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 전 대통령 떠나는 날, 경향의 반성
        2009년 05월 29일 09: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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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오늘(29일) 오전 11시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 국민장으로 엄수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회는 이날 오전 5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발인식을 치렀으며 노 전 대통령의 유해를 서울로 운구해 영결식을 거행한다. 오후 1시 서울광장 노제를 거쳐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된 유해는 오후 9시쯤 봉하마을의 사찰인 정토원에 안치된다.

    영결식에는 전·현직 대통령과 정·관계 주요인사, 주한 외교사설과 조문단, 관계인사와 유족 등 3000여명이 참석하며, 이날까지 봉하마을을 비롯해 전국 300여개의 분향소에는 400만명이 넘는 조문객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 29일자 경향 만평  
     

    노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날, 경향신문은 자성을 지면에 담았다. 이날 경향 김용민 화백은 그림마당에서 ‘받아쓰기식 중계만평’을 그렸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한다고 했다. 만평 속에서 만장을 들고 고개를 떨구고 있는 이는 김 화백일 것이다.

    경향은 사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며>에서도 “고인은 검찰의 언론 플레이만으로 ‘640만 달러짜리 서민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며 “경향신문도 그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새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29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제목이다.

    경향신문 <DJ “나라도 그런 결단 했을 것 지금 민주주의 엄청나게 후퇴”>
    국민일보 <다 놓으시고 편히 가소서 노무현 전 대통령 오늘 영결식>
    동아일보 <오늘 노 전 대통령 국민장 영원한 안식의 길로…>
    서울신문 <“편히 가소서” 오늘 노 전 대통령 국민장>
    세계일보 <노 전 대통령 영결식 오늘 경복궁서 엄수 “경건한 국민장 적극 협조를”>
    조선일보 <대북 감시 ‘워치콘 2’로 격상>
    중앙일보 <“내 편 네 편 말고 하나 돼 보내드렸으면…”>
    한겨레 <‘사람 사는 세상’ 꿈 남기고…>
    한국일보 <‘북도발 위협 심각’ 수준 격상>

    조선·한국, ‘워치콘 2’ 격상 머리로…한겨레, ‘노 전 대통령 떠나는 날’ 10개면

    이날 아침신문의 1면은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 관련 기사와 한미연합사령부가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시켰다는 기사가 중요하게 실렸다. 조선과 한국일보를 제외한 7개 아침신문은 노 전 대통령 영결식 기사를 머리에 배치했다.

       
      ▲ 29일자 한겨레 1면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 <‘사람 사는 세상’ 꿈 남기고…>를 비롯해 ‘노 전 대통령 떠나는 날’이라는 제목으로 10개의 지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다. ‘워치콘’ 관련 기사는 종합면 2개면에 보도했다. 경향은 <DJ “나라도 그런 결단했을 것 지금 민주주의 엄청나게 후퇴”>을 머리기사로 배치했으며 관련기사를 7개면에 실었다. ‘북한 핵실험 이후’에 관한 기사는 6·7면에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대북감시 ‘워치콘 2’로 격상>을 1면 머리기사로 싣고 “한미 연합사령부는 북한이 2차 핵실험에 이어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28일 오전 7시15분 부로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C ON·Watch Condition)을 3단계에서 2단계로 한 등급 격상했다”며 “북한의 도발위협이 심각한 상황으로, 한·미 양국은 정찰위성과 정찰기 등의 활동을 2배 가까이 늘리고 정보분석 요원도 증강하는 등 비상 태세에 돌입한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이어 ‘대북 워치콘 격상’ 관련 기사를 3·4·5면에 배치했다. 한국은 1면 머리기사와 함께 ‘북 핵실험 후폭풍’ 관련 기사를 3·4·5·6면에 실었다.

    경향·한겨레 광고에만 등장한 노 전 대통령…각각 11개씩

    이날 아침신문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부분은 광고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하는 광고가 실렸다. 경향은 1면 ‘우리는 당신을 보낼 수가 없습니다’를 비롯해 2면 ‘내게는 영원히 대통령일 세상에 단 하나였던 사람’ 등 3·4·6·9의 하단광고와 11·13·16·20·32면 전면에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광고를 실었다.

