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서거…조중동 제2 촛불집회 경계하나
        2009년 05월 25일 09: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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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정사상 초유의 비극이 일어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가리켜,  "그는 바로 우리 시대였다"며 "한 시대의 종말을 애도"한다는 표현도 나왔다.(한겨레 25일 ‘시론’에서 김상봉 전남대 교수)

    검찰과 언론의 책임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각 신문마다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한겨레는 "현 정권이 만들어낸 최대의 비극"이라며 이명박정부의 정치보복을 적극 제기했고,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신문들은 성난 시민들의 항의가 제2의 촛불시위로 번질까 경계하는 모습이다.

    다음은 25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 세계 한겨레 한국일보는 시민들의 대대적 추모 행렬에 방점을 찍었고, 국민 동아 서울 조선일보는 국민장을 치르기로 했다 비중을 뒀다.

    경향신문 <전국에 번지는 추모 행렬>
    국민일보 <국민장 치르기로…29일 봉하마을 안장>
    동아일보 <노 전 대통령 국민장…29일 영결식>
    서울신문 <노 전 대통령 국민장…봉하마을 안장될 듯>
    세계일보 <"이렇게 가시다니"…전국 국화향기 뒤덮여>
    조선일보 <노 전 대통령 국민장…29일 영결식>
    중앙일보 <"그분이 다 안고 가셨는데 이젠 싸움 그만해야">
    한겨레 <국화꽃 행렬 2km…보통사람들의 ‘바보 연가’>
    한국일보 <전국 분향소마다 추모행렬…국민장으로 결정>

    검찰 책임론 부상

    검찰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경향신문 5면 <검찰수사 어땠기에> 기사에 따르면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최종 타깃으로 삼고 주변에 대한 싹쓸이 수사를 벌였다. 서울신문은 6면 <“가족압박 등 10년전 방식 되풀이”> 기사에서 “가족을 압박하는 것이 효과적인 수사기법이기는 하지만, 사실 가장 비인간적이고 피의자를 벼랑 끝으로까지 몰고 갈 위험성이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한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 말을 인용해 이를 지적했다.

    검찰은 언론을 통한 ‘여론전’을 동원하는 모습도 보였다. “미국 아파트 계약서를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찢었다” “박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2억원대 명품시계를 버렸다”는 등의 얘기는 검찰 관계자의 입을 빌려 수시로 언론에 보도됐다.

    지난달 30일 노 전 대통령 소환 조사 이후 검찰은 3주일이 지나도록 사법처리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그 사이에 검찰 주변에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 “불구속 기소될 것”이라는 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경향은 이같은 분석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수치와 모멸을 느꼈을 것이고 극단의 결정을 선택할 여지를 만들어준 셈이 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현 정권이 만들어낸 최대의 비극"

    한겨레는 4면에서 검찰의 ‘표적사정 논란’을 전한 데 이어 5면 <촛불에 덴 정권 ‘반전 카드’ 세무조사 의혹> 기사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의 첫 단추는 태광실업 등 박연차 회장이 거느린 사업체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때 채워졌다. 무엇보다 국세청이 노 전 대통령 진영을 압박하는 첫번째 주자로 나선 데는 정권 실세와 국세청 수뇌부간의 이해관계가 교묘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면서 적극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한겨레는 5면 하단에 실린 <“청와대와 교감 없었겠나…”>기사에서도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정치권을 뒤흔드는 단초가 된 국세청의 박연차 세무조사가 청와대와 교감 없이 이뤄질 수 있었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 <처음부터 정치보복 냄새 진동했던 노무현 사건>에서 "비리가 먼저 있고 징벌이 뒤따르는 것이 상례이지만, 박씨 사건은 철저하게 그 반대 방향으로 진행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노무현 제압하기’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권력기관이 일제히 나서 십자포화를 날리는 식으로 사태가 전개된 것"이라면서 "박씨 사건에는 이른바 3대 권력기관으로 불리는 검찰, 국세청, 국가정보원이 모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먼저 국세청은 지난해 7월 연매출 3000억원대의 지방 중견기업인 태광실업에 심층·기획 조사를 전담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투입해 넉달간이나 먼지털기식 조사를 벌였다. 연임을 노리는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은 여기서 포착된 노 전 대통령 쪽과 박씨 사이의 수상한 돈거래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보했다. 다음번에 나선 것은 검찰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인원을 거의 갑절로 늘리면서 노 전 대통령 주변을 이 잡듯이 샅샅이 뒤졌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과 가족의 혐의를 미주알고주알 뒤로 흘리면서 노 전 대통령 쪽을 압박했다. 언론을 매개로 한 공방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정원도 빠지지 않았다. 국정원은 노 전 대통령이 박씨로부터 억대의 고급시계를 받았다는 사실을 흘리며 노 전 대통령 망신 주기 대열에 가담했다.…"

    한겨레는 이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이명박 정권 들어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권력기관의 사유화 현상으로 볼 때, 이들 기관의 움직임이 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핵심부의 뜻과 무관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죄보다 사람을 미워한’ 현 정권이 만들어낸 최대의 비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언론도 봉변

    한편 경남 김해 봉하마을엔 조문행렬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특정 정치인’은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항의로 조문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8면 <“편파보도가 죽음 내몰아” 언론 성토>에 따르면 이들은 정치권보다 언론에 더 반감을 보였다. 봉하마을을 찾은 대다수 노사모 회원들은 “언론이 공정하게 보도를 하지 않고 검찰 말만 편파적으로 보도해 결국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이날도 일부 회원들은 빈소 주변에서 “조·중·동 기자들은 봉하마을을 떠나라”고 외쳤다. 전날에는 노사모 회원 수십명이 취재진이 몰려 있는 천막으로 찾아와 신분증 검사를 하기도 했다.

