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 갈등, 6월 대격돌 일촉즉발
    By 나난
        2009년 05월 20일 02: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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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이 “대화해 보자”며 대정부 교섭을 요청한 가운데 정부가 위법적 행동을 하는 민주노총과의 대화는 어렵다는 입장을 취해 향후 노정 간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이 19일 오전 비정규직법 개악 반대 등 요구안을 마련해 정부에 대화를 요청했다. 임성규 위원장은 “화가 많이 나 있지만 다 누르고 대정부 교섭이 성사되도록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시위대가 죽창을 휘두르는 장면이 전세계에 보도돼 한국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혔다”며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로 ‘폭력시위’를 꼽았다. 엄정 대처도 지시했다.

       
      ▲ 18일 민주노총이 457명에 대한 무차별적 연행에 "함정연행"이라며 정부와의 대화를 요구했다.(사진=이은영 기자)

    경찰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20일 새벽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 중 20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민주노총 대전본부 등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펼쳤다. 임성규 위원장 등 6명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보냈고, 관계부처는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의 대화 요구를 거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민주노총은, 대전본부 등에 가해진 압수수색에 “6일 집회충돌과 대규모 연행사태에 따른 책임을 노동조합에 떠넘기기 위한 무리한 공안몰이”라며 집회일부터 압수수색까지 불과 나흘밖에 걸리지 않은 것에 대해 “화물연대 파업과 민주노총의 대정부 투쟁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의도”라며 배후설을 제기했다.

    정부, 임성규 위원장 등 출석요구

    또 이 대통령의 ‘국가 브랜드’ 운운과 관련해 “국가 브랜드란 것이 자기 국민의 삶과 목숨보다 훨씬 중한 것인지도 의문이나, 대통령이 언급한 국가 브랜드 실추 요소는 이명박 정권 들어 더욱 심각해진 사안”이라며 “대통령 논리대로라면 국가브랜드를 실추시킨 장본인은 바로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 스스로”라고 규탄했다.

    이 대통령이 ‘만장용 대나무 깃대’를 ‘죽창’이라고 표현한 것은 시위 참가자들을 폭력 시위대로 규정해 향후 불법시위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인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노총의 6월 대투쟁의 흐름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것.

    그 일환으로 20일 한승수 국무총리는 교육과학기술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 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해양부 장관들과 경찰청장,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소집해 노동계 총파업 상황보고 및 향후 집회시위 관리대책을 논의 중이다.

    임성규 위원장의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책임 하 관련 부처 장관의 정부 교섭단’이 민주노총과의 ‘대화’가 아닌, 전국노동자대회 참석자 처벌 등의 후속조치와 건설노조, 화물연대 동향 파악을 위해 ‘따로’ 모인 것이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회의 전 모두발언을 통해 "국민경제를 볼모로 한 불법파업과 폭력시위에 대해선 국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단호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며 "죽창시위 가담자에 대해 전원 검거하고 엄정한 사법조치와 함께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집단운송 거부에 참여한 화물차주에 대해선 각종 정부 지원대책의 중단을 포함해 운전면허 정지 및 취소, 화물운송 자격취소 등 강력한 제재를 취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폭력시위’ ‘엄정대처’ 언급이 있었던 만큼 이날 대책회의에서는 한층 더 강경한 정부 입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 이승철 대변인은 “진정한 대책을 위한 정책 변화 입장을 논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며 “노동계 동향을 파악하고, 탄압하는 자리라면 이후 (노정 갈등)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23일부터 잇단 투쟁

    현재로써는, 정부가 민주노총의 교섭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일단 교섭을 요구했으니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다음달 9일로 못 박은 교섭시한 내에 정부가 “대화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시 보다 강도 높은 탄압으로 즉각적이고 단호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말 역시 대화를 강조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부는 대화보다는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규모 반정부 투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민주노총의 향후 모든 집회 시위를 불허한 상태다. 또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투쟁양태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민주노총은 대화를 강조하지만 충돌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다. 건설노조는 경찰의 대학로 집회 불허 방침에 오는 27일 상경 총파업을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도 27일 총력결의대회를 열고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 일정을 모색한다. 내달 6일에는 민주노총 주최 ‘촛불 대항쟁’도 예고됐다.

    민주노총 16개 각 지역본부도 23일 ‘노동기본권 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전국 동시다발로 진행한다. 서울본부 관계자는 “계속된 집회 불허 방침에 장소 구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도 “결의대회는 무조건 진행한다”고 밝혔다.

    노정 간 갈등은 시작됐다. 정부의 초강경 대응에 민주노총이 언제까지 대화만 강조할 수만도 없는 상황에서 6월이 노정 간 대격돌의 장이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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