       
      ▲ 29일 경향에 실린 광고 모음  
     

    한겨레도 1면 ‘행복했습니다. 당신의 국민이어서’와 5·6·8·9·12·17면 하단 및 5단 광고와 7·13·15·28면 전면에 관련 광고가 나갔다. 이들 광고는 시민들이나 시민사회단체 등이 성금을 모아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대나무 만장이 두려운 정부, PVC 파이프로 교체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과 노제에 쓰일 만장이 정부의 반대로 불교·유교의 전통 장대 소재인 대나무가 아닌 PVC 파이프에 내걸리게 됐다. 경향은 4면 <정부 “만장에 대나무 말고 PVC써라”>에서 “정부 측은 영결식이 집회·시위로 변질돼 대나무 장대가 ‘죽창’으로 쓰일 것을 우려해 반대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28일 행정안전부와 서울 조계사, 연화회 등에 따르면 정부 측은 29일 영결식과 노제에 쓸 대나무 만장 장대 2000여개를 PVC로 교체할 것을 28일 오전 조계사, 연화회 측에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노제에서 사용되는 대나무 만장에 거부감을 갖고 있어 대나무가 PVC 파이프로 교체된 것이다.

       
      ▲ 29일자 서울 5면  
     

    김대중 전 대통령 추도사도 막은 정부

    정부가 거부한 것은 이뿐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8일 부인 이희호 여사와 서울역 앞 분향소에서 조문한 뒤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지금 위기에 처해 했다. 시청 앞에서 분향하는 것조차 막고, 제가 내일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기로 했는데 정부가 반대해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국민은 지금 민주주의가 엄청나게 후퇴하고 전례 없이 빈부격차가 강화돼 어려움 속에 살고 있다. 남북관계가 초긴장 상태에 있어 속수무책으로 슬픈 것”이라며 “국민은 누구를 의지해야 할지 모른다”고 이명박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계속 봉쇄돼 있던 서울광장은 이날 오전에야 열렸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사설 <예의도 상식도 버린 정부>에서 “영결식장에 참석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면전에서 김 전 대통령이 쓴소리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라며 “하지만 장례의 주관자는 엄연히 유족 쪽으로 손님격인 정부가 싫다고 유족의 뜻도 무시한 채 제 맘대로 하겠다는 것은 상식 이하”라고 비판했다.

    조선·경향, 같은 제목 사설…현 정부 반성 요구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에는 같은 제목의 사설이 실렸다. 통합과 화합을 강조했으며 현 정권의 반성을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며>에서 “노 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죽음에서 장례기간 동안 나타난 추모 민심(民心)에 이르기까지 지난 일주일 동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사건과 현상들은 대한민국이 앞으로 풀어야 할 여러 가지 숙제를 안긴다”며 “우선 정부는 노 전 대통령 빈소와 분향소에 길게 늘어선 추모행렬이 말하는 민의(民意)를 헤아리고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선은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인 삶의 종결에 충격받고 슬퍼하는 것 외에도, 현 정부에 대한 저항과 불만, 비판의 뜻도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에는 “그간 ‘노무현 정치’와 선을 긋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그런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나타난 추모 분위기에 편승해 이 문제를 정치 공세의 소재로 삼으려 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정치 도의(道義)에 맞지도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 29일자 조선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며>에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우리 모두가 고인을 사지로 내몬 데 대한 연민과 애통함, 분노로 시작된 추모는 우리 스스로의 삶을 반추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것은 소통 부재의 정권에 대한 항거이자, 피폐해진 삶에 대한 절규였다. 실종된 시대 정신과 가치에 대한 회한이기도 하다”며 “고인은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가슴속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향은 “…통합과 화해는 현 정권이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규명,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등을 통해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정기조의 대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 29일자 경향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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