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하다. 개선할 방법이 없다"
용산-사법파동-자살은 같은 뿌리
    2009년 05월 27일 01: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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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27일, 진보신당 게시판을 통해 “용산 철거민 참사, 사법파동, 그리고 검찰의 과잉수사로 인한 전직 대통령의 자살은 동일한 사안의 세 얼굴”이라며 “경찰, 검찰, 사법이 독립성을 잃고 이명박의 정권유지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책임소재가 분명히 ‘정권’에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진 교수는 “이명박 정권은 경찰, 검찰, 사법과 국세청, 감사(원)을 무리하게 사적인 권력유지의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며 “우리를 막막하게 하는 것은, 저 말도 안 통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있는 한, 이 상태를 개선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한문 앞과 시청광장을 전경버스로 포위해 버린 데서 볼 수 있듯, 정권이 시민들이 모이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한 학생의 질문에 ‘분노를 차분하고 냉정하나 지속적인 참여의 의식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대답했지만, 대답 후에도 이 정부가 결코 정상적인 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허탈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인 정부라면, 작년의 거대한 촛불의 물결, 올해의 거대한 조문의 물결을 보고, 국민의 뜻을 읽고 그것을 국정에 반영해야 하지만 이 정권은 정상이 아니”라며 “이번에도 잠시 숨죽이고 있다가 조문의 물결이 가라앉으면, 변함없이 그 짓을 계속 할 것이며, 심지어 보복과 응징에 나설 것”이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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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진중권 교수 글 전문

‘정권의 무기 – 경찰, 법원, 검찰 + 2’

   
  ▲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현 정권은 늘 ‘법치’를 강조합니다. 하지만 지난 4월 법률신문에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는 그 반대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지난 4월에 <법률신문>이 변호사, 법학교수 등 법률가 2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참여정부와 비교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가 후퇴했다는 응답이 58.5%였다.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45.6%가 퇴보할 것이라고, 34.8%가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10명 중 8명이 부정적 전망을 내놓은 셈이다."

법치를 강조하는 정권에서 법치가 후퇴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법이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법치는 후퇴했다는 것은, 한 마디로 난무하는 그 법이 사실상 권력의 칼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이와 관련하여 2009년 들어와 터진 사건들이 도대체 뭘 의미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좀 더 시야를 넓혀 보지요.

몇 달 전 용산 철거민 참사로 인해 김석기 경찰총장이 사퇴를 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신영철 대법관이 촛불집회에 관한 재판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 이른바 사법파동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검찰의 과잉수사로 전직 대통령이 자살을 하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사실 이는 동일한 사안의 세 얼굴입니다. 경찰, 검찰, 사법이 독립성을 잃고 이명박의 정권유지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사안의 처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김석기 경찰총장은 용산참사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어영부영 사퇴했고, 신영철 대법관은 판사 회의가 줄줄이 열려도 아직까지 사퇴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은 아직까지 공정하고 엄격하게 수사를 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총장은 이미 사퇴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하나, 그가 사퇴를 한다 해도 책임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그냥 민심에 밀려 억울하게 사퇴한다는 식으로 끝낼 공산이 큽니다.

정권은 이 세 가지 무기 외에도 두 개를 더 갖고 있습니다. 바로 국세청과 감사(원)입니다. 이번 수사도 실은 연임을 앞둔 한상렬 전 국세청장이 그리 크다고 할 수 없는 태광실업을 몇 달 간 털어서 얻어낸 결과를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국세청이 정권 바깥을 향해 휘두르는 칼이라면, 정부 산하기관 내의 ‘좌파척결’을 하는 데에는 역시 감사가 제 격이지요. 작년과 올해, 문화계 인사들을 잡을 때는 이 감사라는 칼을 요긴하게 활용한 바 있습니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사법부든, 원래 공익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이 기관들을 무리하게 사적인 권력유지의 수단으로 전락시켰지요. 거기서 비롯되는 문제점이 용산참사를 빚고, 판사들이 재판관여에 항의하는 사법파동을 낳았으며, 이번 전직 대통령의 불행한 죽음을 낳은 것이지요. 감사와 세무조사도 혈세의 낭비를 막고, 조세정의를 회복하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감사와 세무조사는 정적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지요.

물론 이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 동안 크고 작은 문제는 있었지만,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이 기관들의 독립성이 상당 부분 제고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 시민과 정부가 20여년 간 함께 이룩한 이 성과가 일거에 다 날아가버렸지요.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황당한 사건들, 혹은 참혹한 사건들은 이 공적인 기관들이 대통령의 손에 사유화한 데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우리를 막막하게 하는 것은, 저 말도 안 통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있는 한, 이 상태를 개선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지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한문 앞과 시청광장을 전경버스로 포위해 버린 데서 볼 수 있듯이, 정권이 시민들이 모이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시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니까, 권력기관들 앞세워 강압통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어느 학생이 묻더군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촛불을 들어야 할까요?"

저 질문을 받고 막막하더군요. 그저 일시적으로 분노를 발산하고 끝내서는 안 된다. 이 모든 게 별 생각 없이 표 하나 잘못 던진 결과가 아니냐. 여러분이 투표장에 안 나가는 바람에 생긴 사태가 아니냐. 혁명을 할 생각이 아니라면, 표로 반납한 국민의 권리는 표로 되찾을 수밖에 없다.

그저 분노를 일시적으로 표출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 분노를 차분하고 냉정하나 지속적인 참여의 의식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뭐 대충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대답을 하고나서도 솔직히 많이 허탈하더군요. 제가 ‘허탈’했던 것은, 이 정부가 결코 정상적인 정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작년의 거대한 촛불의 물결, 올해의 거대한 조문의 물결을 보고, 국민의 뜻을 읽고 그것을 국정에 반영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정권은 정상이 아니거든요. 이번에도 잠시 숨죽이고 있다가 조문의 물결이 가라앉으면, 변함없이 그 짓을 계속 할 것이며, 심지어 보복과 응징에 나설 게 뻔하거든요. ‘힘이 곧 정의’라 믿는 사람들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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