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투쟁 연대전선 확대되나?
    2009년 05월 20일 10: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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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법’이 핵심 쟁점법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진보진영과 노동계는 ‘비정규직 관련법’을 최대 현안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노동유연성’ 강조 발언 이후 정부여당은 연일 쟁점 법안 강행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과 진보정당은 미디어법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형성된 공동전선에 비해 ‘비정규직법’ 전선이 보다 확대 강화돼야 한다고 보고, 노동절 공동집회 등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으나, 아직 미진한 부분이 많다는 입장이다.

특히 민주노총의 경우 정치권과의 공동 투쟁 전선의 형성은 대국회 투쟁과 관련해 중요한 부분으로 보고 있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이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만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법을 최대 쟁점으로 삼으려는 민주당에게 비정규직 관련법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시켜주려는 행보였던 셈이다.

   
  ▲토론회 모습(사진=정상근 기자)

19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바람직한 비정규직 대책을 위한 야5당 합동토론회’는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까지 포함해 야당들이 정부가 개정하려는 비정규직법안에 맞서 이들이 공동전선이 펼 수 있을지 모색하는 시험대가 마련된 셈이기 때문이다.

야4당, 정부안 비판 한 목소리

비록 자유선진당은 불참했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야4당은 한 목소리로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이라는 정부안을 거부했다. 야4당 대표들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기간 연장이라는 땜질식 처방보다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최근 민주노총을 찾는 등 노동계와의 연대폭을 넓히고 있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인사말에서도 “기간 연장보다는 정규직 전환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였던 민주당 김상희 의원도 “정부는 불안감을 조성해 비정규직법 개정을 추진하기보다는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역시 지역 강연에서 연일 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민주당 당내 개혁파인 ‘민주연대’도 비정규직법 개악저지를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민주당까지 포함한 비정규직법 공동전선의 확대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2년에서 4년 연장’이라는 개악안을 놓고 ‘반MB 연대’를 이룰 수는 있어도, 그 연대가 비정규직법이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제시된 ‘사유제한’에 까지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차별시정제도 개선, 파견법 개정,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권 부여 등 제도 보완과 관련해서 야4당의 입장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기간제’를 골자로 하는 현행 ‘비정규직법’ 자체를 두고서는 각 정당의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되었다.

민주당의 원죄

우선 진보진영과 노동계가 제기해왔던 ‘사유제한’을 외면하고 ‘기간제한’을 비정규직법의 골자로 만든 것이 구 열린우리당, 지금의 민주당이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이날 토론회 인사말에서 “17대 국회에서 기간이 아닌 사유로 규제를 하자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제 그 논의 직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 참석자들은 ‘입법 취지’를 강조하며 기간제 자체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김상희 의원은 “완벽한 합의는 아니지만 법이 제정되었는데, 시행 이후 과정 속에서 노동시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작동되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비정규직 남용 방지라는 입법 취지를 잘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면 개정보다는 제도적 보완을 우선에 둔 것이다.

김 의원은 “차별시정 제도를 개선하고, 그 청구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며, 간접고용을 제한하고 파견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민주노동당-진보신당과 큰 차이가 없는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기간제’ 자체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정세균 대표도 인사말에서 “(비정규직법에 대한)양상을 보면 각 당에 간극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진보진영은 현행 비정규직법에 대한 보완은 물론 비정규직 사유제한을 분명히 하는 ‘전면개정’ 수준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정책적 해결의 첫 번째 과제로 “비정규직 남용 방지”를 주장하며 “사용기간 제한이 아닌 업무-사유중 심의 제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도 “비정규직법은 제도개선안을 넘어 근본-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며 “기간제 근로자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사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또한 “사회연대정책이 필요하다”며 “노동시간-일자리 연대, 복지소득연대, 임금소득연대” 등을 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영희 노동부장관(사진=정상근 기자) 

결국 당면한 ‘4년 연장’안에 대한 공동투쟁전선이 형성될 수 있어도 민주당의 비정규직법 제정에 대한 냉철한 자체 평가와 반성 없이 비정규직법의 근본적 문제 해결에까지 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명박 정권의 개악안을 저지하는 방어적 공동전선 형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을 놓고 싸우는 ‘대안의 공동전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년 연장 개악저지 전선까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7월부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현실적 대안부터 찾아가야 한다”며 기간 연장안을 철회할 계획이 전혀 없음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일 ‘노동시장 유연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그리고 재벌과 보수언론의 막강 화력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운수노동자들의 대규모 집회를 불법 폭력으로 몰아가면 대대적 ‘소탕작전’하듯이 대응하는 것도 6월 투쟁을 앞두고 기선을 잡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토론에서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국회의원은 국민의 권력을 정확히 표출해야 한다”며 “지난 번 국회에서 전기톱, 해머가 나왔다고 대서특필이 되었었는데 나였다면 폭파를 해서라도 저지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배강욱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비정규직법 제정 당시, ‘2년 후 심각한 고용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을 지금 정부 여당이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한국노총 김종각 본부장은 “정부 제출안은 절대로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며 “비정규직의 확산을 막고 정규직화를 이루어야 하며 야당이 비정규직 개악에 대한 입장이 유사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반면 경총 이동웅 전무는 "정치적 논의보다는 실업대란이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 선택의 시간이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며 "7월부터는 당면하는 현실이며, 기간제를 없애는 것이 가장 좋지만 차선으로 4년을 늘리면 급한 불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선진당 토론자였던 이상민 정책위의장이 불참한 것에 대해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이상민 의원이 정책위를 맡은지 얼마 안 되었고, 전문가인 권선택 의원이 외유 중이라 불참했다”며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말했지만, 축사가 예정된 이회창 총재도 불참하면서, 비정규직법이 자유선진당에게는 불편한 의제라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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