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은 ‘우리민족끼리’ 버렸다
        2009년 05월 26일 10: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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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사회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분위기로 뒤덮혀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북한의 핵실험 소식이 전해졌다. 아연실색! 뒷통수를 한 대 때리는 듯한 충격은 나만은 아닐 것이다.

    94년 북한의 김일성 주석 서거 당시 남한 정부와 보수언론이 ‘조문파동’과 ‘전범논란’을 벌였던 상황이 떠오른 것이 지나친 것인가? 당시 북한의 반응은 남한의 예의없음에 대한 질타였고, 분노였다. 나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발사에서 동일한 것을 느꼈다.

    물론 북한은 노 전 대통령의 유가족에게 조전을 보냈고, 자세히 확인할 수는 없지만 조문단 파견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라면 차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우리민족끼리’를 특별히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우리민족’이 지금 이 순간에는 보이지 않는다. 남한 국민들이 받을 충격파는 크게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순간 북한은 완전히 다른 민족, 다른 나라일 뿐이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전 앞에 쌓인 담배와 폭발 이미지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가장 기뻐할 집단은 다름 아닌 이명박 정부다. 노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죽음이 이명박 정부의 ‘노무현 죽이기’ 때문이라는 대중정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궁지에서 벗어날 탈출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게는 좋은 뉴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발 빠르게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고, 정부는 대북비난성명을 발표했다. 아소다로 일본총리와 전화정상회담을 하는 모양새도 취했다. 국방부는 군지휘관 회의를 개최하고, 초동대응태세를 건너뛰고 위기관리반을 구성했다.

    군복을 입은 장성이 TV에 출연해서 긴급 상황 대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발표한다. 국회 국방위는 대북규탄결의안을 채택했다. 아마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도 선언할 것이고, 남북 관계는 긴장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다.

    당연하게 모든 언론의 뉴스 첫머리를 노무현대통령 서거가 아닌 북한핵실험과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장악하기 시작했다. 노무현대통령의 서거 직후 ‘자살’, ‘사망’이라는 언어가 화면을 도배질하더니 이명박 대통령의 “정중하게 모시라”는 한 마디에 모든 방송이 곧바로 ‘서거’라는 표현으로 변경하던 상황이 떠오른다.

    ‘살아있는 권력’ 눈치보기에 급급한 언론들이 ‘북한 핵실험’이라는 뉴스를 그런 의미에서 지나칠 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북한의 2차핵실험과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남한 사람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오죽했으면 남과 북 사이의 “극단적 동맹관계”, 혹은 “상식을 뛰어 넘은 묵시적 공조체계”가 작동하지 않느냐는 의혹이 생겨나겠는가? 화가 나는 일이다.

    물론 나는 또 다른 측면에서 실망스러움을 갖고 있다. 나의 순진한 상상이 깨져서일까?

    25일 오전 김정일위원장이 노 전대통령의 유가족에게 조전을 보냈다는 뉴스를 들었다. 그 뉴스를 본 직후 북한의 조문사절이 올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바로 전날 오바마 대통령의 애도사가 보도되었고, 주한 미국대사나 조문단이 빈소나 영결식장에 올 수 있을 것이라는 소식도 들렸다.

    순진한 상상을 부수다

    북한의 조문단과 미국조문사절, 그리고 남한 정부 관련자들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상황이 오버랩되지 않은가? 나로서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장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전환의 ‘실마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분위기 전환, 대화의 물꼬!! 살얼음판 같은 남북관계와 꼬여있는 북미 관계가 의외의 방식으로 풀릴 수도 있지 않을까? 임기말 많은 논란 속에서도 10.4선언을 이끌어 냈던 노전대통령의 노력이 그의 죽음과 더불어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노전대통령의 서거라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조금은 정신 차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한 몫 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과 무수단리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그런 나의 상상을 여지없이 무너뜨려 버렸다.

    물론 북한은 지난 4월 5일 로켓발사 이후 유엔안보리 의장성명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해 이미 강경대응을 천명한 바 있다. 4월 29일 추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탄 미사일발사 실험을 예고하기도 했다. 물론 북한은 그것이 빈말이 아님을 입증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하필 이 시점인가?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 있는 7월초에 핵실험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북한이 2006년 7월 미사일발사실험을 했던 것을 떠올린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세간의 예측을 뒤집었다.

    그리고 5월 25일 미국의 ‘memorial day(현충일)’을 선택했다. 미국의 현충일을 겨냥해 시위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남한 사람들은 전혀 안중에 없었다. ‘우리민족끼리’가 빈말이었든지, 아니면 그것까지 무시할 정도로 급박한 또 다른 일이 있든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물론 심오하게 해석하는 사람들은 미국과 중국에 사전에 핵실험을 통보한 것이나, 노 전 대통령 유가족에게 조전을 보낸 것은 대화와 소통의 끈을 유지하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핵실험은 핵실험이다. 그것은 명백히 1718호 유엔결의 위반이며, 국제사회의 제재 논의에 불을 댕길 수밖에 없다.

    북한과 미국, 중국 사이에서 특별한 대화의 물꼬가 터지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 급박하게 흘러 갈 것이다. 이제 대륙간 탄도탄 미사일을 발사 실험할 수도 있다. 미국을 이끌어 내기 위해 더욱 더 강경한 수단을 사용(?)한다면, 그것이 단기적으로는 일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겠으나,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

    핵과 미사일은 특정 목적을 위한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가 충격과 긴장을 불러 일으키는 대량살상무기이기 때문이다. 남한 사람들의 마음과 국제여론의 지지를 얻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나아가 북한 인민들의 마음을 언제까지 ‘강성대국론’으로 붙잡아 둘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남한 사람들 배려 않는 북한 정부

    미국의 핵무기나 북한의 핵무기나 할 것 없이 핵무기 자체를 반대하는 나로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나 핵실험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그러나 지금 내가 화가 나는 이유는 그런 입장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현충일을 생각하면서 일을 도모할 정도인 북한정부가 남한의 추모정국과 그것이 갖고 있는 역사적 의미를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고, 분통스러움이다.

    남한 사람들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갖는 진실성과 노력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정책들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 선 이후 사실상 무시, 왜곡되어 왔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오바마의 애도성명과 김정일 위원장의 조전은 그런 의미에서 남한 사람들에게 큰 위안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조전이 전달되었다는 발표 직후 이루어진 북한의 2차 핵실험은 그런 마음에 찬물을 끼얹은 것에 다름아니다. 북한 정부가 강조해 마지않는 ‘우리민족끼리’가 뭘 의미하는가? 바로 그 점을 김정일 위원장과 북한 정부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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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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