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중노위 몰상식 바로잡아줘
    2009년 06월 01일 08: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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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2일 서울행정법원은 한국철도공사 비정규직 영양사들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차별시정 재심판정 취소 사건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2008년 당시 철도공사는 90여개소의 식당 중에 25개소는 직영으로 운영하고 나머지 식당은 외주위탁의 방식으로 운영하였다. 25개소 직영식당 중 4개소에는 정규직 영양사들이, 나머지 식당에는 비정규직 영양사들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2007년 6월에 벌어진 이상한 일

정규직 영양사들은 철도공사 보수규정에 따라 호봉제로, 비정규직 영양사들은 철도공사 기간제 운영지침에 따라 직무급으로 임금을 받았다. 따라서 비정규직 영양사들은 근속기간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임금을 받았고 정규직 영양사들은 근속에 따라 모두 달리 임금을 받는 구조인 것이다.

2007년 7월 1일 소위 비정규직법(기간제및단시간보호등에관한법률)이 시행되었는데, 이상하게도 2007년 6월 철도공사 입사 후 영양사 업무만을 수행하였던 정규직 영양사들이 기존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인사노무 업무 등을 수행하겠다고 일제히 전직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입사 후 영양사 업무만을 수행하였던 영양사들이 왜 갑자기 사무직으로 전직신청을 하였을까? 왜 철도공사는 업무수행능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정규직 영양사들의 전직신청을 모두 수용하였는가? 의문스럽다.

다만 우리는 비정규직법의 시행으로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에게 임금 등 근로조건 등에 있어 차별할 수 없기 때문에 아예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을 없애버리기 위한 조치였다고 ‘추측’할 뿐이다. (만일 우리의 추측이 사실이라면 이러한 철도공사의 행위는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있어 모범적인 사용자의 역할을 강조한 정부의 지침을 무색케 하는 치졸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결국 비정규직 영양사들은 고심 끝에(차별처우 신청으로 재계약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차별적 처우시정 신청을 하기로 하였다. 다행히도 사무직으로 ‘전직’을 신청한 정규직 영양사가 2008월 4월 13일까지 인사노무팀에서 모사업소 식당으로 ‘파견’되어 영양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사진=운수노조 전국철도본부 

비정규직 영양사들은 철도노조와 협의하여 충남지방노동위원회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임금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여 달라는 취지로 차별적 처우 시정신청을 접수하였고 충남지노위는 임금을 ‘계속된 차별’로 인정하였으나 서울지노위는 3개월분만 차별로 인정하는 판정을 하였다.

이 판정에 비정규직 영양사들과 철도공사 모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철도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행정법원에서 이 판정을 뒤집어 버린 것이다.

임금은 ‘계속되는’ 차별적 처우

임금이 계속된 차별인지 여부는 비정규직법 시행 이전부터 논란이 되어왔다. 노동부는 2007년 7월에 발간한 비정규직법령 업무매뉴얼에서 이미 임금은 계속되는 차별적 처우로 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고, 이에 대해 법학자들이 이러한 노동부의 유권해석에 대하여 여러 가지 반대의견을 제시하였고 이 논쟁에 대한 법원의 입장이 최초로 확인된 것이다.

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가 임금이 계속된 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임금은 근로제공의 대가로서 매일 발생하나 사용자가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에서 정한 임금지급기일에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임금지급의 개별적, 구체적 행위가 이루어지고 이러한 구체적인 행위가 있어야 비로소 차별적 처우가 있었는지 알 수 있으므로 임금지급에 있어 차별적 처우가 있고 그 차별적 처우가 반복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기간제법 제9조에서 규정하는 계속적인 차별적 처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정하였다.

그러나 행정법원은 ‘임금은 근로관계가 유지되는 이상 매일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고 임금지급일에 이르러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 아닌 점, 원고들이 각종 임금을 적게 지급받아 온 것은 공사가 원고들의 각 입사 당시부터 계속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기간제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정규직 영양사들에게 적용되는 보수규정보다 불리한 기간제근로자 운영지침을 적용하여 왔기 때문인 점’ 등을 고려하면 임금은 ‘계속된 차별’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사진=운수노조 전국철도본부 

상식적으로 노동부나 중앙노동위원회의 주장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 차별받는다는 것을 사용자의 임금지급이라는 구체적인 행위가 있어야 알 수 있다고 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임금은 매일 근로제공의 반대급부로서 발생한 것이지, 단순히 임금지급 기일에 차별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도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만일 매일 일당으로 임금을 지급하면 이럴 경우에는 임금을 계속된 차별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인가? 또한 기간제법에서는 ‘차별적 처우’라고 명시되어 있을 뿐 ‘차별적 처우 행위’라고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행정법원의 판결은 지극히 정상적(상식적)인 것이고 잘못된 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의 입장을 바로잡아주는 유의미한 판결이다.

노동부, 중노위 잘못 바로잡아준 판결

더욱이 비정규직법상 차별시정제도는 비정규직의 합리적 이유없는 차별을 신속히 구제하여 정당한 근로조건을 회복시켜주는데 그 주된 목적이 있고 임금은 노동자의 근로조건 중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이라는 점, 임금에 대한 차별은 그 간의 불이익 전체를 시정하여야 실효성 있는 구제가 되는 점 등을 고려하였을 때 차별시정제도의 도입취지에도 부합하는 합당한 판결이라 할 것이다.

차별시정제도는 여전히 그 실효성에 있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실제 차별시정제도를 통해 현장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해소되는데 기여하였다는 노동부의 발표는 현재까지 없었다. 그나마 이러한 판결로서 조금씩 차별시정제도가 보완되는데 그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아보며 앞으로도 차별시정제도와 관련된 유의미한 판결이 계속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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