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교육 정상화’는 헛소리다
        2009년 05월 21일 10:14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정부가 공교육을 정상화해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사교육 없는 학교’, 학교자율화, 교원평가, 방과후학교 강화, 교과교실제 등의 정책들이 나온다. 한승수 총리는 지난 주에 공교육의 경쟁력을 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교가 문제의 근원이라는 사고방식이다. 이것은 교사가 문제의 근원이라는 생각으로 연결된다. 학교에서 교육하는 주체는 교사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근원이 학교와 교사에게 있으므로, 학교와 교사를 공격해 이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교육정책의 목표가 된다. ‘공교육 정상화’라는 구호는 이런 것을 의미한다.

    과연 그런가? 학교와 교사가 바뀌면 한국 교육이 정상화되는가? 그렇다면 공교육 정상화가 교육정책의 목표였던 노무현 정부 시절에 왜 교육파탄이 진행됐을까? 노무현 정부는 학교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명박 정부처럼 학교와 전교조를 압박했다. 그러나 얻은 건 교육파탄과 사교육 지옥뿐이다.

    학교-교사와 교육파탄-사교육팽창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교육파탄을 학교 탓, 교사 탓으로 돌리는 건 명백한 사기다. 이런 사기를 정부여당과, 야당인 민주당과, 전문가와, 주요 언론이 동시에 치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가 헛소리인 이유

    자, 모든 학교가 변했다고 치자. 모든 학교가 자율화되고, 학생의 선택권이 보장되고, 모든 교사의 가르치는 능력이 100배 상승했다. 뭐가 달라질까?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교육파탄은 입시경쟁 때문에 생겨났다. 초중등학교와 교사가 달라진다고 입시경쟁이 사라지나? 아니다. 입시경쟁은 초중등학교 바깥의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바로 대학서열체제다. 이것이 존재하는 한 입시경쟁은 영원하다.

    모든 교사의 가르치는 능력이 100배 상승되는 것이 내 자식과 무슨 상관인가? 입시경쟁 상황에서 모든 아이들의 성적이 오르는 것은 전혀 중요한 일이 아니다. 내 자식이 일등하는 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교사는 전 국민에게 동질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집단이다. 그러므로 내 자식만 일등해야 한다는 요구를 교사는 전혀 들어줄 수 없다.

    내 자식만 일등해야 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내 자식에게만 특별한 교육을 시켜줄 수 있는 사람, 즉 사교육 강사뿐이다. 아무리 교사와 학교를 다그쳐도 입시경쟁구조 속에서 이런 상황은 영원하다. 그러므로 공교육 정상화로 사교육을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문제는 학교 바깥에 있다. 공교육 정상화는 학교 안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해답이 나올 턱이 없다. 그저 교사들만 희생양으로 마녀사냥당할 뿐이다. 교사들을 다그치며 공교육 정상화가 진행될수록, 학원과 경쟁해야 하는 압력으로 인해 학교만 학원처럼 변해갈 뿐이다. 결국 교사와 교육은 사라지고 학원과 강사만 남는다.

    그렇게 입시교육이 강화되면 한국에서 교육이 말살되는 효과만 있을 뿐이다. 이미 설명한 것처럼 모든 학교가 학원이 된다 해도, 내 자식에게만 1등을 약속하는 특별사교육 수요는 영원할 것이기 때문에, 공교육 정상화는 교육 말살, 교사 말살 이외에 국민에게 아무 것도 가져다주지 못하는 사기극이다.

    MB공화국에 놀아나는 사람들

    <한겨레> 신문이 5월 20일자 사설에서 전교조를 준엄히 꾸짖고 나섰다. 한국교육의 파탄에 전교조한테도 책임이 있단다. 전교조가 참교육의 가치를 잃은 것이 문제이므로, 다시 참교육의 초심으로 돌아가란다. 그러면서 현재 전교조가 새로운 학교운동을 내건 것에 주목하겠단다.

    딱 MB공화국스러운 생각이다. 교육파탄의 원인이 학교 바깥에 있는데, 그걸 외면하고 학교 안에서 문제를 찾다 보니까 결국 교사 탓, 전교조 탓을 하게 되는 것이다. 참교육 레파토리는 무려 20년이나 된 구닥다리인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참교육 타령을 하고 있다. 교사가 잘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한국 민주화세력의 백치미는 정말 지겹다.

    <경향신문>도 5월 19일자에서 전교조가 맹목적인 반대만 하는 것이 문제라며, 학부모와의 소통, 수용전략의 병용, 실력, 민주주의 등을 거론하고 나섰다. 그래 좋다. 전교조가 소통하고, 민주주의하고, 정부정책도 수용하고, 학과목 실력도 길렀다고 치자. 뭐가 달라지나? 입시경쟁이 사라지나?

    전교조의 응전도 어처구니없다. MB공화국과 민주화세력으로부터 파상공세에 시달리던 전교조는 최근 ‘참교육의 초심으로 되돌아가 새로운 학교 운동을 펼치겠다’고 나왔다. 이것은 교육운동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같다. 이미 설명했듯이 한국 교육의 문제는 입시경쟁과 대학서열체제에 있는데, 학교 안에 머리를 처박고 공교육이나 정상화하겠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래 니들 말대로 해줄게, 이제 됐냐? 됐어?’ 이런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MB공화국과 그것을 비판하는 세력과, 전교조가 동시에 학교현장만을 바라보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저마다 자기의 방법대로 학교현장을 들쑤시는 동안 입시경쟁의 물결은 도도히 흘러내려, 결국 학교와 교사와 학생과 교육과 국가의 미래를 송두리째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릴 것이다. 비판자들마저도 손바닥 안에서 놀게 하는 MB공화국. 승리의 북소리가 들린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