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시환 매질 조중동에 비판
        2009년 05월 21일 09: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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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향신문 5월21일자 10면. 

    한승수 국무총리는 20일 "국민경제를 볼모로 한 불법 파업과 폭력시위에 대해선 국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선진 일류국가로 도약하는 우리로서는 이번 민주노총, 화물연대와 같은 후진적 시위문화를 빨리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강희락 경찰청장도 "최악의 불법 시위가 벌어진다면 최루탄을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노동계 파업 등과 관련해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불허하겠다고 밝혀 시민사회 단체들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 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반발하고 나서고 있다. <정부비판 집회 사실상 봉쇄…’광장 민주주의’ 질식>(한겨레 3면)으로 풀이한 언론도 있었고, <죽창시위 20명 구속…화물연대 사무실도 압수수색>(중앙 5면)의 기사와 끝이 뾰족한 ‘죽창’을 주요 사진으로 부각시킨 언론도 있었다. 특히 택배 노동자의 암울한 현실보다는 ‘국가 이미지’를 중시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언행을 풍자한 만평(경향 장도리)이 실려 그들의 눈에 비친 ‘적자 생존의 한국사회’를 씁쓸히 묘사한 언론도 있었다.

    서울고등법원 배석판사들이 오늘(21일) 저녁6시30분 배석판사회의를 열어 촛불 재판에 개입한 신영철 대법관의 거취에 대한 의견 표명 문제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들은 13년~15년차로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까지 연령대로, 고위직 판사들과 소장 판사들 사이의 중간층이다. 다른 고등법원보다 몇 배가 넘는 총105명의 서울고법 배석판사들이 어떤 논의 결과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각 신문은 박시환 대법관의 발언을 두고 엇갈린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박 대법관은 경향신문 19일자 3면 머리기사 <"재판개입은 독재유산…이 기회에 끊어야">에서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개입과 판사들의 연쇄적인 용퇴 촉구 사태에 대해 "5차 사법파동으로 볼 수 있다", "진보·보수의 문제로 보는 건 적절치 않다", "재판개입 관행이 단절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경향, 한겨레, 한국일보가 박 대법관의 발언을 ‘색깔론’, ‘이념대립’으로 몰아가는 보도를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다음은 21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대법원, 친박연대에 ‘압력’>
    국민일보 <피말리는 특허전쟁>
    동아일보 <에베레스트 첫 ‘코리안 루트’/ 악마의 남서벽에 새 길 뚫다>
    서울신문 <은행은 빅 브러더?>
    세계일보 <노정부때 세중나모 세무조사/ 박 로비로 추징금 대폭 깎였다>
    조선일보 <811조 풀린 시중 자금 기업 투자펀드로 흡수>
    중앙일보 <노사 생산성 ‘만년 꼴찌’인데/ 노조는 또 대규모 파업 준비>
    한겨레 <정부 "도시집회 불허"…위기의 헌법21조>
    한국일보 <신 사태 색깔론 덧칠 안된다>

