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 탄핵 역풍…이명박 정부는 끝났다?”
    By 내막
        2009년 05월 25일 03: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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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정국은 앞으로의 흐름을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카오스의 한 가운데로 떨어졌다.

    23일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 각 당은 긴급 회의를 열어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한편, 정치권 전체적으로 장례기간 동안 모든 정치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노 전 대통령 애도에 들어갔다. 6월1일 회기가 시작되는 정기국회도 일주일 가량 개회가 늦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의 경우 ‘상주’된 입장으로 정치적 평가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다른 야당들은 노 대통령의 서거가 현정권의 부당한 정치 보복에 의한 것으로 규정하면서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에 대비한 전면 대응태세에 돌입했다. 그동안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해온 검찰도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 봉하마을 분향소 모습 (사진=사람 사는 세상)

    서거 이후 정국 어디로 갈까?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는 23일 ‘누가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 몰았는가?’라는 제목의 긴급 성명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현 정부의 협량하고 치졸한 정치 보복에 죽음으로 항거했다"며, "이 야비한 정치 보복을 오래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도 이날 "오늘은 한국 정치사에 있어 가장 비극적인 날"이라고 말했고,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한국정치사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며, "믿기지 않는 비극을 불러온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누가 무엇이 왜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최후를 맞게 했는지 국민과 역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절제된 내용의 공식논평을 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적 동반자라고 평했던 안희정 최고위원은 “모든 수사 기관과 언론이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갔다. 사실상 정치적 타살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명박 대통령, 당신이 원하는 것이 이것이었냐”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친박연대는 정당들 중에서 23일과 24일 유일하게 공식논평으로 "노 전 대통령의 투신자살 서거는 공권력이 강요한 사실상의 타살"이라 규정하고, "임채진 검찰총장은 국가적 비극인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수사과정에 대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단 구성을 제안했다.

    ‘정치적 타살’에 야권 공감대 형성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이 분을 자살로까지 몰고 간 잘못은 없는지 진지하게 가려볼 필요가 있다. 검찰조사가 필요 이상으로 집요하거나 또 투망식으로 되거나 장기간 연장됨으로써 불행을 초래한 원인이 되었다면 검찰권의 진정하고 공정한 정립을 위해서도 이 부분은 규명되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국민의 눈에, 크게 편파적이고, 악의적이고, 정치보복적인 ‘언론재판’이 명백한 명예훼손이고, 위헌이고, 불법이었으며, 이를 조장 내지는 방관해온 것도 검찰은 물론 정부여당의 큰 잘못이었음을 온 국민 앞에 시인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재발방지를 위해 편파적 수사과정, 미확인된 혐의사실의 불법적 유출 유포과정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위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특검을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며, "검찰의 정치적 완전중립, 언론의 독립과 준법, 사법부의 완전한 독립, 3권 분립과 주권재민이라는 헌법정신의 완전한 회복을 위해, 이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표명과 범국민적 대화기구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친박연대를 제외한 대부분 정당들이 직접적인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현 정권에 의한 정치적 타살’이라는 데에는 정부여당을 제외한 정치권 일반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듯한 분위기이다.

    정몽준 "정치적 이용" 경계…제2의 탄핵 역풍?

    지난 2004년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 당시 일부 지지자들이 분신 시도 등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을 감안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 본인의 신변에 벌어진 작금의 사태로 인해 격앙된 지지자들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는 가히 상상의 범위를 초월할 전망이다.

    정부여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험악해져 있음을 느껴서인지 24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유서의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는 문구에 집중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고인께서 바라는 국민화합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노 전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친구였던 인연을 들먹이면서 "이제 한국의 정치가 투쟁이 아니라 화해와 평화의 길로 가야되지 않겠는가, 이제 우리 정치가 너무 팍팍하지 않고 정말 서로 화해와 그리고 평화의 길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가졌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소식을 듣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어긋남이 없도록 정중하게 모시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경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분향소에 대해 보여주는 무리한 행동들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반정부 운동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한 정부의 두려움은 숨길 수 없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 네티즌은 대한제국 시절 고종황제의 서거가 3·1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던 점을 상기하면서 "오늘부로 이명박 정부는 끝났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끝내 성공한 현정권의 ‘노무현 죽이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주변을 타겟으로 사정기관들에 의해 자행되었던 저인망식 조사와 그에 이어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구속 이후 진행되었던 검찰과 언론이 합작한 ‘중계보도식 수사’는 철저히 노 전 대통령을 효과적으로 모욕하고 그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것이 목적으로 보였다.

