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노무현과 그의 정책은 별개”
    2009년 05월 25일 11: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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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진보신당 게시판에 고인에 대한 추모와 함께 생전 노 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속출하고 있고, 이에 반발해 탈당을 하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양 측을 모두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진중권 교수는 24일 밤, 진보신당 게시판에 올린 ‘싸움은 나중에 합시다’란 글을 통해 “각자 자신의 신념을 남에게 강요할 수 없다”며 “노무현을 싫어하는 분은 계속 싫어하시고, 좋아하실 분은 계속 좋아하시면 된다”면서도, “다만, 그의 죽음이 과도한 정치보복의 결과라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면 추모는 같이 할 수 있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이어가는 진보신당 일부 당원들에 대해 “추모를 하자는 것인가? 아니면 남의 장례식장에 와서 고인에게 시비를 걸자는 것인가”라며 “추기경 때도 그랬고, 진보가 왜 맨날 2~3%의 지지밖에 못 받겠는가? 머릿 속에 든 건 이념밖에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반발해 탈당을 선언하며 대응하는 일부 당원들에 대해서도 “추모를 하자는 것인가? 아니면 추모를 빙자한 공격을 하자는 것인가?”라며 “어차피 게시판 글 하나에 열 받아 탈당할 분들이라면, 애초에 입당을 하지 마셨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을 위해 입당해준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인간 노무현을 존경할 수 있지만 노무현이 펼친 정책까지 찬성할 필요는 없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까지 미워할 필요는 없다. 양자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게시판에 싸움하는 두 부류를 보면, 두 개를 전혀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며 “모든 것을 패키지로 처리하는 단순한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두 부류와 똑같은 사람들이 또 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추모 기간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험한 입질 그만 하자”며 “한 부류에게는 진보도 이제 인간의 얼굴을 좀 갖추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고, 다른 부류의 인간에게는 노짱도 떠나면서 ‘원망하지 말라’고 했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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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교수 글 전문

각자 자신의 신념을 남에게 강요할 수 없습니다. 노무현을 싫어하는 분은 계속 싫어하시고, 좋아하실 분은 계속 좋아하시면 됩니다. 다만, 노무현 전대통령이 매우 비극적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그의 죽음이 과도한 정치보복의 결과라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할 겁니다. 그렇다면 평소에 그 분에 대한 생각이 어떻든, 추모는 같이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 장례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그 험한 입들 좀 다물어주실 수는 없나요?

양쪽 모두에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한편에 계신 분들에게는 이렇게 묻지요. 지금 추모를 하자는 겁니까? 아니면 남의 장례식장에 와서 고인에게 시비를 걸자는 겁니까? 지난 번 추기경 때도 그랬고, 정말 짜증나거든요. 제발 그 빌어먹을 버르장머리들 좀 버리세요. 진보가 왜 맨날 2~3%의 지지밖에 못 받겠습니까? 머릿속에 든 건 이념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세상이란 게 여러분이 그 허접한 이념으로 재단될 정도로 간단하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다른 편에 계신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지금 추모를 하자는 겁니까? 아니면 추모를 빙자한 공격을 하자는 겁니까? 추모를 하려면, 다른 사람들까지 함께 추모를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탈당을 하려면 하세요. 어차피 게시판 글 하나에 열 받아 탈당할 분들이라면, 애초에 입당을 하지 마셨어야지요. 남을 위해 입당해주신 겁니까? 여러분 자신과, 여러분의 자식들을 위해서 당에 들어온 게 아닌 분들은, 지금 당장 나가주세요.

인간 노무현 존경할 수 있습니다. 그는 충분히 존경받을 만하고, 또 사랑 받을 만한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무현이 펼친 정책까지 찬성할 필요는 없습니다. 양자는 다른 문제입니다. 반대로, 노무현이 펼친 정책, 문제 많습니다. 이라크 파병, 한미 FTA, 비정규직 확산.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까지 미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양자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도 이해하기 힘든가요? 초등학생도 정도 이해력은 갖고 있지 않나요?

사실 게시판에 쌈질하는 두 부류를 보면, 서로 박터지게 싸워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개를 전혀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말이지요. 솔직히 말하면, 두 부류의 인간들야말로 서로 같은 전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패키지로 처리하는 단순한 사고방식이라는 면에서 말이지요. ‘인간을 좋아하니 정책도 좋아해야 한다’, ‘정책이 싫으니 인간도 싫어해야 한다’… 이 두 부류와 똑같은 사람들이 또 있지요. 한나라당 지지자들…

추모 기간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험한 입질들 그만 합시다. 한 부류의 인간들에게는 그 잘난 진보도 이제 인간의 얼굴을 좀 갖추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고 싶고, 다른 부류의 인간에게는 노짱도 떠나면서 ‘원망하지 말라’고 했다는 말을 건네고 싶네요. 추모하는 문제를 놓고 왜 쓸 데 없이 서로 공격본능을 표출해야 하나요? 그렇게 공격하고 싶어요? 공격할 상대, 따로 있습니다. 그 쪽은 엄청난 힘을 갖고 있어요. 그 쪽이나 공격하세요. 왜, 그건 무서워요?

ps.

진보신당에 들어오신 분들이라면, 그래도 수준이 좀 있는 분들 아닌가요? 싸우더라도 좀 싸울 만한 일을 갖고 싸우세요. 막대사탕 빠는 애들도 아니고… 그리고 정체성 타령하는 분들, 니 정체성이나 잘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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