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대신 '한승수 총리' 택한 동아·조선
        2009년 05월 26일 09: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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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국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봉하마을과 서울 대한문 앞 등에는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기 위해 늘어선 시민들의 발길이, 눈물이, 그리고 미안하다·용서해 달라·사랑한다는 글이 적힌 노란색 리본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이명박 정권이 국민과 소통하고, 한국 사회를 통합하길 바라고 있지만, 서울광장을 분향소 장소로 바꿔달라는 요청을 거절한 것을 보면 여전히 일방통행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5월26일자 경향신문 1면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사흘 만인 25일, 한이 제2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신문들은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북한의 핵실험 기사를 전했다. 국민장이 치러지는 기간 동안 신문의 1면 머리기사로 보도될 것 같았던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26일자부터 자리를 내줬다. 다음은 26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신문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북, 2차 핵실험>
    국민일보 <국민장 와중에…북, 2차 핵실험·미사일 3발 발사>
    동아일보 <북, 2년7개월만에 또 핵실험…미사일 3발 발사>
    서울신문 <북, 2차 핵실험·단거리미사일 3발 발사>
    세계일보 <북, 2차 핵실험·미사일 3발도 발사>
    조선일보 <북 2차 핵실험…1차보다 훨씬 강했다>
    중앙일보 <한 손엔 ‘국화’ 한 손엔 ‘핵’…두얼굴의 김정일>
    한겨레 <북, 2차 핵실험 강행>
    한국일보 <북 2차 핵실험…"1차보다 5배 이상 위력">

    북한 핵실험, 왜 지금?

    이번 북한의 핵실험은 2006년 10월9일 첫 핵실험을 강행한 이래 2년7개월여 만이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5일 오전 "공화국(북)의 자위적 핵 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주체98(2009)년 5월25일 또 한 차례의 지하 핵시험을 성과적으로 진행하였다”며 “이번 핵시험은 폭발력과 조종기술에 있어서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안전하게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25일 성명을 내어 “(북한의 제2차 핵실험은) 비핵화 공동선언과 6자회담의 합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며, 추가 핵실험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제1718호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도발 행위”라고 규정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성명을 내어 “국제평화에 대한 위협”이라며 “북한의 위협적 행동들이 조성한 위험은 국제사회의 대응을 정당화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누리집에 올린 성명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반대를 무시하고 또다시 핵실험을 실시한 것을 견결히(결단코) 반대한다”며 “중국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고, 정세를 악화시키는 행동을 중단하며, 6자회담으로 돌아올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신문들은 남한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장이 치러지는 시기에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데 대해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경향신문은 2면 <북, 왜 이 시점에 ‘실험’ 했나>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핵 보유국’이라는 목표를 세운 북한이 나름의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와중에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사건이 ‘돌출’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핵실험은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던 것으로, 갑작스럽게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는 바람에 상황 변화가 생겼지만,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일사천리로 대미 압박의 수위를 높이면서 핵 보유국의 길을 가고 있는 북한으로선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주춤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는 핵실험은 대미 압박용으로, 북한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별개로 여기고 일을 벌였다는 해석과도 맞닿아 있다.

       
      ▲ 5월26일자 경향신문 2면  
     

    실제로 북한은 지난달 29일 유엔 안보리가 북쪽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응해 의장성명을 채택한 것에 대해 “당장 사죄”하지 않으면 핵실험과 탄도탄미사일 발사 실험 등을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번 핵실험 강행 직전 북한은 미국과 중국에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것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은 "일각에선 북한의 ‘통미봉남’ 흐름과 연계짓기도 했다"며 "미국을 압박해야 하는 북한이 노 전 대통령의 장례기간 중 핵실험을 하는 식으로 남북관계에는 관심이 없다는 의지를 표출했다는 시각"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국민장이 치러지는 와중에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다"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는 "이미 예고됐던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 서거와 북한의 핵실험을 연결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6일 새벽 회의를 열어 "북한 핵실험은 안보리 결의안 1718호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는데 참가국들이 의견을 같이했다"며 "결의안에 준거해 신속히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신문들은 마감 시간이라는 물리적인 한계 때문에 26일자에 유엔 안보리 회의 결과를 담지는 못했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대해 대부분의 신문들이 북한을 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한겨레는 사설 <북핵 해결 노력 시급성 재확인시킨 2차 핵실험>에서 "다음달 중순 정상회담을 앞둔 우리나라와 미국의 노력이 중요하다"며 "미국은 빨리 새 대북정책을 마무리한 뒤 행동에 나서고, 우리나라는 핵문제 해결 노력과 남북관계에서 주도적 구실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조문, ‘국민’ 대신 ‘한승수 총리’ 택한 동아·조선

