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원책, 노회찬을 인터뷰하다
        2009년 05월 21일 04: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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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들의 모임인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발간하는 <대한변협신문> 최근호(5월18일자)에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에 대한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노회찬 대표를 인터뷰를 한 사람이 바로 대표적 보수논객으로 꼽히고 있는 전원책 변호사라는 점이다.

    이날 전 변호사는 노 대표의 정치-경제-북한관 등 전반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원책이 보는 노회찬은 어땠을까? 전원책 변호사는 인터뷰 앞에 붙인 모두글을 통해 노회찬 대표를 “건강한 좌파”라고 소개했다.

       
      ▲ 전원책 변호사 (사진=MBC 100분 토론)

    전 변호사는 “노회찬은 17대 의원 중에 가장 선명한 인상을 남긴 정치인으로, 여러 토론회에서 그가 한 촌철살인의 말은 서민의 속을 뻥 뚫어주었다”며 “국민에게 좌파에도 ‘인물’이 있고, 좌파도 그냥 ‘빨갱이’가 아닌 합리적이고 논리를 갖춘 정파라는 것을 각인시켰다”고 높이 평가했다.

    "좌파에도 인물이 있다"

    이어 “노회찬은 반골정신이 뻗쳐 고등학생 때 반유신투쟁을 했고 대학을 다니면서 ‘당연히’ 학생운동을 계속했다”며 “수배가 되고 노동운동을 하며 그는 우리 사회의 노동자와 서민의 고통을 함께 하기로 결심한다”고 설명하며 이를 “그가 이 나라의 자생적 좌파이자 진짜 좌파가 된 이유”라고 평가했다.

    또한 전 변호사는 “지난 대선에서 진보좌파진영의 참패는 사실 예견된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의 여러 실정으로 무너진 민심이 ‘좌파에 우호적인’ 집권세력 열린우리당과, 좌파를 뭉뚱거려 좌파로 인식한 탓이 컸다”며 민주당 등의 세력과 좌파를 분리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노회찬 대표는 4.29재선거에서의 원내진입에 대해 “기업으로 치자면 창업 상장회사가 된 셈”이라며 “이제 주가를 올리는 일에 주력하겠다. 저평가 우량주가 많아 자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한 석이지만 원내·원외활동이라는 양 날개를 단 만큼 국민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정치활동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울산북구 선거과정에서 보수진영이 ‘야합’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던 민주노동당과의 후보단일화에 대해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은 문제의식과 지향하는 바에 있어서 일정한 차이도 있지만 한나라당에 대한 공동대응은 그 이전부터 있어 왔다”며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 개울이 흐르고 있다면 한나라당과의 사이에는 한강이 놓여져 있다”고 반박했다.

    노 대표는 또한 진보신당의 방향에 대해 “진보신당은 지난 십 년간 진보정당운동의 성과를 계승하되 문제점과 한계를 과감한 자기혁신으로 극복하려 한다”며 “민주노동당과 결별하게 된 것은 ‘혁신’의 문제였기에 혁신이 전제되지 않는 과거 복원은 국민이 바라는 바도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동당과의 분당에 대해서는 “서민에게 다가가는 진보정당으로 거듭나려는 혁신안의 좌절에서 비롯되었다”며 “북한에 대해 진보세력으로 해야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 한계는 있지만 민주노동당 전체를 종북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으며, 패권주의는 양자 모두의 문제이기도 했지만 정파의 이익을 우위에 두려는 행태는 결별의 주요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노, "먹고 사는 문제, 더불어 함께 먹고 사는 문제"

    노 대표는 경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이며 정치에서 경제란 ‘더불어 함께 먹고 사는 문제’”라고 정의하며, 신자유주의에 대해 “아직 숨을 거두지 않았으나 의학적으론 사망판정을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스탈린식 국가사회주의는 이미 실패했고 박정희식 국가동원체제 역시 현실에는 맞지 않을 것”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사회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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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진보세력이라면 한반도 비핵지대화 원칙을 견지해야 하며 북한핵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며 “북한핵을 대미용(對美用)이라 언급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며, 그런 식 논리라면 주한미군이 대북용(對北用)으로 전술핵을 가지겠다는 주장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고임금이라 하지만 대부분 대기업 노동자들은 초과근로로 생계를 유지한다”며 “귀족노조로 비판받을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민주노총이 조합원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를 위한 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해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조직의 문호를 개방하고 적극적인 연대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출마 문제, 진보정당 확고히 하는 데 일조할 것"

    또한 시위문화와 관련해 “폭력시위로 얻을 게 없으나 한국 정부의 공권력행사는 여전히 헌법상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수준으로 행사되는 경우가 많다”며 “공권력행사의 절제가 평화시위의 첩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나는 일반 국민과 유리된 관성적인 시위문화를 개선하는 데 더 큰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면서도 “한국정치의 지형에서 민주-반민주 구도나 낡은 지역대결구도를 극복하기 위해 제대로 된 진보정당의 정립이 매우 중요하다”며 “진보신당이 이 역할을 해내기 위해선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며 당 대표로서 개인적 이해득실을 떠나 진보정치의 지형을 확고히 하는 데 일조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대한변협신문>은 인권위 기능축소를 반대하고, 신영철 대법관의 자진사퇴를 권유하는 등 소신있는 목소리를 내왔다. 전원책 변호사의 전담인터뷰는 이번이 4번째로, 노회찬 대표에 앞서 정운찬 전 서울대학교 총장, 이영애 자유선진당 국회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소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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