 논리싸움?

변희재. 아마 용산참사 언저리에서도 이 양반 때매 시끄러웠었을거다. 진중권씨한테 시비를 걸었을 때였는데, <레디앙> 편집국에서 이 양반에 대해 글 좀 써보란 제의가 들어왔지만 거절했다. 변희재씨를 논리로 싸워이기는 것도 불가능하다 생각했거니와, 이긴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진보진영에 대해 더 호감을 느낄 것 같지도 않았다.

헌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죽음을 택한 지금. 또 이 양반이 난리다. 이번은 저번과 사정이 다른 부분이 있으니 한 번 짚고 넘어가보도록 하겠다. 아래는 인터넷 <독립신문>에 ‘특별기고-전유경 제대로 된 논쟁하자!’란 제목으로 변희재씨가 쓴 글의 일부이다.

“말그대로 웬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 관심 받고 싶어 이때다 하고 튀어나온 것일까요. 사회가 전반적으로 어지러운 시기에 반기를 들고 나온 사람이 논객으로 추앙받기도 하지만 이번엔 사람이나 시기나 영 잘 못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인 생각은…아 잠시만요. 입이 더러워질 것 같아 그런데 잠시 양치 좀 하고 오겠습니다"

두 말할 것 없이 명백한 명예훼손이다. 나는 99년 노대통령 초청 강연 기획에 참여하면서부터 노대통령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무려 10년이다. 그냥 막 갈겨쓴 칼럼이 아니라 내 숙성된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전유경 아나운서가 이러한 글에 대해 명예훼손성 막말을 퍼붓는다는 것은 그 역시 정리된 생각이 있을 거라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노대통령의 죽음과 노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평가에 대해서 나와 공개토론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그럴 정도의 깊은 생각이 없었다면, 지금 당장 사과를 할 것이며, 만약 공개토론도 사과도 응하지 않는다면, 나는 포털피해자모임의 대표로서, 구제절차를 밟아야할 것이고, 그 구제 절차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민형사상 법적 조치라 보고 있다.

1)변희재는 듣보잡이다 2)말 할 시기를 잘 못 선택한거 같다라는 얘기에 발끈하며 "노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평가에 대해 공개토론 하자"니?

내 얼굴이 다 벌개졌다. 전유경 아나운서의 발언 어디에 ‘노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평가’가 있단 말인가? 요약을 하자면 ‘변희재란 듣보잡이 똥오줌 못 가렸다’는 얘긴데, 여기다 대고 "노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평가에 대해 공개토론을 하자"니? 그렇게 외로웠나? 조롱하는 상대를 붙잡고 ‘말 상대가 되어달라’고 요청하다니?

내가 다 부끄럽다

이 사람. 나름 자기의 발언을 기화로 노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평가에 대한 토론이 치열하게 벌어질 거라 예상을 했었던것 같다. ’10년간 해온 노대통령’ 연구를 바탕으로 화려하게 썰을 한번 풀어볼까 했는데, 아무도 관심가져주지 않아 그 얼마나 힘이 빠졌겠는가?

그러던 판에 전유경 아나운서가 관심을 가져주니 얼른 달라붙은 것 까진 좋은데 거기다 대고 내뱉은 말이 ‘토론 한 번 하자’라니. 내가 다 부끄러울 지경이다.

"도를 믿습니까?", JMS, 설치류, 오움진리교… 등등을 볼 때마다. 진보진영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까 고민하곤 한다. ‘우주의 가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나 ‘노동자 권력을 쟁취해야 합니다’나 생경하기로는 그게 그거아니겠는가? 변희재씨를 보면서도 비슷한 고민이 든다.

제발 부탁인데, 아무데서나 ‘논리의 판’을 벌이지좀 말자. 김수환 추기경이 친일을 했는지, 노무현 대통령이 짝퉁진보였는지를 따져 무얼얻는다는 말인가? 고스톱판도 아니고 왜 초상집 와서 자꾸 논리의 판을 벌린단 말인가?

이걸 오늘 얘기하면 내일 모레 예정된 혁명이 내일로 앞당겨지기라도 한단 말인가? 아니면, 진보진영의 비타협적인 모습에 반한 시민들이 입당원서를 들고 진보정당 앞에 줄을 서기라도 한단 말인가?

