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정치권 협박 파문
    By 내막
        2009년 05월 20일 05: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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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재판 개입으로 물의를 빚은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도록 대법원 고위간부가 정치권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대법원 판결로 비례대표 의원 3명이 의원직을 상실한 친박연대가 압력을 받은 당사자이고 그들과 비슷한 혐의로 문국현 대표가 재판을 받고 있는 창조한국당도 피해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3월 초중순 경 김용담 행정처장이 노철래 원내대표에게 신영철 대법관 관련 언급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서청원 대표가 논평 자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 서청원(사진 가운데) 친박연대 대표 (사진=미디어오늘)

    친박연대, 대법원 눈치보다 뒤늦게 "속았다"

    전지명 대변인에 따르면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는 지난 3월17일 아침 회의에서 신 대법관 관련 논평 자제를 지시한 바 있고, 대법원의 당선 무효 판결이 나오기 전날인 5월 14일에 대법원 행정처장이 노철래 의원을 통한 자제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연대는 신영철 대법관이 촛불 재판에 개입했다는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결론이 나온 다음날인 3월 17일자 논평에서 "이번 신 대법관의 사건을 보면서, 과연 이와 같은 부당한 재판개입이 촛불 재판뿐 아니라 다른 일련의 정치적 사건에도 똑같이 개입하여 정치권력 편에 선 재판이 없었는지를 차제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논평을 놓고 친박연대 내에서 논란이 있었고, 서 대표가 논평 자제 결정을 내린 이후부터 친박연대는 신영철 대법관 관련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당시는 친박연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인 서청원 대표와 양정례·김노식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 재판이 진행되던 시기로, 신영철 대법관은 이 재판의 부심판사로 참여했으며, 친박연대 사건의 1심 재판부(8월14일 선고)를 관할한 것도 신영철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이었다.

    친박연대 비례대표 의원 3인은 1심에서 받은 형량이 고등법원과 대법원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판결을 받았고, 서청원 대표는 15일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사법부에 속았다"며 통한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협박 또는 유혹

    전 대변인은 노 의원이 서 대표에게 대법원 행정처장으로부터 신영철 관련 발언 자제 요청이 있었다는 보고를 한 것은 3월 16일 이전이었다고 밝혔는데, 이와 관련해 노 의원은 "기억이 없다"는 입장을 펴다가 다시 "그런 사실 자체가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상태이다.

    이에 대해 전 대변인은 "민주당이 오늘(20일) 오전에 우리 쪽과 상의도 없이 관련 브리핑을 해버려서 노철래 의원이 당황한 것 같다"며, "노 의원 개인으로서의 입장이 있겠지만 진실은 하나라고 본다"고 말해 대법원 압력 전화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전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 앞서 <레디앙>과의 전화 통화에서 "아직 공개할 시기가 아닌데 먼저 폭로해버려 곤란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20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당 이재명 부대변인은 "친박연대 측이 2009년 3월 17일 신 대법관 비판 논평을 낸 직후 대법원 고위 간부가 친박연대 고위당직자에게 신 대법관 관련 언급을 하지 말도록 요청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최고 지도부를 포함 3인의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느냐, 아니면 의원직 박탈과 실형확정이냐를 최종 결정하는 대법원이 친박연대로서는 천당과 지옥을 가르는 염라대왕일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태에서 대법원 고위간부의 ‘요청’은 그야말로 요청이 아니라 재판권을 담보로 불이익을 주겠다는 위협으로, 또는 이익을 주겠다는 달콤한 유혹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누가 감히 그 ‘요청’을 거절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부대변인은 "대법원 고위간부의 ‘요청’아닌 요청을 보고 받은 친박연대 지도부는 신 대법관에 대한 언급을 중단하기로 하였다고 한다"며, "실제 3월 18일 이후 야당 중 민주당이 23회, 민주노동당이 6회, 자유선진당이 3회 각각 신대법관 비판 논평을 냈지만, 3월 17일까지 신대법관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하던 친박연대는 이후부터 이 문제에 완전히 입을 다물었다"고 지적했다.

    이 부대변인은 "비례대표를 사퇴하지 않아 국회의원 정수가 3인이나 줄어든 헌정사상 유례 없는 사태와 서청원 대표가 눈물까지 보이며 ‘사법부에 속았다’고 하는 것이 이와 관련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전지명 대변인은 "서 대표가 ‘사법부에 속았다’고 말한 배경에 그런 의미가 일부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사법부가 정의에 기반한 판결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브리핑과 관련해 이재명 부대변인은 <레디앙>과의 전화 통화에서 "친박연대에 발언 자제를 요청한 대법원 고위간부가 당해 재판부는 아니기 때문에 사법적 처벌의 대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창조한국당 "탄핵 동참 곤란, 논평 계획도 없어"

    당 대표가 친박연대와 비슷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창조한국당의 김석수 대변인은 <레디앙>과의 전화통화에서 대법원으로부터 비슷한 전화를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창조한국당은 신영철 사건에 대한 논평을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낸 적이 없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우리가 재판을 받는 당사자가 되어 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기존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식의 부적절한 오해가 일어날 것 같아서 탄핵발의에도 입장을 모으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외부에서는 몸을 사린다고 보는 사람도 있는 것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우리가 사법부를 공격하면 오히려 오해를 살 수가 있어서 조심스러운 입장이고 당론을 모으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관련 논평도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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