    방송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날 <한국방송> 차량이 봉하마을 안으로 들어오려 하자, 30분 남짓 노사모 회원들이 “나가라”고 외치며 막았다. 노 전 대통령이 실족사했다고 보도한 것이 화근이었다. 24일엔 <에스비에스> 카메라기자가 촬영을 하자 한 노사모 회원이 카메라를 빼앗으려고 해 몸싸움이 벌어졌다. 전직 대통령의 수난사를 거론하면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동일선상에 두고 보도한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동아일보> 여기자는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한겨레는 "취재진의 불만이 커지자 노 전 대통령 장례준비위는 조문객을 막지 말고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하지 말 것을 호소하는 안내문을 붙이고 수시로 방송을 했지만, 흥분한 노사모 회원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중동, 제2촛불집회 경계

    시민들의 반감을 산 신문들은 이번 사건이 시위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위해 찬조연설을 했던 ‘자갈치 아지매’의 인터뷰를 싣고 "그분이 다 안고 가셨는데 이젠 싸움 그만해야"라는 제목을 뽑았다. 중앙은 이날 사설 <진정 어린 애도 속에서 차분하게 국민장 치르자>에서도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입장을 달리했다고 해서, 구체적인 정책과 사안에서 격렬하게 맞붙었다고 해서 특정 세력이나 인물을 이런 전(全) 사회적인 작업에서 배제한다면 이는 화합과 전진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분명한 근거 없이 ‘검찰 책임론’을 몰아붙이거나,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다. 정당했던 언론의 비판을 감정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어떤 인물과 집단의 문상을 막는 것도 온당치 못하다. 서울 분향소에는 일부 시민이 거리행진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했는데 이는 차분한 문상이 아니다. 봉하마을의 빈소에서 대통령 조화를 훼손한 건 잘못된 것이다. … 앞으로 특정 세력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과격한 공세나 집회를 기획한다면 이는 매우 잘못된 처사고, 국민적 지지도 받지 못할 것이다.…"

    동아일보도 사설 <국민장 엄수되도록 각계 협조를>에서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이건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이건 국민장이 무사히 엄수되도록 해야한다며 봉하마을 빈소 주변에서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보인 행동에 대해 "문명국가, 성숙된 사회, 선진화를 지향하는 나라에서 조문객을 축객하고 조화에 발길질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동아는 이 사설에서 "일부 누리꾼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추모게시판 등을 이용해 ‘정치적 타살’이니, ‘제2의 촛불’이니 운운하면서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분위기를 부추기는 것도 옳지 않다"며 "지각 있는 국민이라면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사회혼란 조성의 기회로 삼으려는 불순한 의도에 공감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개탄할 것이다. 일부 세력이 각계의 조의를 왜곡해 또다시 편을 가르고 정치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려 한다면 다수 국민의 분노를 자아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도 사설 <노 전 대통령이 편히 잠들 수 있게 하자>에서 "노 전 대통령 장례가 다시 편을 가르고 손가락질하는 부대낌의 장이 아니라 서로 상대의 상처를 되돌아보고 그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보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국민일보는 사설 <국민 모두가 깊이 성찰할 때다>에서 "누구라도 이번 일을 정치적으로 악용해서는 곤란하다"고 했고, 서울신문도 사설 <노 전 대통령 추모, 사회분열 빌미 안돼야>에서 "고인에 대한 추모 열기가 이후 어떤 형태로든 사회 분열과 반목의 빌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라고 밝혔다.

    세계일보 역시 사설 <노무현 전 대통령시대의 종언>에서 "특정세력이 국가적 불행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사회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경계할 일이다"라고 했다.

    조선, ‘검찰 책임론’ 편승?

    한편 조선은 같은 날 사설 <검찰이 돌아보고 생각해야 할 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는 검찰의 수사 지연, 결정 지연 등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검찰이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면서 지나친 점은 없었는지, 지금 와 돌아보면 후회되는 점은 없는지를 돌이켜 점검해봐야 한다"고 해 비슷한 성향의 중앙·동아의 목소리와는 선을 그었다.

    조문 막는 경찰, 시민들 반발

    분향소 주변을 둘러싼 경찰의 과잉통제도 물의를 빚고 있다. 한겨레 3면 <“예우한다며 추모 막나” 경찰버스 벽에 시민들 분노>에 따르면 경찰이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의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 분향소’주변 도로와 인도 사이에 ‘차벽’을 두 겹으로 둘러치고 통행을 통제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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