    이날 일부 공개된 노 전 대통령의 유서에 등장하는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는 문장은 이런 상황을 함축적으로 정리한 것이었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있으랴’가 사정당국의 구호였고, 후원자인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과 강금원 회장의 창신섬유는 물론, 친구가 대표로 있었던 제주 제피로스 골프장, 허리수술을 받은 ‘우리들병원’, 심지어 즐겨 찾던 삼계탕집도 세무조사를 받았고, 일부는 거액의 추징금을 물어야 했다.

    검찰 수사로 평생의 후원자였던 박연차·강금원 회장과 친형인 노건평, 친구이자 동지였던 정상문, 이광재 등이 구속됐고, 부인과 아들, 딸, 사위, 조카사위가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아야 했다. 이 중에서 강금원 회장의 경우 자기소유 회사의 돈을 자신이 횡령했다는 혐의였다.

    이렇게 저인망식 먼지털이 조사 끝에 국세청은 박연차라는 대어를 잡았고, 노 전 대통령 가족에게 묻어있던 ‘굵은 먼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100만 달러(40만 달러 포함 여부 논란 중)의 차용금, 500만 달러의 투자금이 노 전 대통령 가족에게 건너간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총 54억여 원의 돈.

    물론 노 전 대통령이 자금의 이동 과정에 개입했거나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의 영역에 속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는 난항을 거듭했고, 기소가 이뤄지더라도 공소유지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평생 후원자로 이미 각별한 관계에 있는 박연차 회장에게서 건너간 돈들이 ‘뇌물’이라는 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급기야 대통령의 태광실업 베트남 화력발전 사업 수주 지원이 ‘뇌물의 대가’라는 식의 기상천외한 논리까지 등장했지만 검찰발 의혹 제기를 비판적으로 검증한 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고문살인의 전말’… “깡패가 사람 괴롭히는 방식”

    일련의 과정에 대해 친노진영의 대표적 논객 김동렬은 2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고문살인의 전말’이라는 글에서 "깡패가 사람을 괴롭힐 때 어떻게 하죠? 가족을 납치합니다. 가족이 피해자에게 전화하게 하지요"라며, 그간 검찰 등 사정기관이 보여왔던 행태에 대해 성토했다.

    김동렬은 "검찰이 어떻게 했나? 부산상고 동문이나 부산지역에서 기업하는 분 중에 이 일로 고생 안한 분 있나? 부산바닥을 이잡듯이 훑었다. 아무 관계도 없는 사돈의 팔촌의 뭣도 안 되는 사람까지 뒤져서 봉하로 전화오게 만들었다. 이게 장장 6개월이다"라고 밝혔다.

    김동렬은 "김해지역 의원과 남해군수는 아직도 괴롭힘 당하고 있다. 남해군수는 무죄판명 난거 가지고 계속 그러고 있는 거다. 6개월치 식당에서 밥 먹은 영수증까지 챙겨간다. 검찰 수사라는게 뭐 사람을 불러서 조사하고 그러는게 아니다. 사람 불러서 조사하는건 조사가 맞겠지. 남의 멀쩡히 근무하는 회사에 와서 무슨 자료를 있는대로 다 내놓으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김동렬은 "당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소문은 다 나버린다. 조폭이 업소를 망하게 하려고 할 때 양아치 풀어서 어떻게 하나? 이런 사람 피말리기가 장장 6개월간 계속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4년간 계속되겠지. 지금도 그러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며 단지 그 집요한 고문의 강도를 조금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달리 없었다"고 노 전 대통령의 선택이 강요된 필연이었음을 강조했다.

    진보정치권도 반성 모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우리 모두의 비극이자 국민 모두의 슬픔이며, 이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 모두를 뒤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우리 모두는 그동안 전직 대통령이 몸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에 대해서 말 한 마디 하지 못하고 침묵했던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타살에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모든 언론사들도 공범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봉하마을에 마련된 빈소에서 KBS와 SBS 취재차량이 쫓겨났고, 일부 격앙된 지지자들에 의해 일부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을 막는 일이 벌어졌으며, 조문을 온 정치인들에게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국민 전체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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