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광장을 시민에게 열어라"
    By mywank
        2009년 05월 25일 02: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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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이명박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라"고 밝혔지만,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민분향소’가 마련된 덕수궁 대한문 앞은 25일 오후에도 차벽으로 막혀 있었다. 조문하러 온 시민들은 경찰버스 사이에 비좁은 틈을 지나 분향소를 찾아야만 했으며, 차벽은 분향소 앞부터 <조선일보> 사옥 부근까지 이어졌다.

       
      ▲25일 오후 차벽으로 둘러쌓인 서울시청 앞 광장의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경찰은 시민분향소가 설치된 덕수궁 대한문부터 <조선일보> 사옥 부근까지 경찰버스로 봉쇄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덕수궁 앞 행사 관련 보행로를 통제하오니 우회바랍니다.’

    분향소 주변에 경찰이 설치한 표지판 문구가 눈에 띄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시민들의 추모물결을 이들은 단지 ‘행사’ 정도로 취급하고 있었다. 서울시청 앞 광장과 광장으로 향하는 지하철 출입구 역시 3일째 봉쇄되었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경찰, 3일째 시민분향소 봉쇄

    “시민들이 마음 편히 조문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막을 이유가 도대체 어디 있냐. 고인의 가시는 길을 조용히 보내드려야 하는데, 왜 이렇게 소란스럽게 보내드리는가. 정말 합리적인 선택이 아닌 것 같다.” – 조경오 씨 (26)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문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사진=손기영 기자) 

       
      ▲사진=손기영 기자 

    “경찰이 분향소 주변을 차벽으로 둘러싸고 있는 것은 시민들을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추모를 방해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비좁은 공간이 아니라, 더 많은 시민들이 추모할 수 있게 시청 앞 광장에 분향소가 마련되어야 할 텐데…. 다시 촛불이 타오를까 두려워하는 것 같다.” – 김 아무개 씨 (53)

    “국민들의 감정이 좋지 않다. 오늘 분향소에 처음 왔는데 초라한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또 주변을 가로막다니…. 국민들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정부에 더 분노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말로만 국민들에게 호감을 사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라.” – 손희재 (60)

    시민단체들, 서울광장 개방 요구

    이날 낮 12시 분향소 주변에서는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500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생민주국민회의(준) 주최로 시민들의 조문마저 막는 이명박 정부와 경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경찰의 봉쇄 중단 △시청 앞 광장 개방 등을 요구했다.

       
      ▲민생민주국민회의(준)는 25일 시민들의 조문마저 가로막는 정부와 경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회견에 참석한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은 지난해 촛불문화제 때의 이야기를 꺼내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정부의 ‘이중적인’ 행태를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촛불정국에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눈물까지 흘렸지만, 그 뒤에도 광장은 계속 차벽으로 가로막혔고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까지 소환했다. 그리고 1년 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춰라’라는 뜻을 표하며 다른 한편으로 국민들의 추모행렬을 막고 있다. 분노는 억지로 막을 수 없다. 더 강한 폭발력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분노 막으면 더 강한 폭발력으로"

    한도숙 전농 의장도 “정부는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애도의 마음을 표하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발걸음을 공권력을 동원해서 막고 있나”며 “당장 경찰은 버스를 치우고 국민들의 마음과 함께 하고, 정부는 시청 앞 광장을 열어서 온 국민이 함께 가신 분을 애도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자발적으로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을 불법 시위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직 국가지도자의 추모를 가로막는 정권이 어떻게 국민들을 대표하는 정권이냐”고 비판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지금 이명박 정부는 추모행렬을 막고 있을 때가 아니라, 노 전 대통령 죽음의 원인과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눈과 입만 막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슬퍼서 흘리는 눈물까지 막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생민주국민회의(준)은 ‘서울광장을 추모공간으로 시민에게 열어라’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는 경찰을 동원하여 추모행사에 참여하려는 국민들을 철저히 가로막는 반인륜적이며, 반민주적인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MB정부, 말과 행동이 다르다"

    이들은 이어 “이 대통령이 ‘비통하다 애석하다’고 말하는 그 순간 경찰이 추모행사 천막을 탈취하고 정부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국민장’을 발표한 24일 이후에도 대한문 앞 분향소 대한 봉쇄를 풀지 않는 등 이번에도 정부는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적이고 기만적인 태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추모행렬을 가로막는 ‘경찰계엄’을 즉각 해제하고, 서울광장을 시민 분향소로, 추모의 광장으로 즉각 개방하라”며 “지금 국민들의 가슴에 무엇이 쌓여있는지 직시하고 일체의 추모방해 행위를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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