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 아무 것도 마시라"
    By 내막
        2009년 05월 26일 05: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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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보니 이명박 대통령께 편지를 드리는 날도 있군요. 편의상 아래부터는 존칭을 생략하겠습니다.

    시작은 대통령 기록물이었다. 이른바 ‘청와대 기록물 유출사건’로 알려진 사건의 전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스스로 관련 규정을 만들고, 스스로 구축한 시스템에 스스로 축적해 관련법에 의해 유일한 ‘상시 열람권자’로 규정된 자신의 국정기록을 후임자인 이명박 대통령께서 갑자기 빼앗아 간 것이었다.

       
      ▲ 26일 새벽 봉하마을 분양소 (사진=사람 사는 세상)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뜬금 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통치자료를 가져갔다고 주장하면서 반환을 요구했다. 취임초 인사 실패가 전 정부의 인사파일을 넘겨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어디서부터 시작됐나?

    취임 초부터 강부자, 고소영 내각에 ‘어린쥐’ 파문으로 대변되는 영어몰입 교육 등의 국민정서와 괴리된 정책으로 국민들로부터 의구심을 사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과 그에 따른 대규모 촛불집회로 최대의 위기에 빠졌던 시기이다.

    관련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전직 대통령의 상시 열람 편의 보장을 놓고 밀고당기는 줄다리기가 이어졌고, 최종적으로 노 전 대통령 측이 기록물 일체를 넘기겠다며 무조건 항복 의사를 밝힘에 따라 사태는 종결되는 듯했다.

    봉하마을 인트라넷 구축에 관여했던 실무자들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아야 했다. 청와대가 노 전 대통령 본인이 아닌 실무자들에 대한 검찰 고소를 단행하는 식으로 노 전 대통령 주변을 압박해 들어간 것은 노 전 대통령의 무조건 항복에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퇴임후 회고록을 집필해 정치사의 큰 자산을 남기겠다던 계획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측근에 대한 공격으로 한 번 승리를 거두었던 정부는 다시 노 전 대통령 주변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들어갔다. 저인망식 세무조사가 이어졌고, "노무현과 옷깃만 스쳐도 검찰에 불려갔다"는 농담같은 이야기가 현실로 나타났다.관련기사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대호 소장은 현 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이러한 집착을 보였던 것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항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노무현 한 사람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민주당과 그 울타리 안에 있는 유력 정치인이 더 위협적이었다면, 또 신자유주의를 빼놓으면 문장 구성이 안 되는 자칭 진짜 진보와 그 울타리 안에 있는 유력 정치인이 더 위협적이었다면 돈도, 조직도 없이 봉하마을에서 자숙하는 노무현(세력) 정치적 매장에 그렇게까지는 광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크게 틀리지 않은 분석으로 생각된다. 청와대와 여권 내부에서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장기간으로 이어진 배경에 노 전 대통령의 정치재개를 막기 위한 계산이 있었음을 뒤늦게 고백하는 목소리들이 여러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한 상태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뉴스, 신종인플루엔자 환자가 수십 명 나왔다는 보도가 나와도 콧방귀를 뀌며 "거짓말 하지말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난 1년 반 동안 방송과 언론사 장악을 위해 힘쓰신(?) 성과가 이렇게 찬연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암살되었고 유서는 조작되었다는 음모론, 이명박 대통령이 봉하마을 직접 조문을 하겠다는 의도는 자신에 대한 테러(?)를 유도해 신공안정국을 정당화시키는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론이 횡행하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이 처한 불신의 늪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하는 풍경들이다.

    부디 아무 것도 하지 마시길

    이명박 대통령에게 부탁드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압박의 끝이 결국 이러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은 부디 하지 마시길 바란다. 그리고 봉하마을 조문을 포기하시는 것이 좋겠다. 왠만하면 29일 영결식에도 참석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서울시청앞 광장에 있는 전경버스 먼저 치우고, 조문 대신 청와대에서 자중하고 있겠다고 밝히시면 국민들의 분노도 조금은 누그러들지 않을까 싶다.

    약속하셨던 재산헌납을 하지 않으셔도 좋고, 적지 않은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하야도 저는 바라지 않는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을 지켜달라고 하지도 않겠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경제는 정부가 가만히만 있어도 왠만하면 살아나는 자기 복원력이 있다"고 하지 않나. 부디 가만히 계시라.

    아울러, 최진실씨가 운명을 달리 했을 때 그의 이름을 빌어 사이버모욕죄라는 초헌법적인 법을 만들려고 했던 것처럼 노 전 대통령의 불운을 빙자해 권력구조 개편을 통한 영구집권을 시도하려는 여권내 일부 인사들의 목소리도 귀담아 듣지 마시길 부탁드릴 뿐이다. 검찰 개혁도, 권력구조, 정치구조, 언론구조에 대한 개편도 뒤에 오실 분들에게 맡겨두시길 부탁드린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너무 지치고 아프다. 더이상 건드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두렵기마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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