평소 술자리에서도 그렇고, 인터넷 댓글 쓸 때도 그렇고 진보적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자신의 인간적인 매력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없는 듯 행동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오직, 논리. 논리. 논리. 옳고 그름.

박정희의 노동자 탄압 그리고 전태일을 얘기하기에 앞서, 이런 주장이 ‘조국 근대화를 위해 온 인생을 바쳐왔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통째로 부정하는 일이 아닌지 살펴보는 살뜰함이 요즘 진보진영에 긴요한 덕목인듯 하다.(반대로 생각해보라. 진보를 위해 평생을 바친 당신에게 어느날 젊은 애들이 나타나서 "당신들은 인생 헛살았소" 하면 얼마나 열통이 터지겠는가.)

조롱에 조롱으로 맞받아치지 못하고 ‘토론하자’는 얘기를 한 변희재씨를 보면서 뭔가 좀 느꼈으면 좋겠다. 변희재씨 글에 힘이 없는 이유는, 논리(그것도 알량한 논리)만 믿고 아무데나 들이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아님 말고.)

논리 보단 타인에 대한 이해, 조롱보단 자신에 대한 성찰을 앞세우는 사람이 종내 강한 사람이 된다 믿고 있다.

질문 세 가지

PS – 변희재씨에게 질문 세 가지.(답하기 싫으면 답 안해도 된다. 변희재씨와 논쟁하는 거 별로 흥미 없으니깐)

내가 볼 때 논리는 아주 제한적인 용도로 사용할 때만 효용이 있다. 1) 정치적 해결이 가능한 경우라면, 상대방의 터무니 없는 논리를 폭로해서, 제3자로 하여금 상대를 버리고 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 2) 혹은 상대의 논리틀로 볼 때도, 앞뒤가 다른 얘기를 할 때(예컨대 보수언론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하루아침에 말을 바꾼 거)

오늘은 2)번에 입각해서 변희재씨에게 몇가지 질문을 하겠다.

1) 진중권씨를 겨냥하고 "아무런 학위도 전문지식도 없는 사람이 온갖 분야에 대해 글을 쓴다"라고 한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변희재씨가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대해 어떤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지 우선 묻고 싶다.

2) 헌법은 국민에게 어떤 특정 의무를 부과(혹은 특정 권리를 박탈)하기 위해서는 법률상에 근거를 두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그렇지 않으면 공무원들이 자의적으로 국민들에게 의무를 부과할 우려가 있다).그래서 말인데, 현행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어디서 ‘최선을 다해서 오래 살아야 할 대통령의 1차 의무’를 도출했는지를 알려주길 바란다.

3) 노 대통령의 도의적 책임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의 법적권리를 박탈할 수 있는 건 법 어디에 근거가 있는지 얘기해줬으면 한다.

아래는 변희재씨의 주장.

첫째, 1999년 서울대 초청강연에 응해준 개인 노무현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둘째, 그러나 국민들이 다들 힘들어도 살아가고 있는데,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분이 자기 가족과 측근들이 검찰수사로 위험에 처하자, 이들의 안위를 위해 목숨을 버린 것은 최선을 다해서 오래살아야 할 대통령의 1차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셋째, 이러한 노대통령의 사고는 재임 기간 내내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영남민주화세력의 안위와 이권만을 위해왔던 그의 통치 방식의 연장선이다.

넷째, 그러므로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의 의무를 저버린 노대통령의 장례에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것을 반대한다.

다섯째, 한겨레신문과 진중권 등 노무현 정권 당시 혜택을 받았던 언론사와 논객들이 바로 노대통령의 모욕적인 언사에 자살한 일반 국민 남상국 사장 등에 대해, “시체 치우기 짜증나니 자살세 걷자”며 조롱하고 비웃었으면서도, 노대통령이 죽으니 “그의 죽음의 뜻을 이어받자”는 식의 정치적 선동술을 부리는 것에 대해, 정치적 이해에 따라서 죽음을 차별하는 이들의 이중적 태도를 언론이 비판 및 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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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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