       
      ▲ 5월26일자 한겨레 1면  
     

    노 전 대통령을 조문하기 위한 행렬이 길다. 월요일인 25일, 많은 시민들이 봉하마을을 비롯해 전국의 분향소를 찾았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1면에 게재했다. 그러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서울역사박물관에 설치된 분향소에 찾은 한승수 총리의 모습을 1면 사진으로 게재해 대조를 이뤘다. 많은 시민들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서울 대한문 앞에, 한 총리 등 국무위원들은 정부가 마련한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노 전 대통령을 애도했다.

       
      ▲ 5월26일자 동아일보 1면  
     

    이런 가운데 중앙일보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가 ‘제 2의 촛불’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중앙은 사설 <노 전 대통령 추모 열기 정치적으로 변질되지 말아야>에서 "간혹 슬픔은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한다"며 "더욱 우려되는 것은 추모 열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듯한 일부 행태"라고 주장했다.

    중앙은 "덕수궁 분향소 옆에선 ‘이명박 탄핵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 옆엔 ‘그냥 가지 말고 꼭 촛불을 들자’ ‘낮엔 국화, 밤엔 촛불’ 등이 적힌 피켓이 서 있다. 한쪽에선 ‘미친 소’를 외치는 연사를 둘러싼 일군의 무리가 웅성거리고 있었다"며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일과는 무관한 것들이다. 분향소는 그런 곳이 아니다.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면서도 고인의 명복을 빌고자 찾아온 순수한 추모객을 내쫓는 행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중앙은 "29일 경복궁 뜰에서 거행될 예정인 국민장은 온 국민의 아픈 마음을 추스르는 엄숙한 장례가 되어야 한다"며 "일부 세력에 휘둘리는 정치집회가 되어선 안 된다…경찰도 지나친 통제로 추모객의 반발을 초래하는 우(愚)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5월26일자 조선일보 1면  
     

    노 전 대통령 추모, ‘광장’은 안된다는 경찰

    노 전 대통령의 공동 장례위원장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분향소 장소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바꿔달라고 공식 요청했지만 서울시청과 경찰이 거절했다. 경찰은 여전히 덕수궁 대한문 앞을 경찰버스로 에워싼 채 조문객들을 감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향은 <"덕수궁 앞 경찰버스 봉쇄 아늑하다는 분들도 있다”> 기사에서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5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 통제에 대해 ‘경찰 버스가 분향소를 막아주니까 오히려 아늑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며 "시민들이 마련한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 주변을 전경 버스로 에워싸고 통제하는 데 대한 각계의 비판 여론과는 동떨어진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 5월26일자 경향신문12면  
     

    경향은 "전날 대한문 앞 분향소엔 경찰에 막힌 추모행렬이 시청역 지하도를 통해 맞은편 한국프레스센터에 이르기까지 1.5㎞ 넘게 이어지는 바람에 시민들이 찜통 지하 공간에서 3~4시간을 기다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사설 <‘광장의 추모’가 그렇게 두려운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슬퍼하는 시민들의 추모 행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유치하고 비겁하기 짝이 없다"며 "모든 사람이 원하는 넓게 트인 광장을 놓아두고, 굳이 역사박물관 등 외진 곳 실내에 분향소를 설치"한 것은 "정부가 밝힌 ‘애도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 5월26일자 한겨레 사설  
     

    또, "정부 방침에 대한 민심의 싸늘한 반응은 시민 분향소와 공식 분향소의 대비되는 모습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공식 분향소가 만들어진 뒤에도 서울 대한문 앞 분향소에는 여전히 조문객들의 발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불과 몇 초간의 짧은 조문을 위해 시민들은 기꺼이 서너 시간씩을 기다린다. 반면에 ‘관제 분향소’는 시민들로부터 철저히 ‘왕따’를 당하고 있다. 고작해야 정부와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들이 다녀가는 정도일 뿐 하루 종일 한산하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설치한 공식 분향소를 두고 ‘봉하마을에 가면 봉변당할 사람들의 전용 분향소’라는 비아냥마저 나올 정도"라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정부의 ‘광장 공포증’은 곁에서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라며 "아무리 ‘촛불’이 무섭기로서니 전직 대통령 추모 행사마저 경찰 방패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그렇게 자신이 없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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