    박시환 대법관의 발언이 경향신문에 알려지자 조선일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등은 보수·진보 간의 이념 대결로 프레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선, 박 대법관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앞장서는 판사들을 좌파로 규정하거나 진보·보수의 문제로 보는 시각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판사들이 절차와 규정을 지킬 것을 강조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합리적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다. 4·19와 6월 항쟁도 절차와 규정은 지키지 않았다.…5차 사법파동으로 부를 수 있다고 본다. 판사들의 목소리는 신 대법관 개인에 대한 요구가 아니다. 사법행정권자의 재판 개입은 유신시대와 5공 시절부터 계속돼 왔는데 1993년 사법개혁 당시 이를 깨끗이 단절하지 못했다. 역사적 흐름 속에서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해서 이번 기회에 끊고 가야 한다. 개인의 일탈행위로 치부하고 넘어가면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대법관회의가 굉장히 중요한 위상의 회의이다. 다들 동료 대법관 문제라서 대법원장이 잘 알아서 판단해달라는 식으로 추상적으로만 얘기하더라. 실망스러웠다.…법원장이 판사를 평정하는 인사·승진 제도를 바꾸고 대법관을 승진 개념으로 이해하는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현재 방식에서는 판사들이 길들여진다. 길들여진 판사들은 판결도 길들여지고 재판이 천편일률화된다. 주류의 가치관만 담고 소수를 보호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한국일보는 1면 기사<申사태 색깔론 덧칠 안된다>에서 "일부 언론·정치권 왜 이념대결로 모나"로 부제목을 꼽고 "정작 법원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재판권 독립이라는 원칙의 훼손에서 비롯된 문제로 보고 해법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법원 안팎에서는 외부 세력이 자신의 입맛대로 이념을 덧칠하는 것은 사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같은 기사에서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사실상 사법 쿠데타를 선동한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고,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물러날 사람은 신 대법관이 아니라 박 대법관’이라며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일부 언론까지 가세해 ‘법원 내부에 뿌리깊게 존재하는 이념적 편향이 그대로 노출됐다’며 이념의 날을 더욱 세웠다"며 "박 대법관의 행위는 법원 내부에서도 ‘법원의 어른인 대법관답지 못한 행동’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인 신 대법관의 문제를 제쳐두고 ‘설화(舌禍)’에 휩싸인 박 대법관을 일제히 공격하는 것은 사태의 본말을 전도(顚倒)시킬 우려가 크다는 게 법원 안팎의 지적"이라고 거듭 밝혔다.

    한국일보는 또 사설<빗나간 이념 논쟁으로 사법부 흔들지 말라>에서 "’법에 의한 정의’의 본질을 천착하는 진지한 노력은 이념이나 정치와 무관하고, 그런 것들이 끼어 들 틈도 없다.사법부의 진통을 사회 모두가 조용히 지켜볼 때"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 기사<대법원, 친박연대 ‘압력’>, 관련 사진 <두 달여 만에 모습 드러낸 신(영철 대법관)>을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또 3면 전면에 신영철 대법관 관련 보도를 배치했다.

    특히 박시환 대법관 관련 보도를 한 박영흠 경향신문 기자는 기자메모 <보·혁 이념대결로 덧칠, 본질 흐리는 ‘보수언론’>에서 "이번 사태의 핵심은 박 대법관이 아닌 신영철 대법관이고, 본질은 ‘설화(說禍)’ 사건이 아닌 ‘재판 개입’ 사건이라는 것"이라며 "이념적 편향을 드러내고 사태를 보·혁 대결 구도로 몰고 가는 쪽은 박 대법관이 아니다. 말한 사람의 살아온 배경을 들어 굳이 색깔을 덧칠해 해석하는 보수언론이다.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보는 격"이라며 정면 비판했다.

    한겨레 김이석 수석부국장은 22면 칼럼<신영철과 조중동>에서 신영철 대법관 관련 조중동 보도를 정면 비판하며 상식 있는 기자의 모습을 기대했다.

