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랄, 졸렬해지는 ‘MB식 재갈물리기’
        2009년 05월 21일 10: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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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구속사건’은 신호탄이었나? 이명박 정부의 비판 재갈물리기가 점차 범위는 넓어지고 방법은 치사해지고 있다. 정부는, 정부를 비판해온 유명 논객에게 보복의 칼을 들이밀고 있고, 집회 자체를 원천봉쇄하며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약자들의 집단행동까지 막아서고 있다.

    19일, 이명박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의 정책사안마다 통렬한 비판을 해온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에게 “연봉을 회수하라”며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지시했다. 바로 그 전날 황지우 총장이 정부의 외압을 문제 삼으며 사퇴하자마자 내린 첫 조치였다.

    게다가 그 방법이 억지스럽고 졸렬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화부는 진 교수에게 “2학기 강의를 하지 않았다”며 연봉 회수의 이유를 설명했지만 진 교수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한예종과)계약은 U-AT(유비쿼터스 앤 아트 테크놀로지)사업으로, 강의뿐 아니라 연구원 교육, 자료집 발간 등도 포함돼있다”며 “논리가 옹색하다”고 비판했다.

    황지우에서 진중권으로

    실제 진 교수는 1학기 동안 강의와 함께 두 권의 교육-자료집을 발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학기 강의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진 교수는 “한예종이 문화부와 협의 끝에 강의를 개설하지 않겠다고 나에게 밝혀왔다”고 “교권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르면 문화부는 강의를 맡지 못하게 해놓고, 강의를 하지 않았다고 징계하는 ‘치사한’ 행태를 보인 셈이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가 무리한 방식으로 재갈을 물리려다 망신을 당한 사례가 이미 한 차례 있다. 검찰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비판해온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체포한 뒤 구속기소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와 증언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던 것이다.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진위 여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자세한 평가를 내릴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진중권 교수가 일부러 2학기 수업을 안했으리라 생각되지는 않는다”며 “만약 진 교수 말처럼 외압이 사실이라면 이 정부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듣지 않겠다는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이어 “만약 그렇다면 진 교수의 일은 민주주의 역주행에 대한 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이명박 정부 스스로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선언일 것”이라며 “또한 한예종과 문화부가 2학기 강좌를 개설하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교권침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밖에도 정부는 19일 한승수 총리 주재로 시위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도심대규모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불법행위는 현장검거를 원칙으로 엄정 대응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개개인에 대한 재갈을 물리면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소통의 경로를 차단해 버린 셈이다.

    노회찬 "5공 회귀"

    문제는 이 다음이다. 진 교수와 같은 정부 비판에 앞장서온 명사에 대한 이 같은 제재와 도심집회 불허 등 정부정책의 비판을 막무가내로 막아서는 조치들은 네티즌과 시민사회단체 들에게 강력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네르바가 구속 수감된 이후 <아고라> 경제토론방에서 유명 경제논객들이 절필을 선언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준비 중인 ‘미디어법’까지 강행처리된다면, 정부정책에 대한 언론의 비판조차 그 경로가 사방팔방 막혀버리게 된다. 이는 지난여름 이병순 사장의 취임 이후 <KBS>의 논조가 눈에 띌 만큼 달라진 것과 같은 이치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는 이에 대해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이명박 정권 들어서 코드 맞추기가 이에 극에 달한 것 같다"며 "특히 진중권 교수에 대한 강의료 회수는 치졸한 발표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진중권 교수는 2학기 강의를 하지 못했던 것은 외압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이야 말로 교권침해이자 진상이 규명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심 전 대표는 또한 집회시위 원천봉쇄와 관련해서는 "노동권이 극도로 유린되고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을 박탈하는 것은 그야말로 최후의 저항권을 촉구하는 것"이라며 "이는 20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조치이며, 이처럼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문제제기를 막는 정권을 독재정권이라고 칭한다. 우리나라에서 독재정권은 늘 국민속에 무너졌다"고 경고했다.

    한편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21일, 대표단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대한민국을 5공으로 회귀시키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물고문, 성고문"이라고 비판하며, "지금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나라를 통치하는 게 아니라,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하고 있다. 대통령의 초헌법적 발상이 민주주의를 질식시키고 인권을 위협하는 상황에까지 다다랐다는 점에서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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