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수궁 분향소 추모행렬 점차 늘어
    "MB 극진 예우한다며, 분향도 막아"
    By 나난
        2009년 05월 23일 08: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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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덕수궁 대한문 앞에 임시 분향소에 설치됐다.(사진=이은영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소식에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 덕수궁 대한문 앞에 임시 분향소를 마련하고 자발적으로 헌화와 분향을 하는 것에 대해, 경찰이 이를 막고 나섰으나 분향을 하기 위한 시민들의 행렬이 밤늦게까지 이어져 추모 인파가 어느 규모로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특히 정치권이 일제히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여론의 향방에 대해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덕수궁 앞 분향 행렬의 향방은 의미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시장 시청앞 광장에 분향소 세워줘야"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서울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자는 네티즌들의 제안에 따라 이날 오후 4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는 이에 동의하는 네티즌들에 의해 임시 분향소가 설치됐다.

    하지만 경찰은 덕수궁 대한문으로 통하는 시청 지하철역 출입구와 인도를 차벽과 병력을 동원해 봉쇄해 시민들과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경찰은 또 시민들이 분향소에 사용하려 준비한 천막을 불법 설치물이라며 강제 철거했다.

    조문을 온 이지숙(41)씨는 “분향소를 차리기 위해 천막을 치려하자 경찰이 천막을 빼앗아 갔다”며 “그 과정에서 천막이 찢어졌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오세훈 시장이 제대로 된 생각을 가졌다면 시청 앞 광장에 분향소를 차려줘야 한다”며 “이는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조문을 위해 온 시민들은 “가만히 두면 조용히 조문할 건데 이조차 하지 못하게 하니 시민들이 흥분할 수밖에 없다”며  “시청에서 분향을 하게 해주면 좋은데,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니고 절과 기도로 명복을 빌고자 하는 것인데도 경찰이 길을 막고 분향조차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경찰은 이날 대한문을 포함해 용산참사 현장 주변엔 총 92개 중대 6500여 병력을 배치했다. 경찰은 대한문 앞 임시 분향소로 향하며 경찰의 출입 봉쇄에 항의하는 모든 시민들을, 10대에서부터 80대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방패로 밀며 막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이 다치기도 했다.

    조문 온 시민들, 경찰차벽 때문에 외부와 고립

    6시 17분 경 경찰은 차벽을 만들기 위해 경찰 버스를 무리하게 인도로 진입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온몸으로 경찰 버스를 막았지만 경찰은 이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사람들이 바로 앞에 있는 상태에서 경찰 버스를 전진시켜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죽여라”를 외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문하러 온 시민들은 대한문 앞 인도에 고립됐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이명박 대통령은 “애석하고 비통한 일"이라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경찰이 보인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조문행렬을 막고 분향소 설치에 사용하려 한 천막을 빼앗는 것이었다. 경찰은 3명씩 진행되는 분향을 "5~6명씩 늘려 빠르게 진행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경찰에서 (더 많은 사람이 분향을 할 수 있도록) 깔개라도 제공해주면 빨리 진행하겠다”며 “싸우려는 게 아닌데 경찰은 시민을 폭도로 몰아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분향을 하고 빠져나가는 수만큼 기다리는 사람을 들여보내 달라”고 요구했지만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보고하겠다”는 말만 하고 사라졌다.

    시민들은 “이렇게 해서 이 정권이 언제까지 가겠냐”, “이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냐”, “아버지가 돌아가셔도 이렇게 길 막고 조문도 못하게 할 거냐”며 비판을 소리를 냈다.

    경찰 "덕수궁 쪽 시민 ‘집중관리’하라"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조문행렬을 왜 막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인도라 하더라도 시민들이 불편을 겪으면 도로교통법 위반이 된다”고 말했다. 조문을 위해 대한문을 찾은  허민우(41) 씨는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게 누구냐”며 “케네디가, 등소평이 죽었을 때도 분향 행렬을 막진 않았다”고 비판했다.

    임시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는 가하면 담배연기만 하염 없이 내뿜으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문을 온 김종문(53)씨는 노 전 대통령을 서거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았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조․중․동에게 미움 받고 탄핵까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국민’이라는 이름을 팔아 자신의 이익을 차리는 놈들이 나쁜 놈들”이라며 “이 정부 들어 정말 화가 많이 난다. (이명박 대통령은) 나쁜 사람을 넘어 구제불능”이라며 “임기도 못 채우게 될 것”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80년 5․18 당시 군대에서 ‘폭도진압’ 훈련을 받았다. 광주 시민이 진짜 빨갱이인 줄 알았지만 제대하고 친구를 통해 사실을 알았다”며 “이게 우리나라 실상이며, 지금 조․중․동 매체가 무지한 국민을 교육시켜 잘못된 사상을 인식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외국에서도 몰상식한 정치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희생됐다고 보도한다”며 “죽을 사람은 안 죽고 아까운 사람들만 죽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 경찰이 대한문 앞 임시분향소로 향하는 인도를 막아 시민들과 갈등을 빚었다.(사진=이은영 기자)

    경찰은 이날 시민들의 조문행렬을 봉쇄하는 이유에 대해 민주노총, 전교조 등이 참여해 폭력 시위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나, 비슷한 시간에 열렸던 민주노총 집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상당수는 조문을 하지 않고 돌아간 것으로 밝혀져, 경찰의 주장은 억지라는 비난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밤 10시 30분 현재 경찰은 여전히 차벽과 병력으로 인도를 막고 있으며, 한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통로만 연 상태다. 시민들은 이에 맞서 바로 옆에 임시 분향소를 하나 더 설치했으며, 경찰은 이곳도 차벽으로 막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작은 분향소 5~6곳이 설치돼 있다.

    또 조문을 마친 시민들은 대한문 앞에 촛불을 밝히고 있으며, 밤이 깊어가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추모 물결이 그치지 않고 있다. 현재 조문행렬은 대한문에서 <조선일보> 앞까지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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