    "보수언론들은 판사회의가 사실상 신 판사의 사퇴를 권유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는데도 일제히 ‘사퇴 요구는 없었다’고 제목을 뽑는 이심전심의 동지애를 보여줬다. 판사들의 반발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와중에도 끝내 1면에 신영철이란 이름을 등장시키지 않고 독자들의 시선을 돌리려 무척이나 애써 주었다. 그러니 신 판사인들 딴생각을 품을 수 있었겠는가. 아마도 신영철이란 이름이 이들 신문 1면에 등장하지 않는 한 신 판사는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중·동에도 상식 있는 기자들이 많이 있다. 조만간 1면에서 기사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렇다면 조중동 보도는 어떨까. 한국 경향 한겨레와는 사뭇 다른 논조다. 조선일보는 10면에 기사 <오늘 서울고법 판사회의 ‘분수령’>, <이회창 "물러날 사람은 위법 선동하는 박시환 대법관">를 배치했다. 조선은 사설 <탄핵 불러와 법원을 기능 정지 상태로 몰아넣을 것인가>에서 "이번 문제의 본질로 돌아가 살펴보면 탄핵 사유는 신 대법관 경우보다 박 대법관 경우가 더 심각하다. 박 대법관은 절차적 정당성과 실체적 정당성의 균형과 조화를 통해 ‘법의 수호자(守護者)’ 역할을 해야 할 신분의 대법관으로서 ‘절차와 규정은 안 지킬 수도 있다. 4·19와 6월항쟁도 절차와 규정은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조선은 또 박시환 대법관을 겨냥해 "박 대법관은 현재 상황이 어떤 면에서 4·19 또는 6월항쟁과 같은지를 설명하고, 박 대법관이 오늘의 상황을 그렇게 판단한다면 우리 법원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박 대법관은 근거 없는 정치 선동으로 대한민국 헌정(憲政) 질서 전복을 시도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앙일보는 27면 2단 기사<서울고법 판사회의 오늘 열기로>에서 짤막하게 관련 소식을 전한 뒤 사설에서 본격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설 <외부 세력에 사법부 운명 맡길 것인가>에서 "박시환 대법관의 적절치 못한 발언은 사태의 정치화를 자초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과연 대법관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인지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지금이 혁명기라도 된다는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또 "저간의 절차를 무시하고 집단행동으로 대법관 사퇴를 압박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거리낌 없이 표출하면서 사법부 독립을 운운한다면 모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10면에 기사 두 꼭지를 배치했는데, 기사 제목을 <"박시환 대법관 발언, 사법파동 부추겨">, <이회창 총재 "물러날 사람은 신영철 아닌 박시환">이라고 꼽았다. 동아일보도 사설<국민 신뢰 잃어가는 ‘난장판 사법부’>에서 박시환 대법관을 겨냥해 "박 대법관은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지만 민감한 때에 부적절한 발언으로 사법부 상황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백보를 양보해도 대법관으로서 할 말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동아일보는 좀 더 노골적으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이번 사법부 사태는 박 대법관이 주도적 역할을 했던 ‘우리 법 연구회’라는 진보 성향의 판사 모임과 관련이 있다는 법조인들의 시각이 있다. 이념 편향의 판사 연구모임은 사법부에서 사라지는 것이 좋다. 이 대법원장은 취임 직후 “우리 법 연구회 같은 조직이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적으로 말한 적이 있는데 아직까지 방치한 이유가 궁금하다. 지금은 사법부 및 법관 독립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 같은 본질적 문제에 관해 진지한 연구 검토를 해야 할 때다. 이제 ‘마녀사냥’ 같은 사퇴압박은 중단돼야 한다.

    또 국민일보도 사설<박시환,대법관인가 재야운동가인가>에서 "박 대법관은 뒤늦게 법원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특정 주장에 동조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은 아니라며 사과했으나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박 대법관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일각에서는 판사들에게 위법을 조장한 만큼 탄핵사유에 해당된다고 지적한다"고 그의 거취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세계일보와 서울신문은 이날 박시환 신영철 대법관 관련 사설을 싣지 않았다.

    한편, 언론관련 뉴스로는 동아일보가 16면 기사<[광주/전남]檢 ‘사이비 기자와의 전쟁’ 선포>에서 "광주지검은 2월부터 사이비 기자 단속에 나서 18명을 적발해 9명을 공갈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9명은 불구속 기소하거나 수사 중"이라며 "적발된 사이비 기자들은 주로 건설업체나 폐기물처리업체를 대상으로 먼지, 소음, 진동, 자재야적 등을 빌미로 뒷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사 간부를 사칭하거나 유명인과의 가짜 친분을 내세운 간행물 강매, 기사 무마 조건으로 억대 이권에 개입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례도 제시됐다.

    《#사례1. 모 환경신문 기자 A 씨(49)는 2005년 11월 광주 북구 임동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현장소장에게 “소음과 먼지로 민원 발생 소지가 있다.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기사화하겠다”고 협박해 100만 원을 뜯어냈다. A 씨가 최근까지 이런 수법으로 갈취한 돈은 5600여만 원. A 씨는 또 건설공사 현장을 돌아다니며 월간지 구독을 강요해 지난해 6월까지 구독료 명목으로 1830여만 원을 챙겼다.

    #사례2. 모 일간지 기자 B 씨(47)는 지난해 12월 K토건이 시공하는 광주 선운지구 택지개발 현장을 찾아가 “폐공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취재한 뒤 2차례 보도했다. 그는 올해 1월 현장소장을 다시 만나 “골재업자인 동생에게 납품권을 주면 후속보도를 하지 않겠다”고 협박해 3억5000만 원 상당의 골재 납품권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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