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차지부 "해고는 살인이다"
    By 나난
        2009년 05월 23일 10: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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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장문은 굳게 닫혔다. 살기 위해 70m 굴뚝에 올랐고, 남편을 지키고 아빠를 응원하기 위해 부인과 아이들은 공장 안에 천막을 쳤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기약 없는 옥쇄파업을 위해 최소한의 생필품을 챙겨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파업현장 모습.(사진=이은영 기자)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총파업은 시기만 정해지지 않았을 뿐 예견된 수순이었다. 이창근 쌍용차지부 기획부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말했다.

    22일 총파업 결의대회는 쌍용차지부와 전국금속노조 19개 지부 확대간부 등 총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본사 단결의 광장에서 열렸다. 지부는 쌍용차 평택본사 정문을 컨테이너 4개로 봉쇄했고, 출입구는 자물쇠로 굳게 잠겼다.

    한상균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투쟁사를 통해 “하라는 대로 일만하고 시키는 대로 회사가 잘 되길 바라던 노동자들이 벼랑 끝으로 밀렸다”며 “해고는 살인이고 가정 파괴범”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인내할 수 없고, 생존하기 위해 결사항전 결사투쟁하겠다”며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살기 위해 죽기로 싸운다

    그는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차 인수 이후 지난 4년간 개발된 신차가 단 한 대도 없었음을 지적하며 “쌍용차문제는 먹튀자본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드러낼 시금석”이라며 “쌍용차 주식의 53%를 소유하고 있는 상하이차의 주식을 소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차의 주식이 소각될 경우 쌍용차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대주주가 돼 자연스레 국유화가 될 수 있다는 게 한 지부장의 주장이다.

    그는 “노조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신차 개발 비용 1,000억원과 비정규직 고용안정기금 12억원을 내겠다고 했다”며 “(정부와 회사는) 모르쇠로 일관하지 말고, 우리와 함께 새로운 쌍용차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해고는 살인이다"를 외치며 금속노조가 쌍용차지부 총파업에 연대했다.(사진=이은영 기자)

       
      ▲ 3명의 동지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굴뚝까지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정리해고분쇄’ 대형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사진= 이은영 기자)

    지부에 따르면 쌍용차 측은 희망퇴직을 강요하며 해고대상자 명단을 살포하는 등 조합원과 가족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다. 사측이 ‘정리해고 명단에 끼어 있으니 회망퇴직하라’, ‘당신은 안전하니 노조 지침에 따르지 말라’며 조합원을 회유 협박하고 있는 것. 지부는 “중앙노동위의 특별단체교섭 주문도 팽개치고 일방적 자르기를 자행하는 상황에서 총파업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10일째 굴뚝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쌍용차지부 김을래 부지부장, 김봉민 정비지회 부지회장, 서맹섭 비정규지회 부지회장과의 교신이 이뤄졌다. 이들은 하나같이 “승리하기 전엔 굴뚝에서 내려오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연대한 동지들을 믿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 가족대책위는 공장 한 켠에 천막을 쳤다.(사진=이은영 기자)

    쌍용차 비정규지회 서맹섭 부지회장은 “더 이상 비정규직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비정규 동지들 반드시 현장복귀 시켜야 한다"며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도 여기서 투쟁하겠다. 동지들 끝까지 저희 믿고 따라와 달라”고 호소했다.

    아이들을 위해 승리하세요

    김을래 부지부장의 부인 윤영미 씨는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당신이 기약 없이 굴뚝에 올라간 사실을 듣고 왜 하필 당신이냐고 투정하며 울던 그 날이 부끄럽고 미안하다”며 “경영부실의 책임을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는 남편에게 지우는 정부와 회사의 작태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당신의 투쟁이 헛되지 않고 꼭 승리해야 한다"며 "그리운 당신, 이곳에서 우리 가족이 함께 하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편 그 시각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한 1차 ‘관계인 집회’가 열렸다. 법원은 “쌍용자동차의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크다”며 오는 9월 15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쌍용차의 회생계획안 제출 이후 두 차례의 관계인 집회를 통해 쌍용차의 회생안이 최종 결정된다.

    하지만 지난 6일 쌍용차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이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생절차 진행 여부를 좌우하는 가치평가에서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4천억원 정도 더 가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는 노동자 2,646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조사 결과로, 쌍용차는 구조조정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금속노동자 4천여명 해고 등

    현재 금속노조 소속 4,000여 조합원이 정리해고 됐거나 정리해고 위험에 처해있다. 쌍용차도 그 일부다. 복기성 쌍용차지부 비정규직회 사무장은 “쌍용차 정규직 비정규직의 목숨 건 투쟁에 금속노조가 현장에서 함께 상주하며 투쟁전술을 짜고 대정부 대자본과 맞서 투쟁을 전개했으면 좋겠다”며 “죽더라도 이 현장에서 뼈를 묻고 싶다. 동지들 연대로 화답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서울에서 계획된 집회를 취소하며 쌍용차에 연대한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은 “금속 산하에만 정리해고 위험에 처한 조합원이 4,000여명”이라며 “(파업의) 주최가 투쟁하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승리하는 그날까지 15만 금속 조합원이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역시 “민주노총 차원의 대정부 투쟁”을 강조하며 “운수노조, 화물연대, 건설노조의 파업과 함께 쌍용차 파업을 민주노총 6월 총력 투쟁으로 만들 것”을 약속했다.

       
      ▲ 3명의 조합원이 10일째 70m 높이의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은영 기자)

    결의 대회를 마친 3000여 조합원은 3명의 조합원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굴뚝까지 행진을 벌였다. 조합원들은 굴뚝 밑에서 해산 집회를 갖고 함성으로 투쟁 의지를 전달했다. 굴뚝 위 3명의 조합원 역시 손을 흔들며 “투쟁”으로 화답했다.

    회사쪽 "고소 고발"

    한편 쌍용차 측은 노조의 총파업 및 옥쇄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 고발 조치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지부 측에 따르면 지난 4일 중앙노동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기에 이번 파업은 ‘합법’이다.

    요란하던 기계소리는  이제 멈췄다. 이 싸움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5,000여 쌍용차지부 조합원들 역시 꺼져버린 기계처럼 노동을 멈춰야 한다. 쌍용차 측은 정리해고 방침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지부 역시 정리해고 방침이 철회되지 않는 한 점거농성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내려가는 그날 꼭 승리해서 선배들과 동지들과 막걸리 한잔하고 싶다. 선배님들 정년퇴직할 때까지 끝까지 지켜주고 싶다”는 김봉민 비정규직지회 부지회장의 바람이 현실화되는 대는 조금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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